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업계 1위를 자부해온 조선일보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절독률 증가와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는 광고시장 불황에 따라 최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상훈 사장 “지금은 분명 위기상황”**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 5월31일 열린 회사 운영회의에서 “지금은 위기적인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가 바짝 정신 차리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며 임직원들에게 적극적인 위기극복 자세를 가지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사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회사 간부들에게 운동화 한 켤레씩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방 사장은 이전부터 산책을 매우 좋아했고, 이와 연관해 산책을 즐기는 간부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운동화 선물은 건강에 신경을 쓰라는 방 사장의 특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안팎으로 어려워진 회사사정과 연계해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김대중 정부 이례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고, 또 그동안 유지해온 사회적 기득권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간부들에게 '건강'을 챙겨 더욱 힘을 내도록 독려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방 사장은 또 최근 조선일보 내 젊은 사원들의 명예이사 모임인 ‘주니어보드’와의 월례회의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조선일보는 세무조사 등 정권의 집중 공격을 받아 이에 대응하느라 경영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적극적인 사내 논의를 거쳐 회사의 장기발전 계획 수립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 사장은 이 자리에서 조선일보의 지향점과 관련해 “인터넷은 앞으로 우리의 승부처”라며 “인쇄공장 등 오프라인 투자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온라인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절독률 증가 “요즘엔 하루 한 부 확장도 어렵다”**
조선일보의 위기의식은 최근 판매국의 부산한 움직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조선일보 판매국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모두 7차례의 지국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특히 판매국은 위기 타계의 지혜를 빌리기 위해 휴일이었던 지난 5월 16일 서울·수도권 지역 원로 지국장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국장들은 “요즘엔 하루 한 부 확장하기도 벅차다”며 “본사의 강력하고 집중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고, 이혁주 판매국장은 “지원은 충분히 하겠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지국 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일보 판매국은 이날 말까지 △미래지향적 판매정책 수립 △신문공동배달제 시행에 따른 대응방안 △경품 사용금지 이후의 시장변화 △지국 지원 강화 방안 등을 주제로 지방지사 지국장들을 초청해 3~4차례 더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광고 불황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한 신문사 광고국 고위간부는 “신문 광고시장이 얼마나 어려워졌는가는 지난 4월부터 조선일보의 광고지면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조선일보는 그동안 광고주들보다 조금은 우위입장에서 광고지면을 제작해 왔지만 이제는 사정이 180도 바뀐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문시장의 상위권에 위치한 일부 신문사들이 광고 불황 탓에 감면·감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자 조선일보도 위기극복 방안의 하나로 이를 고려대상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 사보는 최근호에서 자사 광고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예년엔 7월 중순쯤부터 여름철 광고 비수기가 시작됐으나 올해는 이미 그같은 현상이 시작됐고, 문제는 여름이 지나도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말 그대로 위기상황”이라고 현 위기상황을 표현했다.
***노사 단체협약안도 회사측 권한 강화에 초점**
한편, 조선일보는 최근 조선일보노조에 제시한 노사 단체협약 개정안에서 인사, 정리해고, 부당노동행위 등 조합원들의 신분·고용안정과 관련한 항목을 기존의 ‘조합과의 합의’에서 ‘조합과의 협의’로 대부분 수정해 제안했다.
이는 회사측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임의로 사원을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으로, 조선일보의 위기의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밖에 △미사용 휴가보상금 규모 축소 △경조휴가 및 안식휴가 축소 △산재 발생시 회사측 부담 삭제 등 ‘돈이 드는’ 대부분의 복지조항을 없애거나 축소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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