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후, 그 책임과 철회를 둘러싸고 계속된 민주당 당권파와 쇄신파 간의 가파른 대치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22일 민주당 설훈 의원이 탄핵안을 주도한 지도부 총사퇴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권파는 "탄핵의 정당성을 붙들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설훈 "모든 것을 다 버릴 준비가 돼 있다" **
22일 오전 설 의원은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 국민을 상대로 호소할 수밖에 없다"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설 의원이 곡기를 끊으며 민주당에 요구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고 가결시킨 1백93명 국회의원의 분명한 사과와 민주당 지도부 즉각 총사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의 즉각적인 철회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등 세가지다.
설 의원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탄핵안을 가결시킨 이곳,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정치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릴 준비가 돼 있음"을 밝혔다.
설 의원은 '버릴 준비가 돼 있는 모든 것'에 의원직, 당적, 17대 불출마 등이 포함돼냐는 질문에는 "차근차근 상황흐름을 봐서 할 일이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날, 설 의원은 단식에 앞서 삭발을 함으로써 요구 관철을 위한 비장한 각오를 표현했다. '국민이 중심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등지고 1평 남짓한 스티로폼 자리 위에 앉은 채 진행된 삭발식에서 설 의원은 자못 담담해 보였다. 설 의원은 깎인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옷 위에 두른 보자기 위에 떨어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간혹 낮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조순형, "탄핵 철회는 기회주의적 태도" **
쇄신파 의원들의 이같은 거센 요구에도 당권파는 강경했다. 조 대표는 조 대표의 사퇴가 유력하다는 22일자 신문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단호하게 부인했다.조 대표는 상임중앙회의 전에 기자들을 통해 설 의원의 단식농성 소식을 들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조 대표는 대신, 김문수 의원 등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탄핵철회를 주장에 대해 "탄핵 철회는 법에도 없는 절차이며 가결한 탄핵을 여론이 안좋다고 철회하자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밷는 식의 이중적이며 기회주의적 태도"라고 비난함으로써 탄핵철회 등 설 의원의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조 대표는 "탄핵 소추를 발의하던 당시에도 반대가 좀 더 많았는데 한 정권이 그렇게 쉽게 물러나리라 기대했겠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김경재 상임중앙위원도 "김문수 의원 같은 사람을 한나라당의 대표로 뽑는 것은 한나라당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이 된다"며 "탄핵을 의결한 이상 탄핵의 정당성을 붙들고 승부를 걸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제도권 밖의 세력 중 우리와 뜻을 함께 하는 여러 세력과 연대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쇄신파와 당권파 간의 대립으로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선대위 발족식도 연기해야 했다. 총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두 세력이 극적 타협 없이 대치만을 거듭할 경우, 바닥까지 떨어진 민주당의 현 지지도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총선 대참패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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