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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산장이라더니 좋기만 하네!"

[민주노동당 연수기] 함께 일하고 숨쉬고 다짐하고

"'귀곡산장'이라더니 좋기만 하네!"

남원에서 20km 거리, 두 시간만에 버스가 한 대씩 다닐 정도로 외진 곳에 위치한 민주노동당의 '남원연수원'. 자신도 처음 와 본다는 한 당직자는 베이지색으로 곱게 페인트칠된 아담한 초등학교 건물에 탄성을 내지른다.

<사진 1>

민주노동당의 연수원은 원래 초등학교였다. 폐교가 된 이후 지난 2001년 당원 4명을 포함한 황광우 초대연수원장 등 8명이 공동출자해 3억원에 인수한 후, 현재 민주노동당이 임대료 형식으로 운영·보수비를 지급하며 빌려쓰고 있다.

***"남원 연수원은 당원들의 결의의 장소"**

이곳은 당원들의 엠티 장소이자 '결의의 장소'. 조승범 홍보실장은 "이 연수원은 당원들의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내려졌던 곳"이라며 "지난 번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확정 못짓고 있다가 이곳에 와서 술을 먹으며 이문옥씨가 출마 결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근로계약서 작성'등을 요구하며 지상 1백M위 크레인위에서 고공파업을 벌였던 타워크레인 노조원 1천명도 이곳에서 '결의'를 다지고 갔다.

현재 연수원 관리를 맡고 있는 최정규 기획위원은 "이 연수원은 비록 폐교된 학교지만 당원들의 힘으로 자체관리가 되는 곳"이라 자부심을 표하며 "50년역사에 이런 일(의원연수)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감격해 하면서도, "중앙당 재정이 힘들어지면서 연수원 지원이 1백만원에서 2003년 3월부터 50만원으로 줄어 현재 관리가 힘겹다. 이번 당대회에서 예산증액 요청을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사진 2>
<사진 3>

교정의 이승복 동상이 전태일 동상으로 바뀐 것외에도 연수원 건물 안에는 교실이고 복도, 식당 냉장고 등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이 있어야 할 곳", "한 인간의 가치는 그의 사상과 행동이 그의 이웃을 위하여 얼마나 헌신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등의 비장한 싯귀와 경구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 4>

긴급설치된 20개의 랜선으로 그대로 기자실이 된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서면 쉴새없이 모니터로 달려드는 파리를 '탁탁' 쳐서 잡으며 기사를 쓰는 기자들 모습도 어느 당 연수에서도 볼 수 없는 이채롭고도 풋풋한 정경이다.

<사진 5>

***민노당 당선자들의 농사체험, '물만난 물고기' 강기갑 당선자**

11일, 첫날 밤늦은 시각까지 계속된 '의원단 친교의 밤'을 포함, 이틀 연속 계속되는 강의와 토론 일정을 소화해낸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에게는 '농사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상정 당선자와 최순영 당선자는 부츠까지 챙겨신고 조승수 당선자는 아예 지급받은 '교육복'을 벗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하실 때 (고랑따라) 착착 해야지 빠뜨리거나 어설프게 하다간 너므(남의) 농사 다 망칩니다. 자, 자, 여기 잘 보세요."

<사진 6>

당선자들이 할 일은 원순으로 영양가를 보내기 위한 포도 '곁순따기'. 평소 신던 고무신에 바지만 걷어올린 강기갑 당선자는 농사체험 활동이 시작되자, 평소 조용한 모습과는 달리 우렁찬 목소리로 물만난 물고기처럼 의원들에게 요령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젖소농사와 단감·밤나무 과수원을 하는 강 당선자는 "농사는 제게 일종의 안식"이라며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집에 내려가서 농사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많이 느꼈다. 나무가 아무리 거름을 많이 먹고 항시 녹야청청하고 싶어도 때가 되면 낙엽이 져야 하고 가야 한다. 자연은 버티는 나무들에게는 늦가을 된서리와 겨울의 추위를 준다"며 "인간만이 욕심을 내 버티는데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농사를 안 지어서 그런 우사를 당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잘 모르겠지만 농사짓는 마음으로 정치를 하면 되지 않겠냐"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을 낙관한 강 당선자지만 현재 우선 걱정되는 것은 서울에서의 거처 문제.

그는 "서울집 값이 비싸서 걱정이다. 보좌관 등 4-5명이 같이 생활할 수 있는 빌라나 연립주택 등 싼 집들을 우선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닌 게 아니라 현애자, 이영순, 조승수 당선자등 집이 지방인 후보들은 모두 서울에서의 거취문제에 고심하고 있다.

아파트 폭등 문제가 민노당이 등원시 민생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중 하나임을 몸소 체험들 하고 있는 셈이다.

***남원시장부터 광주전남 환경위생노조까지 연수원 방문**

당선자들은 일정 소화와 함께 손님맞이에도 쉴 틈이 없었다.

11일 최진영 남원시장은 몸소 남원연수원을 찾아 권영길 대표와 환담을 나누고 갔으며, 오후에는 광주에서 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단병호, 조승수, 이영순 당선자와 함께 자신들의 현안을 논의하고 다녀갔다.

국회사무처 노조는 엠티 일정을 당선자들의 연수일정과 맞춰 연수원을 찾았다. 의원들과 함께 '단결투쟁가'를 부른 뒤, "반갑습니다. 의원'동지' 여러분"이라고 운을 뗀 김용성 공무원노조 국회본부장은 구체적인 국회 운영상의 문제와, 국회내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 등을 전한 후 "상임위별로 수석위원과 전문위원등의 보좌관이 있으나 지금까지는 이들과 정당과의 연계가 없었다"며 "앞으로는 당이 이들을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권영길대표는 "국회 내의 비정규직 실태부터 제대로 파악해서 '비정규직 없는 국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연수원의 당선자들을 찾는 이들만 봐도 민노당의 달라진 위상과 함께 민노당의 앞으로의 과제를 엿볼 수 있다.

권영길 대표 등 당선자들은 연수기간 내내 식당에서 일반당원들과 마찬가지로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식사를 받고 함께 식사한 뒤 설거지를 함께 했다. 아울러 역대 정당에서 '노른자위 상임위'를 둘러싸고 몇달씩 신경전을 벌였을 상임위 배정문제도 이틀간 토론끝에 깔끔히 매듭지었다.

민주노동당의 연수는 분명 여느 당들의 연수와 달랐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계속 보기를 바라는 것은 기자 개인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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