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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강원도당, '수해지역 술판'에 뒤늦게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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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리당 강원도당, '수해지역 술판'에 뒤늦게 사과

비난여론 일자 진화 나서, 한때 도리어 언론에 항의하기도

태풍 '메기'의 수해로 강원 영동지역 수재민들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이 당원 연수회를 실시한 후 음주가무를 즐기며 술판을 벌여 파문이 일자, 열린우리당이 공식 사과하는 등 진화작업에 나섰다.

***강원도당, 노래방 엠프까지 동원해 술판**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은 23일 사과문을 통해 "춘천지역 당원연수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은 강원도민들과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이번 일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서 차후에는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당이 이처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지난 21일 현지당원 연수회에 대한 강원도민 및 언론들의 비난이 거셌기 때문이다.

강원도당은 토요일인 지난 21일 오전 강릉 춘천시에서 '현지당원 연수회'를 실시한 뒤 대낮에 현지 당원 1백50명이 참가한 가운데 의암댐 인근 유원지로 자리를 옮겨 뒤풀이 야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토종닭과 삼겹살 안주의 술판이 벌어졌고 노래방 반주시설까지 동원돼 시끄러운 노래판이 계속됐다.

소란스러운 상황이 끊이지 않자 야유회 장소 옆 논밭에서 일하고 있던 주민들이 "논밭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도 있고 수해로 많은 국민이 시름에 잠겨 있는데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항의한 사람은 모 정당의 지역 책임자"라고 묵살하며 계속 오락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우리당에 따르면 이날 야유회는 선거를 치른 뒤 당원들을 위로할 겸해서 마련된 자리였고, 예전부터 잡혀져 있었던 일정이었다.

***언론들 호된 질타 "수해지역에서 어찌 이럴 수가"**

이같은 음주가무는 <강원일보> 등 지역신문과 <경향신문><동아일보><세계일보> 등 중앙신문에 보도되면서 외부에 널리 알려졌다.

<강원일보>는 문제의 뒤풀이 다음날인 22일 "열린우리당 강원도당 춘천지역 일부 당원들이 지난 21일 자체 연수회 후 벌인 음주가무 뒷풀이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원일보>는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은 춘천 의암댐 인근 하천 교량밑에서 250여명의 당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연수회를 가진후 오후에 지난 17대 총선에서 수고한 당원 위로연을 가졌다"며 "그러나 이를 지켜본 일부 주민들은 '집권 여당 당원들이 주변 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농민들을 아랑곳 않고 술판을 벌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강원일보>는 이어 "또때마침 도내 영동지역은 태풍 `메기'가 덮쳐 2,000여명의 수재민이 발생, 도지사가 직접 수해현장에 나가 상황을 점검하는 등 민·관·군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음주와 춤판은 더욱 사려 깊지 못한 처사였다는 비난을 샀다"고 전했다.

<강원일보>는 또 '열린우리당 지금이 이럴 땐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이 지난 주말 개최한 당원 연수회는 시기상 적절치 못했다"며 "아무래도 정치 관련 집회로 보아 넘기기에는 도를 넘어섰다"고 질책했다.

사설은 "분명 그 날은 먹고 마시며 놀아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태풍 메기로 도내 영동 지방에는 수해가 났고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2,000여명의 수재민이 발생해 피해 복구가 급했다. 영서 지방 역시 많은 비가 내려 농민들이 논밭 정리에 구슬땀을 흘릴 때였다. 당원들이 음주가무를 한 장소 부근 논밭도 일손이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 주민들의 항의까지 받았으니 여당으로서 이 무슨 창피인가"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은 지난 총선때 당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하나 정치적 모임인 만큼 일정과 주변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했어야 했다. 내부적으로 누군가가 이 문제를 짚었어야 했다. 직장인이나 일반 계모임과는 분명 달리 처신해야 하는 것이 정치 모임이기 때문이다"고 질책했다.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경향신문>도 '수해복구 와중에 술잔치라니'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강원지역은 3년째 계속된 태풍 피해로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고 한다. 그 시간 수재민과 공무원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수해 복구작업에 나섰다지 않은가"라고 질타했다.

사설은 "이번 행사는 당 지도부와는 관계없이 지방조직이 주도한 당원 위로 모임일 수 있다. 호화판이 아니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한 정당, 그것도 일선 여당 조직이 이런 정도의 행사를 하려면 최소한도의 분별력은 있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일선에서부터 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도이다. 그것이 살아있는 정당조직이 만들어내는 정상적인 정치행위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강릉지역의 한 주민이 태풍으로 살고 있는 집이 몽땅 물에 잠기자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정말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한탄하는 모습이 TV에 보도되었다. 이런 수재민들이 아니더라도 요즘에는 하루하루를 나는 것이 겁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지금 열린우리당이 진정으로 위로해야 할 사람은 당원들이 아니라, 먹고 사는 데만도 힘이 부치는 수많은 국민들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열린우리당 연수회가 도마위에 오르자, 한나라당 강원도당은 즉각 논평을 통해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은 도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성숙하고 책임있는 여당의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치고 나왔다. 열린우리당 강원도당이 서둘러 사과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원도당 사무처장, 야유회 보도한 언론에 폭언도**

한편 이같은 야유회 사실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자 강원도당 사무처장이 이를 보도한 언론들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기사를 쓴 것 아니냐"며 항의를 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 한층 빈축을 사고 있다.

<경향신문>은 22일 야유회 사실을 보도한 후, 강원도당 사무처장이 "기자는 강원도 사람이 아니죠"라고 물은 뒤 "이번 기사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같다"라고 출신지역과 연관시키며 항의한 내용도 함께 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사무처장은 "이번 연수회는 강원도당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고, 수해란 중복적으로 나는 것인데 사전에 준비한 행사를 못할 이유가 없으며 왜 사무처장인 나에게 취재를 하지 않았냐"고 항의했다.

항의를 받은 <경향신문> 기자는 후속기사를 통해 "강원도 출신이 아닌 기자가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그야말로 아전인수격 피해망상"이라며 "그의 주장대로라면 이를 보도한 다른 언론사 기자는 모두 강원도 사람이 아니어야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도한 기자 대부분은 강원도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행사를 강원도당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구당이 없어진 뒤, 지구당에 도에 속해있고 당원 연수회 또한 강원에서 돌아가며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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