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청문회를 마지막으로 국회는 한 달여간의 고 김선일씨 피랍-피살 사건 국정조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국정조사는 여야를 떠나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을 받으며 감사원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지만, AP통신과 관련한 핵심 의혹 등은 여전히 원점을 맴돌아 그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조특위는 3일 청문회를 끝낸 뒤 전체회의에서 “김씨 피랍사건은 외교안보시스템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사례”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NSC의 개선 방안을 두고 여야간의 이견을 보여 일부 수정후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가 몰랐다고 해도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김씨 피랍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외국민 보호에 관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정부의 교민안전관리와 정보입수 활동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또 AP통신이 외교부에 김씨 피랍 사실을 문의한 것과 관련, “AP 서울 지국 기자들은 피랍사실을 인지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고, 외교통상부가 중요한 정보를 소홀히 취급한 면이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조특위는 정부의 김씨 구출 노력과 관련, “급박한 사건 전개에도 불구하고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미국과 원활한 정보교류를 하지 못하는 등 신속한 사건 대응에 실패했다”며 “관계부처간 정보융합시스템의 부족 등 구조적으로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이라크대사관의 교민보호활동에 대해서는 “가나무역을 직접 방문하는 등의 적극적인 안전관리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무장단체와의 협상통로를 확보하거나, 외국 정보기관과 정보교류를 하는 등의 대비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특위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에 대해 “독자적인 구출을 시도하였지만 납치단체 또는 살해단체와 직접적인 협상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며 “정부에 김씨 피랍사실을 알리지 않아 정부차원의 구출역량 발휘여지를 축소시켰다”고 결론내렸다.
***야, “관련법에 맞게 NSC 전면 개선”, 여 “NSC 기능 활성화”**
그러나 이날 채택된 보고서에서 여야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개선방안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한나라당에선 “NSC가 현행 법령에 의하면 대통령의 자문기구인데 정책의 집행 기능까지 하고 있다”며 “따라서 현행법과 법령에 맞게 그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에선 현행법 체제하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NSC의 기능을 활성화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여야는 보고서에 이 같은 주장을 병렬적으로 싣기로 합의했다. 특위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을 소수의견으로 보고서에 넣기로 했다. 보고서는 23일이나 24일 본회의에서 보고될 예정이다.
***AP관련 의혹 규명이 핵심으로 떠올라**
보고서에 따르면, 특위 위원들은 한국 정부가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김선일씨 피랍이 알려지기 이전에 피랍사실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이에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4일 회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사전인지를 못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외교안보라인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AP가 입수한 김선일씨 피랍 비디오 테이프의 원본이 13분 분량이었고, 원본에는 김선일씨가 미군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등의 상세한 신원이 드러나 있어 한국 정부보단 미국의 사전 인지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AP가 원본을 봤다면 한국인이 피랍됐다는 사실과 그 한국인이 미군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나 미군에 문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만약 AP가 미국에 알렸다면 미국 정부가 한국의 파병을 위해 AP에 ‘보도자제 요청’등의 모종의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씨 비디오를 4분30초로 ‘누가, 어떤 목적으로’ 편집했는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비록 국정조사가 끝나긴 했지만, 진실 규명을 위해 의원들은 8월 임시국회에서 통외통위 등 관련 상임위를 열어 여러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조특위에서 김천호 가나무역사장과 AP기자와 통화를 한 외교통상부 정우진 외무관을 위증으로 고발한 상태여서 검찰이 위증여부를 수사하면서 김천호 사장과 AP통신에 대한 각종 의혹을 밝힐 수 있을지도 기대해 볼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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