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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노래를 즐긴 社交型 小林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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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노래를 즐긴 社交型 小林특파원

남재희 회고 文酒 40年 - 빠뜨렸던 이야기들 <60>

***11. 술과 노래를 즐긴 社交型 小林특파원**

우리나라 언론계·정계에서 알고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일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의 고바야시(小林慶二) 특파원은 정치력도 있는 기자다. 전에 마이니찌(每日新聞)의 요시오까(吉岡吉雄) 특파원을 소개한 일이 있는데 내성적이라 할 그와는 대조가 되는 인물이다. 아사히에서는 오구리(小栗敬太郞) 특파원하고도 각별히 친했는데 그는 나중에 편집국장도 지낸 표준적인 기자다. 모두 동경대학 출신의 엘리트들.

고바야시 특파원은 베토벤을 닮은 데가 있다. 특히 두발모양은 꼭 빼닮았다. 그래서 친한 사람들 사이에 농담으로 배씨라고 한다. 베토벤은 우리나라 배도변이라고 이병주 소설가가 농담을 잘했었다. 그런데 베토벤의 출생지인 본에 간 김에 생가에 가려고 베토벤이라고 하니 못 알아듣는다. 약간 사이를 두고 "베--토븐"이냐고 되묻는다.

이 일본 베토벤은 풍류를 즐길 줄 알았다. 특파원 재임 중에 나를 요정에서 대접하고 함께 가라오께 살롱에도 자주 갔었는데 아사히신문의 특파원취재비는 대단히 넉넉한 것 같다는 짐작이다. 그는 술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꼭 마이크를 잡고 몇 곡을 뽑는데 한국노래만 하고 일본노래를 하는 것을 거의 못 들었다.

귀임한 후 동경에서 만나니 신주꾸(新宿)에 있는 한국교포 경영의 이른바 <구라부>(클럽의 일본식 발음)에 간다. 그리고 한국 호스티스와 한국노래를 하며 즐긴다. 한국을 마음으로부터 좋아하는 것 같다.

신문사 퇴직후 큐슈(九州)의 야하다(八幡)에 있는 대학의 교수가 되었는데 틈만 나면 서울에 나타나곤 한다. 그리고 가라오께 살롱은 빠트리지 않는다. 대학에서는 얼마 안 있어 학부장이 되었는데 우리식으로는 학장인 셈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경향이 생겼지만, 일본에서는 언론인출신이 대학에 많이 가는데, 그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이름있는 언론인출신이 대학의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고바야시씨의 교제범위는 무척 넓겠지만 나와 합석했던 사람은 전옥숙 여사,김영작(金榮作) 교수, 김시복(金時福) 전 언론인 등등이다. 여걸 전 여사를 통해서 지난날의 이른바 반체제인사였던, 원주의 재야대부인 장일순(張壹淳)씨, 김지하 시인, 이영희(李泳禧) 교수 등을 취재도 하고 그들과 친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YS와 그렇게 잘 통할 수가 없다. 특파원을 끝낸 지 10년이 훨씬 넘는 지금도 한국에 오면 상도동에 가서 YS와 식사도 하며 환담한다. 인연은 YS단식때 맺어졌다. 그는 단식을 계속 아사히신문에 크게 보도하고, 단식 직후 단독회견을 대서특필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유대가 생겨 YS의 전기를 일본에서 출판하였다. 그 한국어번역판은 전옥숙 여사가 냈다. 나도 그때 YS지지파였기에 고바야시 교수의 전기를 위한 YS인터뷰에 여러번 장시간 배석할 수 있었다. 그것이 YS이해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서뿐만아니라 그는 일본인이니까 북한에도 쉽게 갈 수 있고 또 특파원때 북의 대남책임자 김용순(金容淳) 등 고위층과도 관계를 튼튼히 맺은 것 같다. 남에서 YS 등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남북관계에 한 역할을 톡톡히 했고 특히 현대그룹의 북한진출에도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동아일보 등 우리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나한테도 가끔 북의 인사들과 만난 이야기를 했는데, YS에게는 가끔 북한설명을 한 것으로 안다.

그러고 보면 고바야시씨는 비범하다 하겠다. 취재감각도 있고 사람을 다룰 줄도 아는 기자다. 붙임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기는 나는 그 붙임성에서는 불합격이니 더 일찍 그를 만났었으면 한 수 배울걸 그랬다.

작년에 관훈클럽의 세미나관계로 후꾸오까(福岡)에 가게 되어 오랜만에 일본서 그와 한잔하려고 연락하니 마침 샹하이(上海)여행이란다. 남한, 북한 다음 이제 중국에까지 활동범위를 넓히는 듯 하여 은근히 기대가 된다. 틀림없이 중국의 고위층과 줄을 놓을 것이다.

고바야시씨가 없어 역시 그와 친한 김영작 교수의 안내로 그의 단골술집에 갔다. 빌딩 5층인가에 있는 그들이 말하는 <구라부>인데 매우 좁은 공간이지만 잘 활용하여 분위기가 좋았다. 운하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경치도 일품이고. 기모노(일본옷)의 마마(여주인)의 매너도 기품이 있어 보였다. 역시 가라오께인데, 가라오께가 일본이 세계에 기여한 몇 안 되는 발명품가운데 하나라고 하지 않는가. 일본손님의 노래솜씨는 훌륭했다. 나는 기가 질려 마이크를 잡지도 못했고, 동경대학 박사인 김영작교수가 한곡 불러 체면을 세웠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1인당 일본돈 2천엔의 계산이 자동적으로 올랐는데 다 알다시피 팁이 없으니까 합리적이라 하겠다. 일본돈 2천엔이면 우리돈으로 대충 환율상 10배인 2만원을 생각하기 쉬운데 구매력을 고려에 넣는다면 2.5배 정도, 그러니까 5천원 정도라는 게 현지사람의 설명이다. 우리도 그런 계산방식을 널리 보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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