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9일자를 통해 공개한 '쓰레기 만두' 사과보도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경찰청 출입기자단은 9일 오후 긴급 기자총회를 열어 문화일보측에 정정보도를 요구했고, 문화일보는 10일자 후속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출입기자단 성명 "명예 악의적으로 훼손"**
출입기자단은 이날 긴급 기자총회 뒤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문화일보를 받아본 경찰청 출입기자들은 하나같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번 보도는 경찰청 출입기자들의 명예를 악의적으로 훼손한 명백한 오보이자 자기반성을 빙자한 선정적 기사에 다름 아님으로 문화일보는 즉시 정정보도를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입기자단은 성명에서 문화일보의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출입기자단은 먼저, '쓰레기 만두'와 관련한 엠바고(보도제한 시점) 유지기간은 석 달이 아닌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엠바고를 수용한 이유에 대해서도 "단순히 경찰수사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부 만두업체가 쓰레기 만두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주 중인 주요 혐의자 이모 씨를 검거하는 것이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핵심이기에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출입기자단은 "'공업용 우지라면 사건'이나 '포르말린 골뱅이 통조림 사건'과 같이 검·경의 수사결과와는 정반대로 법원의 무죄확정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보도에 신중을 기했던 것"이라며 "또한 해마다 반복되는 불량식품 사건의 행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악덕 식품업자들에 대한 준엄한 처벌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의 충실한 수사가 선행돼야 하기에 고민스럽게 엠바고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단 "본뜻 달리 방조했다는 지적 겸허히 수용"**
출입기자단은 "문화일보가 정정보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언론중재위원회 신청과 민·형사상의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기자단은 "경찰수사가 시작된 지난 2월말, 당시 출입기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를 알지 못했지만 문화일보는 마치 기자들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묘사했고, 심지어 '만두를 먹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는 참담함을 넘어 허탈함까지 느끼게 했다"며 "따라서 기자단은 문화일보측에 즉각적인 정정보도를 정중히 요청하고,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민·형사상의 대응도 아울러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단은 성명서 끝에서 "본뜻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쓰레기 만두가 유통되도록 방조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 "기자단, 경찰 엠바고 연장 계속 수용"**
문화일보측은 경찰청 출입기자단의 성명에 대해 10일 오전 "아직 출입기자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정정보도 요구가 들어오지 않은 상태여서 내부 방침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영범 문화일보 사회부장은 10일 오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언론사간의 논쟁은 사건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 같다"며 "문화일보가 사과보도를 한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건강권이 침해된 것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고백이었을 뿐 출입기자단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문화일보는 10일자 <'불량만두' 사건 전말>이라는 제목의 후속보도에서 경찰이 엠바고를 요청하게 된 경위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문화일보는 보도에서 △이 사건은 애초 제보가 아닌 경찰청 외사3과 소속 경찰관의 인지에 의해 수사가 착수됐으며 △주범 이 씨는 구속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도주해 판사가 4월 26일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이 과정에서 한 신문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4월 27일 범인 검거를 이유로 엠바고를 신청,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들였으며 △그 뒤 언론은 경찰이 구속영장 시한인 5월 3일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다시 엠바고 연장을 요청하자 또다시 이를 받아들였다고 공개했다.
문화일보는 "언론은 4월 27일 브리핑을 통해 불량 만두소가 유명식품업체에 공급됐다는 사실과 만두제조업체들의 실명, 피의자의 부당이득 규모 등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 받았다"며 "이에 몇몇 기자들은 식품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보도를 하자고 했지만 출입기자단이 엠바고를 받아들여 보도하지 못했고, 결국 한 차례 더 엠바고가 연장됐다"고 털어놨다.
유회경 문화일보 경찰청 출입기자는 "이 기간동안 문화일보를 비롯한 기자들은 비공식적으로 경찰에 몇 차례 수사 촉구와 엠바고 해제 등을 요구했지만 기자단 전체 의견을 담은 요청은 공식적으로 없었다"며 "결국 6월 4일, 7일자 보도를 전제로 경찰의 수사결과 브리핑이 있었고 기사는 약속대로 7일자 조간신문에 일제히 보도됐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음은 경찰청 출입기자단이 작성해 배포한 성명서 전문이다.
***<문화일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2004년 6월 9일자 문화일보를 받아본 경찰청 출입기자들은 하나같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소비자 울린 쓰레기 만두 엠바고'라는 제목의 문화일보 기사는 경찰청 출입기자들의 명예를 악의적으로 훼손한 명백한 오보이자 자기반성을 빙자한 선정적 기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기사에 따르면 경찰청 출입기자들이 '쓰레기 만두' 유통사실을 알고도 경찰의 수사편의를 이유로 석 달동안 엠바고(보도유예조치)를 걸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는 것.
그러나 문화일보의 기사의 오류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쓰레기 만두' 관련 엠바고 유지기간은 석달이 아닌, 한달이 조금 넘는 기간이었다. 엠바고를 수용한 이유도 단순히 '경찰 수사의 편의' 때문이 아니다.
일부 만두업체가 쓰레기 만두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주중인 주요 혐의자 이모씨를 검거하는 것은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핵심인 것으로 경찰청 출입기자들은 판단했다.
특히 '공업용 우지라면' 사건이나 '포르말린 골뱅이 통조림' 사건처럼 유해식품 관련 사건은 검경의 수사결과와는 정반대로 법원의 무죄확정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경찰의 세심하고 철저한 수사와 언론의 신중한 보도만이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공식회의를 거쳐 기자단은 2004년 4월 27일부터 6월 7일까지 엠바고를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한 것이다. 또한 너무나 부끄러운 불량식품 사건이 해마다 반복되는 행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악덕 식품업자들에 대한 준엄한 처벌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찰의 충실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봤기에 고민스럽게 엠바고를 유지했다. '알권리'의 일시적 충족보다는 궁극적인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선택한 것이다.
문화일보 기사의 억지주장은 또 찾아볼 수 있다. '경찰수사가 2월말에 착수됐지만 사건이 즉각 보도되지 못했다', '경찰수사가 시작된 2월말부터 6월 7일까지 무려 100일동안 국민들의 알권리와 권강권은 침해됐습니다'는 부분으로 마치 출입기자들이 수사내용을 처음부터 알고도 기사화하지 않은 것처럼 묘사했다.
수사착수 당시 출입기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문화일보 기자조차도 경찰수사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기사화하라는 것인가?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경찰들은 만두를 먹지 않았습니다.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었을 겁니다'라는 기사부분에 이르면 출입기자들은 참담함을 넘어 허탈함까지 느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사실무근이다. 출입기자 전체를 매도할 의도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허위사실을 써댈 수 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기사를 작성한 문화일보 기자는 편집과정에서 추가된 부분임을 인정했다. 또한 '석 달 동안 알고도 방치' 부분 역시 무리한 표현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화일보의 악의적 기사는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유포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출입기자의 명예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
경찰청 출입기자 일동은 이에 따라 문화일보측에 즉각적인 정정보도를 정중히 요청할 방침이다. 우리의 정중하고도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민형사상의 대응도 아울러 검토할 방침임을 밝힌다. 아울러 경찰청 출입기자 일동은 본뜻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쓰레기 만두가 유통되도록 방조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2004. 6. 9 문화일보를 제외한 경찰청 출입기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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