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는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65시간 28분만에 처리했다. 탄핵안이 상정되어서 가결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33분이었다. 탄핵안 발의 전에 탄핵 사유에 대한 어떤 검토가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미국 연방하원(the House of Representatives)은 1998년 12월 19일 당시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방하원은 1998년 9월 9일부터 탄핵안 심의를 시작했다. 심의를 시작하기 전에 특별검사가 제출한 탄핵 사유에 대한 방대한 보고서와 증거 자료를 넘겨받았다.
한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소추했고, 미국의 경우는 클린턴이 탄핵 심리의 대상이 된 세번째 대통령이었다.
대한민국 국회는 처음 하는 일치고는 놀라운 신속성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세계 신기록이 아닐지? 문제는 국민의 직접 투표에 의하여 적법하게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에는 속도가 아니라 신중한 검토와 토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어떤 절차로 다루었는지를 검토해 보면, 대한민국 국회의 노대통령 탄핵 과정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 연방헌법 Article II, Section 4는 다음과 탄핵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The President, Vice President and all civil officers of the United States shall be removed from Office on Impeachment for, and Conviction of, Treason, Bribery and 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 (탄핵 대상은 대통령, 부통령 그리고 연방 공무원. 탄핵 사유는 국가 반역, 뇌물 수수 그리고 다른 고등 범죄나 잘못. 탄핵 절차는 탄핵 소추가 되고, 탄핵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그 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미국에서는 그러한 연방헌법 규정에 의하여 연방하원에서 대통령 탄핵소추(impeach)를 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하원의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결정된다. 연방하원에서 대통령을 탄핵소추했다고 해서 대통령의 직무가 자동적으로 정지되지 않는다.
연방상원(the Senate)은 탄핵 재판을 한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서가 전달되면 상원은 의회가 아니라 법정 역할을 한다. 상원의 탄핵 재판은 연방 대법원장이 주재한다. 참석 상원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해야 유죄가 확정 (convict)된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통령직에서 쫒겨난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2년 처음 당선되고 1996년에 재선되었다. 첫 임기 초부터 아칸소 주지사 시절 부동산 개발 사업 관련 비리와 주 여성공무원 폴라 존스 성 추행 시도(sexual harassment) 혐의로 문제가 생겼다. 1994년 8월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시작되었다. 특별검사의 수사는 별로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백악관 인턴이었던 르윈스키와 대통령의 성스캔들이 터지자, 특별검사의 수사 범위가 넓어졌다. 클린턴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감추기 위하여 폴라 존스 사건에서 위증(perjury)을 했고 다른 사람들도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사실을 은폐하도록 했다는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 혐의가 포착되었다. 그래서 스타 특별검사는 1998년 1월 새로운 혐의를 수사할 수 있도록 새로운 권한을 받게 되었다.
1998년 9월 9일 스타 검사는 그 수사 보고서를 4백45쪽짜리 책으로 만들어 연방하원에 전달한 것이다. 보고서 내용을 증빙하는 서류, 자료 그리고 기록이 들어있는 36개의 서류 상자도 함께 전달되었다. 엄청난 양의 서류와 기록을 전달하기 위해서 두 대의 밴(Van) 차량이 동원되었다.
스타 검사의 보고서의 결론은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의 사유가 되는 11가지 잘못을 했다는 믿을 만하고 상당한 정보가 있다는 것이다. (There is substantial and credible information that President Clinton committed acts that may constitute grounds for impeachment.) 그리고 그 11가지를 항목별로 정리해놓고 증거 자료를 제시했다.
스타 보고서를 접수한 하원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하원 법사위(the Committee on the Judiciary)가 그 보고서를 검토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일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1998년 9월 11일 표결 결과 찬성 363 반대 63으로 법사위로 하여금 그 보고서를 심의 검토하도록(deliberative review) 했다. 당시 하원의 의석 분포는 공화당 237 민주당 208이었다.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적어도 스타 보고서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데는 찬성을 했다.
