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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회 생일 맞는 쿠바의 카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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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회 생일 맞는 쿠바의 카스트로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17>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북한의 김정일과 함께 지구상 가장 폐쇄된 국가의 독재자로 널리 알려진 피델 알레한드로 카스트로가 오는 8월 13일로 78회째 생일을 맞는다.

카스트로와 쿠바를 이야기할 때 아르헨티나의 어네스토 체 게바라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사진1> 카스트로를 만나기 전, 꿈 많던 의학도 시절의 체 게바라.

남미의 혁명가로 널리 알려진 체 게바라는 1928년 아르헨티나 북부 코르도바 시에서 태어난 의사 지망생이었으나 23세 때 방학을 이용,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목격한 민중들의 비참한 생활을 바로 잡고자 혁명가로 변신했다.

체 게바라는 1952년 민중봉기를 주도하다 체포되어 멕시코에서 망명생활을 보내고 있던 피델 카스트로와 만나, 혁명에 의기투합한 후 혁명군들의 아바나 공격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이 되어 1959년 쿠바에 공산정권을 수립했다.

그러나 체는 아바나 공격의 일등공신임에도 불구하고 카스트로 형제들과 혁명 사상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쿠바를 떠나 콩고반군 지원과 중국 혁명지원 등 제3세계 혁명 전파를 주도하다 1967년 볼리비아 산골에서 파란만장한 젊은 삶을 마감한다.

두 사람이 똑같은 혁명 동지였으나 쿠바를 정복한 후 체가 민중혁명을 이루어 진정한 복지국가의 건설을 꿈꾸어 왔다면 카스트로는 처음부터 정치적인 야심을 가지고 있어 서로가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셈이다.

아르헨티나의 역사가들은 체가 공산주의자가 아니고 영국의 의적 로빈훗을 동경했던, 힘없는 민중을 위한 진정한 혁명가였다고 주장한다. 그가 만약 공산주의자였고 정치적인 야심이 있었다면 쿠바에 남아, 정권을 잡기 위해 카스트로 형제들과 피 튀기는 투쟁을 벌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진2> 체 게바라(왼쪽)와 카스트로. 혁명동지였던 두 사람은 쿠바혁명 성공 후 서로가 대립의 각을 세우는 갈등을 보였다.

”나의 운명을 세계의 가난한 모든 사람들에게 걸겠다”고 외친 체 게바라의 좌우명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체 게바라의 게릴라 작전 성공으로 아바나 입성에 성공한 카스트로는 지난 45년간 1인 독재체제를 굳혀 남미 좌파지도자들의 맏형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케네디 정부를 비롯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에게는‘눈엣 가시’였던 것이 사실이다.

***‘카스트로 정권의 힘은 쿠바인들의 자존심’**

반미성향이 강한 아르헨티나에서 카스트로의 인기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가 카스트로를 만나 본 것은 지난해 5월 키르츠네르 대통령 취임식 축하 만찬장에서였다. 당시 한국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산마르틴 궁의 만찬장에서 카스트로와 조우했었다. 언어차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으나 한국의 고위층 인사가 쿠바의 카스트로와 직접 대화를 한 건 문 특사가 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80을 바라보는 고령의 카스트로에게서 전성기 때의 카리스마나 청중을 압도하는 힘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몇 걸음 옮길 때마다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로 노쇠해진 거구의 육체, 중언부언 반복되는 쉰 듯하고 힘없는 그의 연설 등 필자가 기대했던 예전의 피델 카스트로의 모습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실망이었다.

그러나 카스트로의 인기는 대단해서 가는 곳마다 수많은 청중들을 몰고다녀 누가 대통령에 취임을 하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심지어는 외국사절들까지도 카스트로와 만나 악수라도 해 보려고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카스트로의 이런 인기, 45년간 1인 지배체제를 굳히고 있는 그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사진3>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하고 있는 쿠바 지도자 카스트로.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카스트로가 반세기에 가깝게 장기집권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중남미 최고의 무료교육제도와 의료혜택을 꼽는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로서는 드물게 어느 정도 보장된 자유체제가 카스트로를 쿠바인들의 우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쿠바에 정통한 아르헨티나 외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카스트로의 진정한 권력의 힘은 조그만 섬나라 쿠바가 바로 코앞의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에 맞서서 조금도 굽히지 않고 쿠바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라며 “이 자존심이야말로 카스트로의 쿠바를 지탱하는 최대의 무기”라고 주장했다.

카스트로는 지난 5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전을 끝내고 쿠바를 침공할 것이라는 설이 떠돌자 승부수를 띄웠다. 부시 대통령에게 쿠바 국민의 이름으로 된 공개서한을 보낸 것이다. 카스트로는 부시 대통령을 폭군 네로로, 자신은 검투사로 비유하며 미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이 서한의 마지막 부분을 첨부한다.

“당신이 (군사적으로) 상대가 안 되는 우리와 일전을 결정한다면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이 원형 경기장에 들어서서 황제의 얼굴을 바라보며‘시저 만세’를 외치며 죽어갔듯이 나 역시 그들처럼 (죽음을 앞두고) 당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다만 한가지 내가 최전방에서 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동안 당신은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백악관)에 있어 당신의 얼굴도 못 보고 죽어야 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쿠바인들은 이에 열광했다. 카스트로는 바로 쿠바인들의 자존심의 상징인 것이다.

“Puesto que usted ha decidido que nuestra suerte está echada, tengo el placer de despedirme como los gladiadores romanos que iban a combatir en el circo: Salve, César, los que van a morir te saludan. Sólo lamento que no podría siquiera verle la cara, porque en ese caso usted estaría a miles de kilómetros de distancia, y yo estaré en la primera línea para morir combatiendo en defensa de mi pat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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