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더 이상 버틸 여력도 없어요. 장사도 안 되는데 차라리 무료신문사들 앞에서 죽기살기로 싸워볼랍니다."
만화 무료신문의 창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9일 오후, 지하철역에서 신문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62세·여)씨는 요즘 심경을 물어보는 프레시안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최씨는 동료들과 함께 20일 저녁 만화 무료신문 인쇄의 대행을 맡은 세계일보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뒤 21일부터는 아예 문을 닫겠다고 했다. 최씨의 다짐은 21일 아침 실천에 옮겨졌고, 출근길 신문 가판대를 찾았던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길을 돌렸다.
***"하루 15시간 노동하고 월수입이 40만원이라니…"**
최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도 평택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일해왔다고 한다. 슬하의 자식들을 다 키운 뒤 무언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50대 중반부터 장애인복지시설에 봉사를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60세가 넘으면서 봉사 일도 점차 힘에 부쳤다.
최씨는 마침 아는 이의 소개로 올해 2월부터 한 장애인이 임대허가를 받은 지하철 신문가판대에서 월급을 받고 신문판매 일을 해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월 80만원을 준다고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고작 7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됐다. 그래도 최씨는 장애인도 돕고, 한편으로는 조금이나마 스스로의 힘으로 용돈이라도 벌자는 취지에서 고된 일을 맡았다.
하지만 신문 가판판매라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해 비좁은 공간에서 오후 10시까지 무려 15시간을 지낸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역이었다. 신문이라도 잘 팔리면 모르되 하루매출은 많아야 몇 만원에 불과할 때가 부지기수였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최씨는 고심 끝에 비슷한 또래를 고용해 시급 2천원씩 하루 5시간씩을 맡기기로 했다. 가뜩이나 적은 월급은 금방 반 토막이 났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최씨는 도시락을 싸오는 등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면 뭐합니까. 이젠 만화 무료신문까지 나오니 지금보다 가판 판매수익이 뚝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거 아닙니까. 저야 다시 집에서 소일을 하면 되지만 임대료도 못 내게 생긴 장애인들은 또 어떻게 합니까."
***"가판 판매 최악, 이 상황이면 모두 문닫아야"**
지하철 신문 가판대는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 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장애인 △모자 가정 △65세 이상 노인 △독립유공자 또는 국가 유공자 유가족 등을 대상으로 임대해 주고 있다. 월 임대료는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평균 200만원선으로, 서울지하철공사가 이보다 조금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300여개로 추산되는 이들 지하철 신문 가판대는 지난 2001년 무료신문의 잇따른 창간 이후 판매에 큰 타격을 입기 시작, 현재 전체 매출액의 70%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6호선 가판대에 신문을 보급하고 있는 (주)여명유통 정남훈 대리는 "이들 가판업자들은 예전에 하루 5만원을 벌었다면, 이제는 하루 1만원도 못 벌고 있는 셈"이라며 "6호선의 경우 만화 무료신문의 창간 이전에 벌써 5개소가 임대료를 내지 못해 사업을 포기했고, 이런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지하철 역사에서 신문 가판대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철도공사 사업팀 한 관계자는 "무료신문의 잇따른 창간으로 신문 가판업자들이 생계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만약 가판업자들로부터 임대료 인하 요구가 접수되면 보다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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