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수업 도중 뇌일혈로 사망한 경기 세원고 고(故) 김형석 교사의 발인이 무기한 연기됐다.
김 교사의 유족과 '살인적 보충수업 희생자 고 김형석 교사 대책위원회'는 28일 장례식장인 서울 청구성심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청과 재단, 학교측의 성의 없는 대책으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늦출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유족대표인 김호석씨(김 교사 동생)는 "27일 오전 형의 입관식 도중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면담을 하게 됐다"며 "이 자리에서 안 부총리는 '최선을 다해 보상문제 등에 신경을 쓰겠다'고 하면서도 '학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줄은 몰랐다'고 하는 등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안 부총리는 이날 유족들의 거부로 문상을 하지 못했다.
안 부총리의 발언내용이 전해지자 동료교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교사는 29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발표한 '2.17 사교육비경감대책'으로 학생과 교사들의 삶이 더욱 피폐해졌다는 점에 대해 조금도 반성을 하지 않고 돌아간 것이 과연 같은 교육자로서 할 일이었냐"며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또 얼마나 많은 학생과 교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걱정이 앞선다"고 비판했다.
***"헛된 죽음으로 만들 셈인가"**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28일 '사교육 경감 대책 원칙대로 운영 지시' 제하의 보도자료에서 "안 부총리는 경기도교육청에 철저한 진상파악과 사후처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며 "특히 방과후 보충·자율학습이 강제적·획일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해당부서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들은 "정작 우리들이 분노하는 것은 교육당국이 김 교사의 죽음을 단순·일반화해 헛된 죽음으로 만들려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박석균(전교조 경기지부 고양중등지회장) 교사는 "아이들의 미래와 교사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문제에 대해 문서상으로 지시만 내리는 것이 과연 사건을 해결하려는 태도인지 반문하게 된다"며 "교육당국은 사건 덮기에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의 실태와 특히, 사립학교 교사들의 근무여건에 대해 보다 정확한 실사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사는 "경기도 고양의 경우 지역의 특성상 공립이든 사립이든 어느 한쪽에서 입시열풍이 불면 경쟁적으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2.17 대책'은 바로 이같은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었고, 공립교사들은 그나마 거부라도 할 수 있는 처지이지만 사립고교 교사였던 김 교사는 이러저러한 압력에 밀려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교사지만 순직보상은 공·사립 따로**
박 교사는 김 교사 유족들이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을 수 없는 실태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그는 "순직한 김 교사에게는 미망인과 어린 자녀, 그리고 노모가 있지만 사립학교인 세원고 재단과 학교측은 겨우 장례식비만 보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어찌 죽음 앞에서 공·사립을 따질 수 있는 일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사립고교 교사인 김 교사는 순직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사학연금재단으로부터 유족보상금 명목으로 보수월액(사망직전 달 월급 총액)의 36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게 된다.
그러나 공립교사는 순직처리시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김 교사와 동일한 수준의 유족보상금을 받게 되며, 이와는 별도로 국가유공자로서의 예우를 받게 된다.
국가유공자는 별도의 유족연금과 더불어 자녀들이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비를 감면받을 수 있고, 국가 미망인과 자녀에 대한 취업알선도 해주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측은 "사립교사들은 복무와 보수규정 모두를 국가공무원법에 의거해 준용을 받고 있지만 김 교사의 경우처럼 정작 순직했을 때는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이 문제는 올해 교육부와의 단체교섭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는 28일 기자회견에서 "불법적인 보충수업을 근절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실태를 파악한 뒤 오는 2일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이 자리에서는 강제적인 보충수업에 대한 거부투쟁도 선언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 충북 지부는 29일 파행적 보충수업을 거부하고 나서 이같은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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