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영상의 선명도가 흐릴수록 신비를 가깝게 보여주는 물건.
거울이 현상을 선명히 비추어 내기 시작하면서 인간 앞의 신비의 세계와 그 통로를 가려버렸다는 것인데.
옛 거울은 그 흐릿한 영상으로 신비를 비추어 냈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통로, 신이나 마법의 세계, 영혼의 통로 등등.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어여쁜 여인인가?’라고 물어 볼 수도 있고(백설 공주),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나라의 앨리스’처럼 거울 속에 들어가 이 세상과는 반대로만 돌아가는 거울나라의 이상한 체험도 할 수 있었던 것인데.......
거울을 저승과의 통로로 여겼으므로 옛 서양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거울에 가리개를 쳐 그 통로를 차단하려 했고, 거울이 깨지면 불길하다든가 달빛 아래서 거울을 보면 나쁜 일이 생긴다든가 등의 속신도 전해져 오고........
옛 한국에서는 오히려 거울이 나쁜 귀신을 물리친다며 무속인들이 지니고 다녔던 것이 아닌가.
거울에 얽힌 서양 속신 가운데 ‘한 번에 두 개의 거울을 보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것이 있다. 이 속신과 관계가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나 밀라로드 파비치의 소설 ‘카자르 사전’에 나오는 주인공 아테 공주는 두 개의 거울을 보는 즉시 죽음을 맞는다.
이야기인즉슨 공주는 잠들기 전 언제나 장님으로 하여금 그녀의 눈꺼풀에 죽음의 글씨를 쓰게 했다. 그 글씨는 누구나 보기만 해도 죽는 것이어서 장님이 쓸 수밖에 없었고 그 글씨 때문에 공주가 잠들어 있는 위험한 시간에 아무도 공주를 해치지 못했다. 때문에 아침에 시녀가 들어올 때 시녀는 눈을 감고 들어와야 했다.
한데, 어느 날 시종들이 공주를 즐겁게 해 주려고 소금으로 만든 ‘빠른 거울’ 과 ‘느린 거울’ 두개를 선물했다. 빠른 거울은 약간 빠른 미래를 비추고 느린 거울은 약간 느린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느린 거울 속, 즉 죽음의 글씨를 지우지 않은, 눈을 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느린 거울 속에서 보면서 공주는 죽었다는 것인데 눈을 한번 깜박거리며 빠른 거울을 향하는 순간 눈을 감고 다시 뜰 수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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