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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 이건희 회장이 수백조원을 갖고 있다 한들… "

14차 흥부기행 "착한 경제 실천하는 현대판 흥부를 찾아서"

수백 조원 갖고도 나누지 않으면, 그건 소승(小乘)

"여러분 여기 오실 때, 큰 차(버스) 타고 오셨죠? 그러면 그게 대승(大乘)입니다. 그런데 혼자만 타고 다니면 그게 뭐죠? 그건 소승(小乘)이죠."

지난 15일 낮, 전라남도 장흥. 멀리 여다지해안이 내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한승원 문학학교'를 열어놓고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작가 한승원 선생은 자신을 찾아온 90여 명의 '흥부기행'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운을 뗐다.

"삼성의 이건희라는 사람이 몇백 조 원을 벌어 갖고 사는데, 여럿과 나누지 않고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그건 소승(小乘)입니다. 김밥 장사 할머니가 자기보다 더 못사는 사람과 함께 나눴다면 그건 대승(大乘)이죠."

한승원 작가는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강연을 통해 "혼자서만 가면 소승이고, 큰 수레에 함께 타고 가면 대승"이라며 '착한 경제'를 위해서는 대승 정신을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 소설가 한승원. 그는 5년간의 연구와 집필 끝에 정약용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 <다산>을 2008년 출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추사 김정희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추사>를 출간했다. ⓒ프레시안(이명선)

그는 또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설명하며 "이명박 정권이 말로는 실용주의를 내세웠지만, '진리와 참 옳음'을 뜻하는 '시(是)'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장주의는 정글과 같습니다. 강한 것이 작은 것을 다 잡아먹으니까요. 큰 마켓이 골목 마켓을 다 잡아먹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참다운 정치입니다. 정글 법칙이 우리 삶에 적용돼서는 안 됩니다."

한승원 작가는 인간사에는 항상 의외의 '변수'가 등장하기 마련이라며 한순간의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2007년 대선에서 53.0퍼센트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음 해 촛불이라는 '변수'가 등장해 크게 고생을 했다며, "'(이명박이) 잘못했다'고 해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를 응징하려 했으나 오히려 (새누리당이) 이긴 것은 '박근혜'라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오는 12월 대선에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지금은 희희낙락하고 있지만, 다가올 대선에서 현 정부에게 불리한 또 다른 '변수'가 나올지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21세기 흥부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흥부기행'이 지난 14일과 15일 전라남도 강진과 장흥 일대에서 1박 2일 동안 진행됐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흥부기행'은 전국 곳곳에서 '착한 경영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사)동북아평화센터(이사장 김영호 전 유한대 총장)는 환경, 공생 등의 가치와 함께 하는 이타적인 경영을 발굴하자는 취지에서 매년 4월, '흥부기행'을 주최하고 있다.

▲ 한승원 문학관 '달 긷는 집' 마당에서는 평소 북을 즐긴다는 한승원 씨와 판소리 연구가 임진택 씨의 즉흥 판소리 공연이 펼쳐져 흥겨운 한마당이 연출됐다. ⓒ프레시안(이명선)

현대판 흥부, '영동농장'

전라남도 강진의 넓은 들판은 옛이야기가 지절대는 실개천 대신 어미의 자궁 같은 편안한 바다가 휘돌아나가는 곳이었다.

'흥부기행' 참가자들은 여정 첫날인 14일, 먼저 '영동농장'을 찾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서 한국 근로자들이 김치를 먹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 끝에 배추농사를 성공시키면서 농업에 뛰어든 김용복 회장이 1986년 강진의 70만 평 황무지와 공유지 40만 평을 개발해 국내 유기농업으로는 유일한 대단지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 곳이다. 연간 200톤 규모의 쌀이 재배되는데, 오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오후에는 국악을 들려주며 특화된 '강진 그린음악 쌀'을 생산하고 있다. '강진 그린음악 쌀'은 지난해 열린 제11회 친환경 유기농 무역박람회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 전남 강진군 신전면에 위치한 '영동농장', 입구 표지석에 '농자(農者)는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 이라고 쓰여 있다. ⓒ프레시안(이명선)

