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야간비행'과 이라크 공군파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야간비행'과 이라크 공군파병

김민웅의 세상읽기 <1>

프레시안 기획위원 김민웅 박사가 최근 귀국했다. 그는 성공회대학에서 "인권과 평화(탈 식민주의)", "세계체제론과 미국"등을 강의하고, EBS 교육방송에서 매일 오후 4시-6시, 세계정세을 중심으로 하는 라디오 시사프로 "김민웅의 월드 센터"(FM 104.5MHz)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의 글은 김민웅의 월드 센터의 3분 칼럼 "김민웅의 세상읽기"로서 프레시안이 교육방송(www.ebs.co.kr)과 함께 동시 매일 연재하는 기획이다. 편집자

***'야간비행'과 이라크 공군파병**

조종사 파비앙이 탄 우편 비행기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항공우편 수송의 책임을 지고 있는 리비에르가 초조하게 파비앙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험상궂게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리비에르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파비앙이 가지고 오는 편지와, 다른 곳에서 온 것을 합해 유럽으로 가는 우편기를 출발시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폭풍우가 몰아친 그 날 밤, 파비앙으로부터의 연락은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긴장감과는 달리 폭풍이 몰아치는 하늘 위에서 파비앙은 구름 위에서 달과 별이 빛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목숨이 경각에 놓여 있을 때임에도 그는 지상에서는 꿈꿀 수 없는 천상의 비밀을 순간 포착한 듯한 황홀감에 빠집니다.

리비에르는 이 사건을 겪으면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한 인간의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우리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폭풍의 도전을 뚫고 나갈 그 무엇이 있기에 그들은 하늘을 향해 날기를 중단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묻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쌩택쥐베리가 1931년에 내놓은 작품 “야간비행(Vol de Nuit)"의 줄거리입니다. 그 자신이 항공기 조종사였던 쌩택쥐베리의 이 소설에 등장하는 파비앙은 아마도, 그에게만 허락된 놀라운 순수의 세계를 열고 들어서는 감격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실종된 조종사 파비앙이 그 하늘에서 본 세계는 이후 10년도 더 넘은 시간 속에서 익고 익어 “어린 왕자(Le Petit Prince)”에서, 인류에게 영원히 신비할 육성으로 남게 됩니다. 이미 타락해버린 어른들의 눈과 귀에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영혼의 순수한 빛깔을 우리는 그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똑같이 생긴 무수한 장미꽃들을 다 서로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존재 자체의 특별함에 주목하는 어린 왕자의 마음에서 우리는 단 한 사람의 사랑과 생명에도 최대의 경이로움을 바치는 쌩택쥐베리의 맑은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라고 지목하고 나섰습니다. 그 전쟁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차출되어 가 있습니다. 그것도 부족한지, 미국이 공군력 지원이라는 애초의 약속을 파기하는 바람에, 우리의 공군도 그곳에 파견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고요한 바다에도 폭풍우가 은닉되어 있고, 파란 하늘에도 벼락과 천둥이 숨겨져 있습니다. 쌩택쥐베리의 <야간비행>은 그런 현실을 향해 비상하는 인간의 꿈과 의지, 그리고 용기와, 이 모든 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결국 어느 하늘에서 실종된 조종사 쌩택쥐베리 스스로에 대한 자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야간비행>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하늘 그 어디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폭풍을 감수하고 비상해야 할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요? 파비앙은 혹 그 안에 사랑과 꿈을 간직하고 있을 편지를 운반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하면, 우리의 파비앙들은 무엇을 운송하려는 것일까요?

“어린 왕자”는 무수한 꽃 가운데 하나가 아닌, 내 사랑과 내 손길이 가야 하는 꽃 한 송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내 꽃, 나는 그 꽃을 지켜 줄 책임이 있어.” 우리의 파비앙들은 아무리 그 수가 많아도 우리들 각자에게는 이 세상에서 단 한 송이의 꽃이랍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