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파병시 의원직 사퇴를 하겠다던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이 "나의 주관적인 희망이나 철학과는 달리 객관적으로 돌아가는 국제질서 안의 문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항상 원점에서 가치만 갖고 주장할 수 없다"며 '파병 현실론'을 주장했다.
***"나의 인본주의, 전혀 바뀐 것 없다"**
임 의원은 18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추가 파병과 관련, '파병 원점재검토를 요구하는 서명에 왜 동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 바꾸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답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에 정부 파병론에 찬성한 것과 관련, "지난 6월 8일 유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뒤 우리 정부가 완전히 원점으로 돌리기 어렵게 됐다"며 "6월30일까지 주권을 이양하겠다고 했고, 유엔의 역할 높여졌으며, 자치정부 권한이 대폭 주어지는 등 상황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의 8일 유엔 결의안때 유럽국가들이 미국의 파병 요구 및 이라크에 부채탕감안 등을 단호히 거절했으며, 유엔도 나날이 악화되는 이라크 치안상황을 이유로 유엔직원의 이라크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없다.
임 의원은 이에 앞서 정부가 추가파병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작년 10월에는 "마치 이미 미국의 요청에 따른 대규모 전투병 파병이 정부 안에서는 결정이 된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는 이 흐름을 어떻게 해서라도 막고 싶다"며 "정부가 끝내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결정하고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단식농성을 벌였었다. 그는 하지만 그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벌인 파병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는 동참하지 않아 파병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주된 공격대상이 돼왔다.
임 의원은 이같은 변신과 관련,"단식을 결심할 당시 근저에 있던 인본주의는 지금도 전혀 바뀐 것 없다"면서도 "정치인으로서 항상 어려운 문제가 옳으냐, 그르냐하는 가치와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라는 현실 사이에 어느 지점에서 조정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어렵다"며 '현실론'을 제기했다.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자주적**
임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쉬움은 남지만, 정부나 국회가 예전의 어떤 외교적 사항보다 자기 목소리를 그래도 낸 편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의총에서도 16대 결의 존중이 아니라 16대 결의 효력 존중이라고까지 말을 조정하게 된 내부에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자주적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이밖에 파병 재검토 서명운동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를 해명하며 "국회에서 하는 일에 대해 시민단체가 미리 서명 받으려고 하는 경우 많다. 큰 정치적 단체인 경우, 미리 과반수 서명 받아 자기 뜻 관철시키려는 경우 많은데, 어떻게 보면 사전 국회, 정부와도 의논하고 시민사회 토론과정에서 의견 조율해야 되는데, 미리 정치적 입장을 정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선호하지 않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시민단체를 비판해, 논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겨레, 경향 등 '현실론' 맹성토**
한편 이같은 임종석 의원 등의 '파병 현실론'에 대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은 18일 만평을 통해 그 허구성을 신랄히 비판해, 파병반대 입장을 바꾼 우리당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임종석-손석희 인터뷰 전문**
다음은 손석희 아나운서와 임종석 의원의 인터뷰 전문
손석희 : 16대 임기 말에 파병을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고,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파병 재검토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서 빠져 있다. 왜 서명 안했나.
임종석 :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시민단체에서 하는 것은 대체로 서명 안 해왔다. 국회에서 하는 일에 대해 시민단체가 미리 서명 받으려고 하는 경우 많다. 큰 정치적 단체인 경우, 미리 과반수 서명 받아 자기 뜻 관철시키려는 경우 많은데, 어떻게 보면 사전 국회, 정부와도 의논하고 시민사회 토론과정에서 의견 조율해야 되는데, 미리 정치적 입장을 정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선호하지 않고 있다.
또 하나는 지금 바꾸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실제 효력의 문제다. 이 문제 보는 내 시각은 변한 게 없다. 그러나 당장 오늘 정부가 입장 결정해야 될 판인데, 서명 내용은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것이고 16대 의결을 무효로 시킬 수 있어야 되는데...
손 : 꼭 원점 재검토 아니라도 서명한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임 : 각자 좀 토를 달아 이런 부분 생각이 다르다고 한 사람도 있는데, 내용 자체는 원점재검토였다.