▲ 200평의 '자동화 벼 육모장' 모습. 유기농 흙에 볍씨를 심어 모판을 만들고 있다. ⓒ프레시안(이명선)

참가자들이 농장을 찾았을 때는 육모장에서 유기농 흙과 볍씨를 모판에 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25년째 일하고 있는 박영철 씨(56)는 "모판은 5일 정도 실온에서 보관해 싹이 트면 못자리를 낸다"며 "한 달 후에 모심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박 씨는 "유기농으로 전환 후 보람이 크다"며 '강진 그림음악 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강진 그린음악 쌀'은 주문량에 따라 도정을 한다. 특히 수확한 쌀은 저온(5도)과 상온에서 번갈아 보관하는 템퍼링(tempering) 과정을 통해 품질 유지에 힘쓰고 있다.

현재 농장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태정 이사는 "농업 시장 개방이 필수적이라는 인식하에 1997년부터 유기농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김 이사는 "다른 농작물은 많이 수출되고 있지만, 쌀은 그렇지 못하다"며 미국과 일본 재외국민을 상대로 현재 해외 판로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호 (사)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은 "'흥부기행'이 만나러 온 흥부는 200년 전 흥부가 아니라, '영동농장'처럼 오늘날 존재하는 흥부"라며 김영복 회장을 '현대판 흥부'라고 지칭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건국대에 1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1989년 설립한 (재)용복장학회를 통해 장학사업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 김영호 (사)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과 김용복 영동농장 회장(가운데), 그 외 '흥부기행' 참가자들 ⓒ프레시안(이명선)

다산과 흥부는 가깝다?

2012년 다산 정약용 선생(1762-1836) 탄생 250주년을 맞아 이번 '흥부기행'은 다산의 애민정신과 실학사상을 되새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했던 '다산초당', 초당 앞 바위는 '다조(茶竈)'로 차 달이는 부뚜막으로 쓰던 것이라고 한다. ⓒ프레시안(이명선)
'다산초당'까지 가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1800년대 다산이 힘겹게 올랐을 유배 길은 현재 '문화생태탐방로'라고 불리고 있다. 다산(茶山)이 차를 우릴 때 썼던 약수와 손수 돌을 쌓아 만든 연못인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이 주인 없는 초당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었다.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초당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이리라.

김영호 이사장은 이날 밤 세미나에서 "천재 다산도 중요하지만 흥부 같은 일반 서민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다산 같은 한 사람의 봉황이 아닌, 흥부 같은 참새가 만든 흥부 정신이 중요하다"며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 다국적 온라인 백과사전)'를 예로 들었다. '위키피디아'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그는 이어 "'흥부기행'을 시작한 15년 전만 해도 '착한 경제, 착한 소비'란 말이 없었다"며 "세계의 착한 돈이, 사회의 책임투자 펀드가 해지 펀드보다 몇 배 더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해지 펀드만 있고 착한 펀드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덤스-케인스-신자유주의' 다음으로 '자본주의 4.0'을 찾자고 하는데, '착한 경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이를 '흥부 경제'라고 불렀다.

"착한 일을 해서 대박 터뜨리는 경우가 많아져야 한다. 개인은 한계가 있다. 착하면 돈 번다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다소 거리가 있을 것 같은 다산과 흥부에 대해서 "다산의 봉황이 서민들에게 스며들어서 참새들의 집단지성으로 나타난 것이 흥부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정다산과 흥부는 가깝다"고 강조했다.

3년째 기행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미영 대진대학교 교수는 "'흥부기행'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며 "다음엔 안 가야지 하다가도 3월만 되면 '언제 가느냐고' 문의하게 된다"고 얘기했다. 또 김은혜 아이쿱 부천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은 "'흥부기행'은 1년에 한 번이지만,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며 "(내년에 있을) 15차 '흥부기행'을 가슴 설레게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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