법사위는 10월 5일까지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할 근거가 있는지를 충분히 조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사위의 건의에 따라 하원 전체 회의는 10월 8일 법사위가 클린턴에 대한 탄핵사유를 정식으로 조사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찬성 258 반대 176으로 통과시켰다. 31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클린턴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찬성한 것이다.
하원 법사위는 이 결의안에 따라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증빙 서류를 포함해 6만쪽에 달하는 스타 보고서를 검토하고 탄핵에 관한 선례 그리고 학자들의 의견 등 참고 자료를 모았다. 법사위 위원들은 수많은 보좌진과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s)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법사위에는 다수당, 즉 공화당 39명의 변호사와 수사관으로 된 보좌팀이 있었다. 소수당, 민주당은 13명의 변호사 보좌팀이 있었다. 그리고 의회조사국은 7백여명의 전문 스태프가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는 연구 및 조사를 해주는 기관이다.
그리고 11월 9일부터 12월 9일까지 여러 번 청문회를 개최하고 토론을 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스타 검사와, 클린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대학교수, 변호사 등이었다. 물론 민주당측 반대 보고서 그리고 클린턴을 대표한 백악관 측의 의견도 들었다.
12월 12일 하원 법사위는 4개항으로 된 클린턴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측에서는 탄핵이 아니라 그 대안으로 경고(Censure)를 하자는 의견도 냈으나 다수당에 의하여 거부되었다.
12월 16일 하원 법사위원장이 하원 본회의에 법사위 탄핵안을 보고했다. 하원 전체회의는 4일간의 격론 끝에 12월 19일 표결에 들어갔다. 표결은 법사위 탄핵안을 항목마다 따로 따로 했다. 표결 결과 첫째 탄핵 사유인 대배심 증언에서 위증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228, 반대 206으로 가결되었다. 그리고 세번째 사법 방해는 찬성 221, 반대 212로 가결되었다. 투표는 대체로 공화당 찬성, 민주당 반대였지만 상당수의 공화당 의원이 반대 투표를 했다.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다섯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그렇게 하여 클린턴은 두번째로 탄핵소추(impeach)를 당한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첫번째는 1868년 앤드류 존슨이었다. 1974년 닉슨은 하원법사위에서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에 사임했다.) 영어로 impeach는 하원의 탄핵 소추를 뜻한다. 따라서 상원에서 무죄 판결(acquittal)을 받아서 대통령직을 유지해도 impeached president가 된다.
하원은 탄핵소추서와 그 배경, 증거 자료를 4백50쪽짜리 보고서로 묶어 상원에 전달했다. 당시 상원은 공화당 50명, 민주당 5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2명의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상원의 탄핵 재판에 하원을 대표한 매니저로 선임되었고, 1999년 1월 7일부터 열린 재판에 검사역을 했다. 클린턴에 대한 변호는 백악관 법률 고문과 워싱턴에 있는 Williams & Connally 소속 변호사들이 맡았다. 재판장은 대법원장 월리암 렌퀴스트(William Rhenquist), 공화당 출신으로 닉슨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었다.
하원 매니저의 탄핵 소추, 그리고 대통령 변호 팀의 반론, 증인심문 등의 절차를 거쳐 상원은 1999년 2월 12일 투표를 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다시 탄핵이 아니라 경고(Censure)로 하자는 안을 냈으나 부결되었다.
첫째 탄핵 사유, 즉 클린턴이 위증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45, 무죄 55로 무죄(acquittal) 판결이 나왔다. 10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무죄로 투표를 했다. 그리고 두번째 탄핵 사유에 대해서는 유죄 50, 반대 50 으로 무죄 판결이 나왔다. 5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과 같이 투표를 했다. 상원위원 1백명 중 2/3인 67명이 찬성을 해야 대통령에게 유죄 (convict) 판결이 나는 것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까지 재임 임기를 마쳤다.
***필자 소개**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헤이스팅스법과대학 졸업. 법학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대학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 전 코리아타임스 기자 / 1951년 충남 공주 생
저서 / ‘시민과 대통령 (미국의 헌법 이야기)’ (지식산업사) ‘LAUGH & LEARN (유머로 배우는 영어)’ (영진닷컴) 등
*사진 찾아서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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