군부독재시절인 70,80년대 문단을 이끌었던 문화계의 진보원로들이 "보안법만 폐지해도 반세기 숙제를 해결한 것"이라며 국보법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작가 조정래, 고은, 신경림, 최일남씨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은 20일 김용태 민예총 부회장의 주선으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을 만나 "지금은 국보법을 폐지하는 데 있어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르는 호기"라며 이같은 뜻을 전했다.
***고은 "어려울 때일수록 어리숙하게 추진해야" **
고은 시인은 "국내외적으로 지금처럼 국보법 폐지가 이슈화된 적이 없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지금 적당히 넘어가면 국보법 폐지는 요원할 지도 모른다"며 국보법 폐지를 위한 여권의 결단을 압박했다. 그는 이어 "민생경제가 어려워 주춤하게 될 수도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어리숙할만큼의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며 '경제 우선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소설가 최일남씨 역시 "술이 아주 쉬어지면 초가 된다"며 지금이 국보법을 폐지할 '절호의 기회'임을 강조했다. 최씨는 "국보법 폐지가 아주 필요한데도 필요성을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법리적 접근보다는 이 법 하나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는지 실증 사례를 토대로 알려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언급 이후, 정치권 논의가 폐지후 대체입법쪽으로 기우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 의장이 "박 대표의 말대로 정부 참칭 조항이 없어진다면 많은 부분에서 독소조항이 없어질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 하자, 백낙청 교수는 "국보법이 완전 폐지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면서 "대체조항에 오히려 독소조항을 남긴다면 더 큰 우려가 닥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조정래 "국민들의 공감이 덜한 것은 사실" **
이에 반해 현재 저작 <태백산맥>이 국보법 혐의로 기소중인 작가 조정래씨는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상대방에 역공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며 '속도조절론'을 펴기도 했다.
조씨는 이 의장이 "가장 최근까지 국보법 고통을 받고 있는 분"이라며 한 말씀을 부탁하자, "몸으로 직접 법의 폐단을 겪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당장이라도 없앴으면 하지만 아직 왜곡된 반대 여론이 너무 많고 국민들이 공감을 덜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과의 현실차를 이해하면서 국민과 함께 국보법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현재 경제가 아주 어려운 상태로 IMF때 보다 더 어려운 상태라는 사람도 있고 일반 국민의 50%는 생존의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서 경제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때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인들의 이같은 제언에 이 의장은 "당론은 폐지로 정한 상태지만 추석 전에 통과시키려고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논의의 진상을 제대로 알려 나가고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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