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며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온 문화리더 11인과의 열정적 대담을 담은 책 한 권이 나왔다. 저널리즘과 문화연구가이며 문학-영화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남재일씨가 최근 ‘나는 편애할 때 가장 자유롭다’를 펴냈다(시공사 간).
탐미적 문장으로 시대를 매혹시킨 아날로그적인 소설가 김훈씨, 소위 파격적이라고 불리는 행동양식들로 우리 사회의 달라진 기호의 단면을 보여주는 강금실 법무부장관, 자유롭지 못한 시대 소시민의 존재방식을 노래하던 소설가에서 세계 영화계에 한국 영화의 미학을 알린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이창동 감독(현 문화부 장관), 문단의 거목 김동리와의 사별 이후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설로 승화시킨 소설가 서영은씨.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불편한 환부를 가차없이 드러내어 평단과 관객의 논쟁의 중심에 선 영화감독 김기덕씨와 21세기의 화두를 ‘아줌마’로 잡고 한국 사회운동의 새로운 지형 변화를 모색하는 여성운동가 로리주희씨, 치열한 탕진의 문학정신으로 우리 시대의 문화적 게릴라로 자리매김한 소설가 장정일씨, 여기에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도시적 삶을 그려내는 일본 신세대 작가 4인 무라카미 하루키, 시마다 마사히코, 무라카미 류, 마루야마 겐지….
저자는 이들이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 고유의 방식으로 열심히 길을 걸어온 사람들로서, 어느 날 갑자기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게 된 것은 그들이 바로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상징하는 새로운 인물의 유형들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들 11인이 적어도 제도가 권하는 방식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들은 인간에 대한 편애와 세상에 대한 편견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제도가 권하는 방식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점에서는 그렇다. 점점 제도가 현명해지고 개인이 왜소해지는 시대라서 그런지 나는 이런 사람들의 사연이 듣고 싶었다. 제도를 둘러싼 힘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장의 한가운데서 개인으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의 내면 풍경이 어떨까 궁금했다."
이 책의 일부는 프레시안에도 연재됐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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