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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 성장시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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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 성장시대의 종말?

[中國探究] 전환기에 진입한 중국의 자동차 산업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고속 성장추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2011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각각 1,841.9만 대, 1,850.5만 대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0.8%, 2.5%에 그쳤다. 엄밀히 말해 2011년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단지 전년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특히 2009년과 2010년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이 각각 45.5%, 32.4%에 달했음을 고려할 때 매우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판매량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 아니라, 아예 갑자기 멈추어버린 것이다. 중국 언론들도 2011년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이 1998년 1.6%를 기록한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고, 14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보다 낮은 증가율을 나타낸 점을 지적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사상 처음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에서 세계 1위가 되었지만, 불과 2년 만에 세계 자동차 산업의 성장 동력 역할이 약화된 배경에 국내외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중국 GDP 증가율이 9.2%에 달했고 제조업 증가율이 10.6%, 일정 규모 이상 공업생산 증가율이 13.9%였음을 감안하면,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이 20%를 넘는 고속 성장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다소 섣부른 예측마저 내놓고 있다. 중국 언론과 해외 언론들은 2011년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서 자동차 소비촉진 정책의 축소와 폐지를 뽑고 있다. 즉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서 중고차를 신차로 바꿀 때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과 농민의 신차 구입시 보조금 지원(汽车下乡) 정책, 그리고 경차나 소형차에 대한 취득세 감면 정책으로 2009년과 2010년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하였다. 그런데 2011년에 그러한 정책들이 폐지되거나 축소되면서 자동차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대도시 주차난 심화와 혼잡비용의 상승 및 유가(油價)와 보험료, 수리비 등 자동차 유지비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점도 자동차 판매량 증가를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도시 주차난과 혼잡비용 상승 및 대기오염 문제로 인한 지방 정부의 신차등록 제한 정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중국 소비자들도 자동차 구매보다는 리스(lease)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2011년 중국의 자동차 판매실적 부진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여전히 산업발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도구가 생각보다 꽤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다국적기업들은 2011년 심각한 침체를 계기로 2012년 중국의 판매량 증가율이 적어도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앞으로 20%를 넘는 고속 성장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제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도 저(低)성장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201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가 분명히 다른 상황, 즉 2011년부터 새로운 전환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2011년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는 산업 측면과 기업 측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산업 측면에서는 상용차 판매량의 감소와 중국 기업 독자모델 승용차 판매 부진을 지적할 수 있다. 2011년 중국의 상용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각각 393.4만 대와 403.3만 대로 2010년 대비 각각 43.4만 대(9.9%), 27.1만 대(6.3%)씩 줄어들었다. 2011년 승용차 생산량과 판매량이 각각 4.2%, 5.2%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이다. 또한 2011년 중국의 독자모델 승용차 판매량은 611.2만 대로 2010년보다 16.1만 대(2.6%) 가량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독자모델 승용차가 전체 승용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45.6%에서 2011년 42.2%로 3.4% 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는 독자모델의 주력이 대부분 1,600cc 이하 소형차와 1,000 cc 이하 경차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관련이 깊다. 즉 소형차, 경차에 대한 세금우대나 보조금 지급 정책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면서 독자모델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은 것이다.

산업 측면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정부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야심차게 추진하였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상용화 작업이 예상보다 훨씬 더디다는 점이다. 2011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8,159대로 1만 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9년 1월 중국 정부는 베이징, 상하이 등 전국 10대 도시에 각 1천 대씩 대체에너지차 보급 계획(十城千辆)을 수립하였다. 계획대로라면 2012년까지 대체에너지차 보급량이 5만 4천여 대에 달하고, 2011년 말까지 대체에너지차가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5%를 점유하거나 최소 50만 대에 달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중국의 대체에너지차 상용화 작업에 대한 성패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최근 2~3년간 성과는 중국 정부가 기획하고 기업이 따라가는 공급자 중심 접근방법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기업 측면에서는 최상위 4대 국유기업과 6대 국유기업의 과점체제의 심화 및 10대 기업 구성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2004년부터 계속 유지하고 있는 상위 4대, 6대 국유기업의 과점체제는 2011년에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상하이차(上汽), 디이차(第一), 둥펑차(东风), 창안차(长安) 등 4대 국유기업의 시장점유율은 62.9%로 2010년보다 약 1% 포인트 상승했고 베이징차(北汽), 광조우차(广汽)를 포함한 6대 기업의 점유율도 75.1%로 2010년(74.4%)보다 올랐다. 2011년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이 2.5%로 뚝 떨어졌지만 오히려 6대 기업의 시장지배력은 더 강해진 것이다. 2011년 상하이차는 판매량이 400만 대에 육박하며, 사상 처음 시장점유율 20%를 가뿐히 넘겼고 둥펑차도 300만 대를 돌파하였다. 이들 두 기업의 판매 실적은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 기반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10대 기업의 구성을 살펴보면, 최상위 6대 국유기업을 제외하고 치루이(奇瑞), 화천(华晨), 쟝화이(江淮), 창청(长城)이 10위 안에 들었다. 2010년 볼보(Volvo)를 인수하여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던 지리(吉利)는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또한 2008년 워런 버펫이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던 비야디(比亚迪)도 2011년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지리와 비야디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닌지는 현 시점에서 판단할 수 없지만, 2005년 이후 10위권에서 계속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치루이의 성과와는 분명히 대비된다. 한편 승용차 판매량에만 초점을 맞추어보면 상하이GM우링, 상하이GM, 상하이폭스바겐, 이치폭스바겐 등 최상위 4대 기업의 과점체제가 더욱 튼튼해졌다. 2011년 4대 기업의 승용차 판매량 점유율은 31.8%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둥펑닛산(5.6%)과 베이징현대(5.1%)가 각각 5위, 6위를 차지하면서 향후 최상위 4대 기업의 과점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하였다.

만약 2011년 변화가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저성장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라면, 앞으로 중국 정부는 그러한 저성장 시대를 의도적으로 방임할 가능성이 높다. 부실기업을 골라내어 기업 간 통폐합을 추진하고 진정한 실력자를 선별하여 대형 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2011년 하반기에 자동차 판매 실적이 부진하자, 중국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추가적인 수요촉진 정책을 요청하였고 중국 정부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성장 전략의 전환을 강조하며 업계의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더 이상 인위적인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의 핵심은 독자모델의 품질과 브랜드 가치 향상, 독자모델의 해외시장 진출, 그리고 에너지절감, 친환경을 표방한 대체에너지차 상용화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세계 각국 정부가 대체에너지차 보급 확산을 위해 자동차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상황은 세계 1위 자동차 산업 대국이 된 중국에서 정부 역할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역할과 관련하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산업정책이 내수시장 발전을 위한 수요조건에 중점을 두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체에너지차 상용화 사업도 앞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11년을 기점으로 중국 자동차 산업은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전환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전환기 시대에 적응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구분, 소비자 영향력 확대와 수요조건 중심의 정책 및 정부 개입의 확대가 더욱 선명하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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