손 : 16대 말에는 단식을 하며 의원직 사퇴까지 공언했는데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뭐냐. 설마 당직을 맡아서 그런 것인가.
임 : 전혀 아니다. 중요한 시점이 세 번 있었다. 하나는 처음 추가파병 결정되고, 미국이 1만2,3천명 규모의 전투병을 민감한 지역에 파병 요청해서 내가 강하게 단식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 결정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선 안 되는 것이고, 그 이후 3천명정도 규모로 축소가 되고 물론 파병 부대 성격에는 여전히 논란 남겼지만, 2차에서 반대했던 것은 완전히 원천적으로 안갈 수 없다면, 유엔 평화유지군 성격이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국제사회와 함께 이 문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는데, 지난 6월 8일, 유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뒤 우리 정부가 완전히 원점으로 돌리기 어렵게 됐다.
손 : 현실론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었는데 단식농성 할 때는 현실론 없었나.
임 : 그때그때 마다 나의 목적은 비교적 분명했다. 처음에는 미국이 요청하는 1만 2-3천명 규모 전투병은 막아야 된다는 거였고, 그 이후 원천적으로 막지는 못했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다. 3천명 규모 성격도 그렇고, 이라크 정부에 주권이양을 약속한 그 이후에 2차 유엔결의안 반드시 필요했다. 그 때 근본적으로 파병부대 성격이 변하길 원했는데, 기대했던 만큼은 안됐다. 6월 30일까지 주권을 이양하겠다고 했고, 유엔의 역할 높여졌으며, 자치정부 권한이 대폭 주어지는 등 상황 변화가 있었다.
손 : 단식할 당시 근저에는 인본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 지금 바뀐 것은 아니지 않냐.
임 : 전혀 바뀐 것 없다. 정치인으로서 항상 어려운 문제가 옳으냐, 그르냐하는 가치와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라는 현실 사이에 어느 지점에서 조정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어렵다. 이 문제 보는 시각은 전혀 변한 게 없고, 아쉬움은 남지만, 정부나 국회가 예전의 어떤 외교적 사항보다 자기 목소리를 그래도 낸 편이라고 생각한다. 16대 국회가 나는 두 번이나 다 반대했지만, 결정한 것을 원점으로 돌리긴 어려웠다. 어제 의총에서도 16대 결의 존중이 아니라 16대 결의 효력 존중이라고까지 말을 조정하게 된 내부에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
손 : 대통령도 같은 얘기를 했다.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 만찬하며 말한 정치인으로 피할 수 없는 현실과 임 의원 말하는 현실이 같은 거냐.
임 : 비교적 그렇다. 나의 주관적인 희망이나 철학과 달리 객관적으로 돌아가는 국제질서 안의 문제, 외교는 그 문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항상 원점에서 가치만 갖고 주장할 수 없다.
손 : 국제질서는 한미관계를 말하는 거냐.
임 : 한미관계에서 예전의 다른 사안보다 많이 목소리 냈다. 유엔차원에서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결론나길 바랬는데, 유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상황에서 추가 파병 문제를 원점으로 돌리긴 어렵다 .
손 : 송영길 의원도 올 연말에 파병 연장 동의안 제출되면 당내 파병 반대자를 다시 규합하겠다는 쪽으로 얘기했다.
임 : 나도 그럴 생각을 갖고 있다. 전쟁의 성격, 그리고 파병을 보는 내 시각은 변한 게 없다. 연말까지 이라크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제 의총 결론은 16대 결의 효력 존중한다면서도 절대 안정과 평화재건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어 이후 연장동의안 넘어왔을 때 논의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손 ; 파병재검토 서명파 의원들 일부가 당론 역행하는지 모르겠지만, 민주노동당, 민주당 시민단체 등 파병 철회 결의안 제출 추진 중이다.
임 :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사회가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하고 그게 시민사회 역할이다. 다만 나도 처음 시점과 중간 시점, 지금 와서의 시점 이것이 늘 원점에서서 가치만 갖고 말하기는 어려운 여건 때문에 이런 변화 택했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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