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홍재형 정책위의장은 13일 취임 인사차 한나라당 천막 당사를 찾고 박근혜 대표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천정배 신임대표가 추진의향을 밝힌 각종 개혁입법에 견제 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 첫 대면부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 대표는 지난 10일 상임운영위회의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인데, 열린우리당이 시급한 문제를 잘못 알고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 바 있다.
***박근혜 '경제 살리기' vs 천정배 '개혁과 민생 조화' 신경전**
박근혜 대표는 천 대표와 홍재형 정책위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의 덕담을 주고받은 뒤에 천 대표를 향해 "천 대표는 16대에도 개혁에 앞장서고 요즈음에도 개혁을 자주 말하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천 대표는 "어려운 질문"이라고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박 대표는 민생에 대해 자주 말씀하시는데 민생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천 대표는 "민생은 리얼(real) 타임으로 챙기고, 개혁은 기간을 두고 야당하고도 협의를 해서 차근차근 고쳐나가겠다"고 개혁의 내용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어떤 분야에 비중을 두냐"고 재차 천 대표에게 물었고, 천 대표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고, 비민주적인 요소를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대표는 "개혁도 경제를 살리고 민생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하고, 그렇게 가지 않으면 개혁이 아니고 개악"이라며 "개혁은 국민을 편하게 하는 시금석이 돼야 한다"고 개혁의 내용을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천 대표는 "어린 아이가 오늘 배부른 것이 민생이라면, 평생을 튼튼하게 살게 해주는 것은 개혁"이라며 '개혁과 민생'의 조화를 강조했다.
***우리당 "투자활성화에 주력"**
다른 한나라당 지도부도 천 대표의 개혁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지금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개혁만 주장했을 때, 어려운 문제들을 바로잡을 수 있겠냐"며 "우선순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홍재형 정책위의장에게 투자활성화에 힘써달라는 주문을 했고, 홍 의장은 "외국인 투자활성화와 국내기업 투자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천 대표도 "재경부의 중점 사업 중에 제일 앞에 있는 것이 투자활성화"라며 "정치권에서 정부에 요구할 것은 해서 기업들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30여분간의 짧은 회동을 마치고 나선 천 대표는 "여야간 결연한 의지로 상생의 정치를 하는 데 노력과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짤막한 촌평을 남겼다.
17대 개원 이후 열린우리당의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와 이를 견제하는 한나라당의 예고편을 보여준 이날 회동에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외치는 '상생의 정치'가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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