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들에 의해 개혁공천 시도가 좌절당한 민주당 추미애 위원장이 1일 '그래도' 위원장 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취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던 추 위원장은 장전형 대변인을 통해 위원장 사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대신 "우선 총선승리를 위해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해왔다.
***"백의종군 심정으로 민주당 승리를 위해 최선 다할 것" **
31일 조순형 대표와 추 위원장 사이에서 빚어진 '옥새전쟁'에서 판정을 맡은 중앙 선관위가 조 대표의 손을 들어주자 추 위원장은 "당이 죽을 길로 가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1일 하룻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전의를 상실한 듯 비대위 측의 일방적인 비례대표 구성에도 별 상관 않던 추 위원장은 1일 저녁 장전형 대변인을 통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있는 엄중한 시기에 민주당을 반드시 재건하고, 민주당 후보 및 평화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해 단기필마로라도 앞장서겠다"는 '의외'의 선택을 밝혀왔다.
추 위원장은 "비대위가 선대위에서 의결된 개혁공천을 뒤엎은 것은 국민을 외면한 선택이며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이번 총선에서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민주당과 평화민주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대위원장 유지 방침을 밝혔다.
추 위원장은 또 "그러나 개혁만이 살 길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며, 비록 저의 뜻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서 이것이 곧 민주당의 갈 길이자 국민의 뜻을 받드는 충정으로 받아들여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 추미애-조순형 힘겨루기 하는 사이 민주당은 와해 **
추 위원장이 선대위원장 유지 의사를 밝힘으로써 선거를 두 주 앞둔 민주당은 겨우 총선 채비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장 대변인은 "추 위원장이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총선을 앞장서 지휘할 것임을 밝힌 것"이라며 "개혁공천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가슴이 찢어질만큼 아픈 일이나 선거기획단에서 향후 활동 계획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는 당장 내일부터 수도권 일정을 준비하는 등 민생행보에 나설 참이다.
그러나 추 위원장의 선택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 민주당을 구할 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이라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추 위원장이 위원장 직을 수락할 때만 해도 민주당에는 '추미애 카드'가 구당의 승부수가 될 수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기대감이 있었으나, 추 위원장에게는 이제 '전권'도 '공천개혁 가능성'도 없다. 손발이 다 잘린 계백장군이 황산벌 전투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키는 어려워 보인다.
1일 하룻동안 당에 희망이 없다고 느낀 공천자 10여명이 공천을 반납하는 등, 추 위원장이 당권파들과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이미 민주당은 사실상 와해됐다. 과연 추 위원장의 '백의종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때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을 탈당한 이들이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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