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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화부 관료들, 또다시 영토회복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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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고]문화부 관료들, 또다시 영토회복 꿈꾸나

<외주전문 문화채널 연구보고서> 곰곰히 뜯어보니

문화관광부가 내년도 시험방송을 목표로 지상파 외주전문 문화채널을 설립한다고 밝혀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국고 50억원, 문화산업진흥기금 50억원, 방송발전기금 1백억원 등 모두 3백22억원을 투입해 초기설립비용을 조달하고, 설립 이후에는 광고수익과 협찬, 프로그램 판매수익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은 여기다가 최근 발표한 <외주전문 문화채널 설립 타당성 보고서>에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까지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문화관광부의 움직임에 대해 방송계 일각에서는 "문화관광부가 3년 전 방송위원회로 이관했던 방송정책권을 회수하기 위해 문화채널을 신설하려 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그동안 외주전문 문화채널의 신설 움직임을 꾸준히 추적해온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언론학 박사)의 평가 글을 받아 싣는다. 편집자

***문화부, 인수위시절부터 "방송정책권 돌려 달라"**

또 다시 꿈꾸는가. 예전의 영화를 그리는가. 잃어버렸던 영토를 다시 한번 장악해 보려는 몸부림인가. 문화관광부가 또다시 잃어버린 방송영역을 회복하기 위해 '외주전문 문화채널 신설'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잊을만하면 시도하고, 또 잊을만하면 시도하는 이같은 움직임은 아예 '습관성 발작증세'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지난 해 초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고 인수위원회가 꾸려졌을 당시 임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았던 김성재 문화부 장관이 "방송정책권을 문광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시민사회로부터 몰매를 맞은 적이 있다. 방송정책권을 문화부에서 현재 방송위원회로 이관한지 불과 3년밖에 안된 시점에서 '남아있는' 관료들을 위해서 '떠날' 장관이 총대를 메고 나섰던 것이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위원회지부가 발표했던 성명서의 한 구절이다.

"마침내 그간 잠복해 있던 구 공보처의 망령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김 장관의 이번 망언은 해방이후 줄곧 우리 방송을 권력으로 짓눌렀던 구 공보처 떨거지들의 부활을 보는 듯 해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방송법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합의'의 범위를 대폭적으로 확대했고, 방송위원회의 '연구소' 설립을 무산시켜 정책기능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또한 전직 장관(박지원)은 '장관직을 걸고 방송내용을 시정하겠다'는 월권적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고, 독단적인 방송광고제도 개선계획 발표와 아울러 방송정책 전담팀을 구성했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문화부 관료들은 '힘 있는' 장관을 통해 방송정책권 장악에 실패하고, 또 '떠나는' 장관의 등을 밀어 이루려했던 방송정책권을 갖지 못하자 이번에는 직접 방송사를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바로 대통령 탄핵 뒤 고건 대행체제로 국정이 운영되고 있는 시점에서 '외주전문 문화채널'이라는 또 하나의 지상파방송을 만들겠다며, 그것도 한창 총선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려 있던 지난 4월 12일 고 대행에게 이를 업무보고형식으로 보고하면서 공론화에 나섰던 것이다.

***부실한 보고서가 설립의 근거라니…**

외주전문채널이란 무엇인가. 문화부는 '영상산업진흥'이라는 명목 아래 지난 십 수년 동안 외주정책을 주도해 오면서 독립제작사를 고통의 늪으로 밀어 넣었고,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대외 경쟁력까지 시들게 했으며, 방송의 공공성에 심각한 흠집까지 가했다. 그 외주정책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문화부가 이번에도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무마하기 위해 외주전문채널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문화부 산하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외주전문 문화채널 설립 타당성 연구보고서>를 발표하자 이를 설립의 이론적 근거로 삼아 곧장 공론화를 시작한 것이다.

한데 이 보고서는 제목부터 시작해 그 내용 하나하나가 현실가능성이 없는 '부실덩어리'다. 예를 들어 △'문화채널'이라고 제목에서 밝히는 것과는 달리 오락과 보도까지 포함하는 것을 보면 '종합편성채널'이고 △광고를 한다는 점에서 공익성보다는 상업성을 띨 수밖에 없으며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광고료를 일방적으로 책정해주기 때문에 시청률 경쟁의 우려가 없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소리다.

또 하나, 지상파 전국방송을 준비한다면 그것이 방송시장과 언론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평가 정도는 기본임에도 이러한 내용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 일단 '문화채널'이 광고를 시작하면 라디오 방송, 지역 민영방송과 케이블TV, 그리고 위성TV가 1차적으로 '폭탄'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새로운 방송사의 출현은 지금도 시들시들한 신문광고시장을 초토화시킬 것이 뻔한 이치다.

백번 양보해서, 외주전문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주파수대역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문제는 그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상파 채널, 빼앗지 않으면 없다**

먼저, VHF에서 찾아보자. AFKN이나 KBS-2TV를 외주전문채널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글렀다. 미국과 KBS는 문광부가 상대하기에 너무 벅찬 상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이 8번 10번 12번인데, 그 중 8번과 12번은 지상파 DMB 몫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리고 10번은 국가기관이 '특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문광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외주전문채널을 지상파로 갈려면 8번이나 12번 중 하나를 빼앗아 오는 방법밖에 없다.

UHF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은 '알면서 모른 체' 하거나 아니면 '무지'의 소치다. 외주전문채널 설립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지난해, 일부에서 UHF를 이용하면 된다는 주장이 그것인데,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필드테스트를 위해서 정통부가 고심 끝에 끄집어 낸 것이 UHF 33번이었다. 그러나 33번은 현재 iTV(경인방송)가 갖고 있는 것으로, 디지털TV 전송방식이 유럽식과 미국식 중 어느 것이 나은 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iTV의 양해 아래 정보통신부가 잠시 빌렸다가 끝나자마자 되돌려줘야 할 대역이다.

그러면 사실상 지상파를 이용한 외주전문채널은 불가능하다. 결국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처럼 서울지역은 지상파로 하고, 지방은 케이블TV와 위성TV로 의무전송(Must-Carry)한다고 분위기 잡다가 '현실적으로 채널이 없다' '문광부로서는 할 만큼 했다'며 독립제작사들을 물 먹일 개연성도 없지 않다. 바로 이 점에서 '외주전문 문화채널'은 또 하나의 예견된 정책실패요, 정책실패에 대한 면피용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구멍가게도 책임영역은 존중한다**

최소한 양심 있는 관료들이라면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진지한 반성을 통해 비틀어지고 꼬여있는, 그러면서 앙상하게 거의 홀로 남은 외주비율로 근근히 버텨 가는 외주정책에 대한 보완책을 방송위에 제시하든지, 아니면 이미 방송위로 이관된 정책이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으로 방송위가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책임 있고 양심 있는 관료의 태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방송정책권한이 방송위로 이관돼 있음에도 지난해에는 '방송정책권'을 다시 받아와야 한다고 평지풍파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방송위와 그 어떤 상의도 없이 외주전문채널 설립을 선언하는 월권행위를 별 거리낌 없이 자행하는 것도 문제다.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도 자신이 맡은 영역과 타인이 책임지는 영역을 존중하는데, 정부의 핵심부처가 이런 업무분장시스템을 깔아뭉개려 드는 것은 부처이기주의로 무장한 관료들의 못된 습성 이외에 다른 원인을 찾기 힘들다. 제발 자중하고, 또 자중하는 것이 최소한 외주정책에 대한 문화부의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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