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가 최근 자사와 연관돼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비껴가기 위해 지역 시민단체 공격용 사설을 게재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우리 사설과 조선일보 사설 왜 똑같나"**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위원장 이재희) 공정보도위원회는 지난 3일 발행된 <공보위 보고서>를 통해 "2일 지면에 실린 '시민단체는 순수성이 생명' 제하의 사설은 조선일보의 2일자 사설을 그대로 베낀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공보위는 혹여 부산일보의 사설이 최근 정수장학회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부산지역 시민단체의 움직임과 광고 게재 거부사태로 발생한 위신 추락 등에 대한 대응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보위는 우선 부산일보와 조선일보의 2일자 사설이 붕어빵 같은 논조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석간인 부산일보가 조간인 조선일보 사설을 베낀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부산일보는 2일자 사설에서 "'새로운 권력'으로 회자되는 NGO운동은 시대적 조류다. 중요한 것은 옥석을 가리는 일이다. 참된 시민단체는 지원하되 권력과 유착된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한 푼의 국민세금도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사설 '시민단체의 옥석을 가릴 때다'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는 시민단체의 옥석을 가리는 일이다. 우선은 권력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사회적 관심사를 되살리려고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는 진짜 시민단체와 시민운동가를 찾아내 그 곳에 국민의 적극적 참여와 지원을 집중하는 작업이다. 다음은 등 뒤로 권력과 손잡고 국민을 속이고 있는 사실상의 권력외곽단체나 관변단체들을 골라내 그들의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라고 쓴 바 있다.
공보위는 "설사 조선일보의 사설을 베끼지 않았더라도 읽는 이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이유는 조선일보의 시민단체에 대한 개인적 '원한'에 부산일보가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조선일보의 시민단체 공격 이유 진짜 모르나"**
공보위는 이어 조선일보가 시민단체를 공격하는 진짜 이유가 다른 곳에 있음에도 부산일보 논설위원실이 이같은 사설을 실은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따졌다.
공보위는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새마을운동이나 자유총연맹 같은 관변단체에 대한 비판이 과거에도 있었던가. 또 언론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기자 연수 보내고, 재교육시키는 언론사들은 뭔가"라며 "또한 낙선운동, 탄핵반대 운동이 친정권 운동이라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되물었다.
공보위는 "'시민단체가 권력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빈약한 논리로 정부 돈을 받은 사실을 조선일보가 비난하는 것은 민언련이나 언론개혁국민행동 같은 안티조선 단체들이 그 시민단체에 포함돼있기 때문임에도 부산일보가 이에 동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혹여 부산일보의 사설이 최근 정수장학회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부산지역 시민단체의 움직임과 광고 게재 거부사태로 발생한 위신 추락 등에 대한 대응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보위는 "만일 공보위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언론의 부산일보에 대한 공격에 너무 민감해져 우리 스스로의 철저한 반성과 공정성 확보 노력이 느슨해진다면 독자로부터 버림받을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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