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6일 문화관광위원회를 소집, 탄핵 보도와 관련한 추궁을 하며 공세를 펼 예정이었으나, KBS 정연주 사장과 노성대 방송위원장이 불참하고 의원들도 5명밖에 오지 않아 열리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기관장 불참, 의원도 다섯 명뿐**
정 사장은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본인이 직접 참석해야 하나 입원 중인 관계로 참석하지 못 한다"고, 노 위원장은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아서 안건이 미정인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국회의원들도 사정은 대동소이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 대다수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두 시로 예정된 회의에서 1시간 30분여 동안 개회를 기다린 의원은 한나라당 고흥길, 김병호, 이원창 의원과 민주당 심재권, 이협 의원 다섯 명뿐이었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뒤늦게 회의장에 도착해 회의가 무산된 사실을 듣고 난감한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상임위 의사 정족수는 전체 상임위원의 5분의 1(전체 상임위원 20명 중 4명)로 이날 참석한 다섯 명으로도 회의는 진행될 수 있으나 관계 기관장이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의 진행은 실익이 없다는 의원들의 판단에 열리지 않게 됐다.
한나라당 문광위 간사인 고흥길 의원은 "관계 기관장이 오지 않아 문광위를 열어도 실익이 없지 않냐"면서 "방송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조금 더 관망하기로 했다"고 회의를 열지 않게 된 이유를 밝혔다.
***언론에 핏대 세운 지도부 결국 말 뿐**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안 가결 이후 지지율 하락 등 여론의 역풍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양당 지도부는 전날 방송3사를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시정조치가 없을 경우 문광위 소집을 통한 추궁이나 검찰 고발까지 불사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16일 문광위가 개회조차 되지 않아 각 당 지도부의 엄포는 그야말로 엄포로 그쳤다. 고흥길 의원은 "사태를 관망한 뒤 다시 일정을 잡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측에서 추후 일정을 잡지 않은 채 회의를 무기 연기했고, 총선이 임박한 의원들의 회의 참여가 쉽지 않기 때문에 탄핵보도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광위원들은 "관계기관장이 불참해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총선을 30여일 앞두고 지역 일정 등으로 바쁜 의원들의 참석 의지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오히려 이날 다섯 명이 참석한 것이 꽤 많은 숫자였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윤성-KBS 현역 기자와 설전**
한편 이날 KBS 기자 출신의 이윤성 의원은 문광위 회의장 앞에서 탄핵 보도와 관련해 현역 KBS 기자와 가벼운 설전을 벌여 주위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시절 기자를 했고 김영삼정권때인 93~95년 9시뉴스 앵커를 하다가 정치권에 들어온 이 의원은 "우리 때도 이렇게는 안했다"며 "각 부서가 전부 충성 경쟁을 하면 되겠냐"고 방송사 보도가 여권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수신료 분리징수보다도 이렇게 되면 수신료 납부 거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에 KBS 기자는 "한나라당도 너무 정파적인 입장에서 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기간방송이 나라의 중심에 서야 되는데, 타 방송과 비교해서 평가가 안된다"고 특별히 KBS의 보도를 문제 삼았고, KBS 기자는 "다른 방송을 다 보셨냐"며 "우리가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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