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병준 신임 정책실장은 16일 인사차 각당 원내대표를 잇따라 방문해 정부의 원활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김 실장을 맞은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주로 언급하며 정부와의 시각차를 부각시킨 반면, 열린우리당은 최근 분양원가공개 논란 등을 둘러싼 당청간 불협화음을 일소하려는 듯 긴밀한 당청관계를 강조하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김병준,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헌법기관 독자성 보장할 것" **
국회에서 김병준 실장을 맞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점점 천도로 진행되고 있어 걱정"이라며 여야간 첨예한 관심사로 떠오른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거론했다. 김 대표는 이어 "국민의 뜻에 부치는 것이 옳지 않느냐. 자칫 국론분열과 지역 갈등을 야기할 수 있고 실제 그런 조짐이 있다"며 청와대 측에서 이미 '불가' 입장을 표한 국민투표를 다시 한번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상생의 장을 열겠다는 정부 취지를 오해하고 있는 주민이 있다"며 "수도권도 나름대로 잘 다듬어 나갈 것"이라며 국민투표 제안을 일축했다.
김 실장은 또 "행정수도 이전을 행정부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라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의 전체계획을 짜는 것일 뿐이며 헌법기관의 독자성은 보장된다"며 "이전 여부도 나름대로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혀 국회, 사법부 등 헌법기관의 이전 여부를 기관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실장을 또 "문민정부때보다 지금 각종 위원회가 2배가 넘고 정부도 점점 커지는 것 같다"는 김 대표의 지적에 대해 "위원회가 국민의 정부보다는 많지 않고, 정부도 다른 나라보다 크지 않다"고 반박하는 등 양자간의 가벼운 설전이 오갔다.
*** 천정배, "당정협의 한 번으로 일사분란하게 결정나는 것은 과거식" **
반면 김 실장의 방문을 받은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원내대표는 "참여정부의 국정철학 만들어 내신 분", "정책실장 최적임자" 등의 칭찬으로 김 실장을 한껏 추켜세웠다.
최근 불거진 당청간 불화설을 의식한 듯 천 대표는 "당정협의 한 번 면 끝이고 일사분란하게 결정나버리는 것은 과거식 추진방식"이라며 연신 "당청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또 "당은 1백51명이 각자 주체가 돼 논의하는 회의체로 일사분란할 수 없다"며 이견표출이 잦은 당내 상황을 김 실장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자리를 함께한 홍재형 정책위의장도 "다른 얘기가 나오는 것은 건강한 징후다. 여러가지 의견을 모아 결정이 되면 그때 일사분란하게 추진하면 된다"며 천 대표를 거들었다.
이에 김 실장도 "언론에서 자꾸 삐걱거린다 하니 자주 찾아뵙고 삐걱거리지 않도록 하겠다"며 긴밀한 당청 협조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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