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體面)**
남들은 좀 많이 가져도 좋고, 나는 조금 가져도 좋은 것.
"사람들이 가장 피곤해 하는 가면"('악마의 사전')이라 했으니 갖는 것 자체가 피곤하고 불편한 것일 테니까.
하긴 남들이 내게 과도한 체면을 보여주어도 피곤하긴 마찬가지겠으나 남들이 내게 보여주는 체면은 나에겐 일종의 안전장치로 작동되니까.
남들이 체면 없이 굴어 봐요. 내가 얼마나 피곤하겠어.
다음은 판소리 명창 이화중선(李花中仙)이 불렀던 '흥보가'에서 흥부의 체면소리 한바탕 들어보자.
굶다 못해 돈 많은 사람 대신 매품 팔러가며 흥부 왈,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반남 박가 양반인디 일개 영문의 호방 보고 허게를 하나 존대를 하나."
매 맞을 아픔보다 양반이 관가 아전에게 존대 말을 써야 할지 반말을 써야 할지가 고민이다. 이화중선의 독특한 해학적 가미이지만, 양반 체면 한번 어렵네. 정말 피곤해.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