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교착상태인 노-사-정 간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2004 노사정 대타협 추진위'를 구성하고 이를 범사회 기구로 발전시키기 위해 야당과 노동단체 등을 접촉키로 했다.
*** 노사정 대타협 추진위 구성에 당-정 합의 **
24일 열린우리당은 이부영 당의장, 천정배 원내대표, 임채정 기획자문단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획자문단 회의를 열어 '2004 노사정 대타협추진위'를 당내 기구로 구성키로 결정했다.
열린우리당은 일단 99년 민주노총의 탈퇴로 거의 마비 상태에 있는 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 각계 각층의 대타협을 이끌어 내기 위한 위한 범국민적 기구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민병두 기획조정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 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 타협이 가장 중요하다"며 "노동계와 사용자측을 접촉한 뒤 여야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부영 당의장도 이해찬 국무총리과의 오찬회동 자리에서 추진위 구성 경위를 설명하고 정부측의 참여와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 의장은 "가능하면 경제계와 노동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당내 기구를 구성해 정기국회 진행 과정에서 결실을 얻는 것이 목표"라며 "의욕만 갖고 덜컥 나서다 어느 한 쪽에라도 누를 끼치는 일이 되지 않도록 하나하나 짚어가며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말했고, 이에 이 총리는 "오늘 당에서 추진위를 발족하기로 했다는 뉴스는 필요하던 차에 마음에 딱 떨어지는 소식"이라며 적극 협조를 약속했다.
오찬이 끝난 후, 임종석 대변인은 "당과 정부는 추진위의 활동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사전에 당정협의를 통해 안정감 있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 "노사 함께 양보하는 '네덜란드식' 적합" **
열린우리당은 우선 추진위 구성만을 발표한 채 25일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추진위 인선과 활동 방향 등을 결정해 구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임 대변인은 추진위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도 연구하고 있고 당과 보조를 맞춰 나가겠다는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세부적인 내용은 위원회가 돌아가야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네덜란드식 노사협약'이 화두에 올랐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최근 "80년대 초에 네덜란드가 엄청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노사정 대타협 계기를 마련해서 그것을 가지고 다시 일어났다"며 "노동조건 유연화나 임금면에서 노동자들이 양보를 하고 그 재원을 비정규직이나 실업자해소에 쓰고 정부는 세금을 깍아줘서 노동자는 사용자를 도와주고 사용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메카니즘을 지금 다시 한번 만들어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희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열린우리당 이 의장도 "네덜란드 노조 등은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임금 동결과 파업 자제를 약속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한나라당의 제안을 받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의장은 이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노조가 앞장서서 경제가 어려울 때 일부 노동 시간을 늘리고 임금 삭감해 노사 타협한 예가 있다"며 정부측의 폭 넓은 연구를 당부했다.
***민노, "현실 모르고 하는 소리" **
양 당의 이같은 논의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김성희 부대변인은 "노사정 대타협이 일정한 명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타협을 말하기 앞서 노동과 자본 간의 힘의 균형, 노동관련법의 전반적인 선진화, 노동을 파트너로 보는 인식의 전환등이 선행되야 하고, 이에 대한 확실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아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양 당이 추진위의 방향을 '네덜란드식 모델'로 잡아가는 데에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마뜩찮아 했다.
그는 "거대 여야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걸 누가 말리겠냐마는 노사 양쪽이 모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네덜란드식'은 노사 모두에게 매력이 없는 방안"이라고 일축하고 "실제 당사자들은 관심이 없는데 정치권이 분위기만 몰아가고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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