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중계방송한 한나라당 대표후보 경선 토론회가 언론계 일부에서 우려했던 대로 특정 정당에 대한 홍보와 정치공세로 일관돼 빈축을 사고 있다.
MBC는 토론회가 진행되는 중간에 "대표경선 후보 토론회는 한나라당이 자체 주최한 것으로 MBC와는 관계가 없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며 시청자들의 비난여론을 무마하려 했지만,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MBC 뉴스게시판에는 1천여건의 비난글이 쇄도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토론 중계**
MBC는 22일 오후 2시 30분부터 4시까지 1시간 30분 동안 약속한 대로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들의 TV토론을 생중계했다.
앞서 KBS와 SBS는 21일 밤 11시와 22일 오전 11시에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들의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각각 정관용씨와 엄광석 대기자 등 전문 사회자를 내세워 토론을 진행토록 했다. 그러나 MBC의 이번 토론중계는 그동안 프리랜서 진행자로 활동하다가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해 경기도 용인을 지역구에 공천을 확정 받은 한선교 전 앵커가 맡아 논란을 자초했다.
한씨는 토론회 사이사이에 한나라당을 홍보하고, 토론자들의 답변을 이끌어 내는 유도질문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한나라당이 혁명적인 물갈이를 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문수 후보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이날 오후 사체가 발견된 남상국 전 대우건설사장의 자살을 끌어내며"탄핵 사태가 남상국 사장의 투신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는 유도성 질문을 던져 김 후보가 "간접 살인에 해당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답변을 유도하기도 했다.
더욱이 한씨는 박진 후보가 "여론의 흐름을 읽기 위해 촛불시위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하자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모임에도 참여하겠는가"라며 딴죽을 걸기도 했다.
한씨는 토론회 끝에 "자체적으로 실시한 토론회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탄핵 정국을 빠져나가려는 일치된 목소리를 낼까하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뼈를 깎는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고 토론회를 호평하기도 했다. 그는 "다시 한번 한나라당이 감동을 드릴 것"이라며 "아낌없는 격려를 부탁한다"는 말로 토론회를 마쳤다.
***MBC 내부 '경악'**
MBC는 이처럼 한나라당 경선 토론중계가 특정 정당에 대한 홍보와 정치공세로 끝을 맺자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보도제작국 한 간부는 "애초에 일선 제작부서인 보도제작국이 이를 극구 반대했음에도 회사측은 일부의 의견을 듣고 중계방송을 강행했다"며 "국민의 뜻을 거스르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이를 그대로 중계보도한 MBC 모두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그는"23일 열리는 보도제작국 간부회의 석상은 아마도 경영진을 성토하는 원성으로 가득 찰 듯 싶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한 관계자는 "22일 저녁 논의를 거친 뒤 조만간 노사 공정방송협의회를 열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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