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현장에서 불법ㆍ편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0교시 수업 등 보충ㆍ자율학습과 관련해 교육단체들이 사상 처음으로 이를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이의 근절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전국민주중고등학생연합,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등 교육단체들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18일 오전 국가인권위에 교육부를 상대로 직무유기에 따른 진정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진정서 제출 배경에 대해 “교육부가 지난 2월 17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방안’은 학교 내에 정규수업과 보충수업이라는 두 개의 교육과정을 병존시킴으로써 정상적인 교육과정과 전인 교육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더군다나 교육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를 금지한다고 밝히고도 많은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제 보충ㆍ자율학습 현장을 묵인하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은 또 “강제 보충ㆍ자율학습은 UN아동권리협약은 물론 교육기본법과 청소년보호법, 아동복지법 등 현행 국내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며 “국가인권위는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강제 보충ㆍ자율학습이 중단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9년 11월 제정된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18세 미만)의 생존과 발달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고 △모든 아동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 대해 의견을 말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모든 아동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한국은 지난 91년 11월 이 협약에 가입했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또, 강제 보충ㆍ자율학습의 경우 교육기본법 12조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 청소년 기본법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대우받고 권익을 보장’,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란 아동의 건강,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을 말한다’ 등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교육단체들은 이번 진정서에 전교조가 지난 4월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했던 실태 결과도 첨부할 예정이다.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학교의 77.5%가 현재 0교시 등 보충ㆍ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아침식사를 거르고 등교하는 학생은 62.3%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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