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카스트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와 함께 좌파정권을 이끌면서 미국과 IMF에 대립의 각을 세워왔던 남미 4인방 가운데 하나였던 루이스 이그나시우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노선 변경을 천명했다.
최근 브라질 재계의 요구대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감세 조치를 단행하는 서명식 자리에서다. "장가 안 간 총각 때와 결혼한 가장은 달라야 한다" 고 좌파적인 그가 정치 노선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1> 청소부에서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 룰라 브라질 대통령, 그는 대통령 당선증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룰라의 가장 비유는 12남매 가운데 6번째로 태어나 어렵게 살아왔던 그가 인구 1억5천만의 브라질 인구 가운데 5천만 이상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절대 극빈자라는 데서 그의 고민을 잘 나타내고 있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룰라는 12남매 중 4형제가 가난과 배고픔을 못 이겨 세상을 뜨는 것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가난과 배고픔의 설움을 뼈저리게 체험한 룰라가 브라질 국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좌, 우가 무슨 대수냐는 것이다.
룰라 대통령의 과거는 전형적인 브라질 극빈자들의 모습이다. 12세의 소년시절부터 청소부로 취직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그는 14살 때부터 철공소 직공으로 어려운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22세에 결혼을 했으나 임신한 부인이 출산 중 사망, 아이와 아내를 동시에 잃어버리는 큰 불행을 겪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룰라는 교육혜택을 받지 못했다. 대선 승리 후 선관위로부터 대통령 당선증을 받아 든 룰라는"생애 처음 받아보는 디플로마(졸업장)가 대통령 당선증"이라며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졸업장과 당선증은 똑같이 '디플로마'임)
<사진 2> 가난과 배고픔이 한이된 룰라 대통령은 5일 극빈자 퇴치를 위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브라질은 현재 1천1백50만 가정이 하루 1천원 정도의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룰라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브라질레뇨들의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는 것이 모든 정책의 최우선"이라며 "오는 2006년까지 극빈자 전체를 배고픔에서 구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빈민들에 대한 룰라 대통령의 빈민 구제정책은 페르난도 카르도소 전 대통령과는 확연히 구분이 된다. 카르도소 대통령은 집권시절 2백50만 극빈가정에 생활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룰라는 집권과 동시 4백50만 가정으로 그 혜택을 늘리고 65세 이상 노인가장과 장애인 가장 돕기 프로그램에 연간 50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는 1인당 월 3만원 정도의 수준으로 충분치는 않지만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이라는 것이 브라질 정부의 설명이다.
브라질 정부는 2005년까지 8백70만 가정에 배고픔을 없애주고 오는 2006년까지는 브라질에서 굶주린 가정이 하나도 없게 만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았다.
룰라 정부는 기업들의 요구를 수용, 각종 제세 감면조치를 취해주어 경기를 활성화 시킨 다음 세수증대를 노린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으나 전 정권 시절부터 누적돼온 천문학적인 금액의 공공분야 부채가 큰 짐으로 남아있다.
룰라 자신도 최근 한 측근에게"사회 각 분야에 만연된 불법과 탈세를 근절하고 빈부의 격차를 어떻게 줄여나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힌 바 있다.
1억5천만 명의 가장으로 무거운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정치노선 변경을 선언한 룰라 대통령이 기업인들의 편에 서서 세수증대를 이루고 어린 시절부터 한이 맺힌 가난 퇴치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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