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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광장' 출범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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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광장' 출범에 붙여

언론 자신의 성찰적ㆍ전문적 훈련이 최우선 과제

2004년 3월 10일, 이 나라 언론의 새로운 미래를 일구어나가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언론광장>이 출범했다. 소용돌이치는 전환의 시대를 명쾌하게 꿰뚫어 보고, 그에 필요한 세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의지의 열정적 결집이다.

그 광장의 중앙에 지사적 언론인으로서, 방송 책임자로서 이 나라 언론사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김중배 선생이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어느새 칠십 노사(老師)가 된 그가 여전한 청년의 기상으로 언론운동의 미래에 자신의 여생을 헌신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은, 이 땅의 언론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었음을 진실로 안타까워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책임 먼저 자성한 <언론광장> 창립 선언문**

언론광장 출범을 밝히는 창립 선언문은 어지러운 작금의 현실 앞에서 언론의 책임을 먼저 자성적으로 토로하고 있다.

“오늘의 상황이 벌어진 가장 큰 책임은 기존 언론에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스스로의 사적인 이익을 앞세웠고, 독점적ㆍ특권적 지위에 안주해 전문성의 계발을 외면했으며, 이에 따라 현실의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주관적 역량 변화, 그 심도와 폭이 확대되어야 할 절실함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아가 우리의 시야가 한반도 남쪽에만 국한되는 것도 대단히 위험하다. 한반도 주민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싼 외부의 힘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인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20세기 초 망국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질서의 변화상과 자본의 독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해서 <언론광장>은 민족적 진로를 위한 참된 공론(公論)의 형성에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폐쇄적인 권력과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공개적 광장에서 모두의 인식이 보다 책임 있는 주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의 진정한 민주적 발전을 꾀하는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신뢰할 만한 능력을 가진 언론”의 성장 목표**

이는 다시 말해서, 정치권력에 기회주의적으로 아부하고, 자본의 지배에 굴종하면서 자기검열의 체계를 길러온 기성의 언론풍토와는 결별하고 진정 이 나라 민족의 절실한 과제에 대한 치열한 인신과 세계적 시야를 가진, <신뢰할 만한 능력을 가진 언론>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유형의 운동이다.

이것은 언론 관련법의 변화나 제도적 개혁, 또는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의 탄생 등에 의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결코 아니다. 사회적 공론의 역량이 함께 자라주면서 언론 자신의 성찰적/전문적 역량이 동시에 성장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영역이다. 특히 창립 선언문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를 둘러싼 외부의 힘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인식의 절대적 중요성”은 고도의 전문적 훈련이 지속적으로 쌓이지 않고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언론광장> 운동을 주도적으로 제기한 김중배 선생은 가령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 대한 한국 언론의 외세 추종적 보도태도와 한국 사회의 강 건너 불구경하기 식의 대응과 관련한 치열한 공론형성 과정의 결여를 통탄하면서, 세계적 시야 속에서 민족문제를 절박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갖지 못한 언론의 현실을 변화시켜야 할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날, 예를 들어 아이티 사태와 관련하여 정확한 보도와 논평 하나 제대로 나오고 있지 못한 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외정책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아이티 민중들의 처절한 삶에 대한 조명을 할 생각, 의지, 그리고 능력이 없는 언론이라면, 결국 초국적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외신을 받아 적기만 할 뿐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초국적 자본이 지배하는 외신 받아 적기 그만**

그리고 그러한 식민지 언론의 관성은 지속되어가면서 우리 민족 자신의 절실한 이해가 걸린 문제조차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내선일체(內鮮一體)식의 자세로 제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말 것이다.

한국 언론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고 있는 미국 주류 언론에 대한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언론인들의 질타는 치열하고 매섭다.

노암 촘스키와 에드워드 허만(Edward Herman)은 공저 <동의의 제작(Manufacturing Consent) N.Y., Pantheon Books, 1988>에서 미국 주류 언론을 국가와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는 프로파간다(Propaganda)라고까지 혹평하면서, 이들 언론이 각종 방식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특히 희생자들의 문제에 대하여 침묵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치학자로 꼽히는 마이클 퍼랜티(Michael Parenti)는 그의 저서 <현실의 가공(Inventing Reality) N.Y., St. Martin's Press, 1993>을 통해, 언론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자들이 현실까지 가공해낸다고 하면서 “미국의 의도는 언제나 선하고 의로우나 과정상의 문제가 있을 뿐이라는 신화”를 유포시킨다고 질타하고 있다.

***미국 주류 언론, 권력과 자본의 프로파간다 역할 하기도**

미국 진보 언론 운동의 맹장 노만 솔로몬(Norman Solomon)은 이라크 침략 전쟁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국 언론이 말하지 않고 은폐하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신랄하게 파헤쳤다. 그의 저서 <이라크를 겨냥하여(Target Iraq) N.Y., Context Book, 2003>에서 솔로몬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이 이라크에 대하여 취해온 경제 봉쇄의 가장 혹독한 희생자들이 어린이들임을 미국 언론들은 말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의 공습으로 한번에 수백명씩의 민간인 희생자들이 생겨난 것 등에 대하여 침묵했음을 짚어내고 있다.

솔로몬은 미국 진보 언론의 표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아이 에프 스토운 (I.F.Stone: <한국 전쟁 비사(秘史)>의 저자)이 한 말, “모든 정부는 거짓으로 운용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것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를 인용하면서 권력의 발표를 아무런 비판적 논평이나 시각의 개입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자세가 결코 아니라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순간부터 권력의 추악한 음모에 의해 희생자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을 막을 길은 없어져간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과 언론이 서로 어떤 공조체제를 유지해 가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제임스 애론슨(James Aronson)이 고전적인 연구로서 <언론과 냉전(The Press and the Cold War), N.Y., Monthly Review, 1970)>을 남긴 바 있는데, 이 책은 각 사안 마다 어떤 식의 보도로 냉전외교를 정당화했는가를 살펴보았다.

이와는 또 다르게 에드워드 허만과 위스콘신 대학 교수로 언론과 자본의 관계를 맹렬하게 추적하고 있는 로버트 맥체스니(Robert W. McChesney)의 공저 <세계적 미디어: 기업 자본주의의 새로운 선교사들 The Global Media: the new missionaries of corporate capitalism) London, Cassell, 1997> 등에 오면, 언론과 초국적 자본의 관계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이해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제 언론은 그야말로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내적 지배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내적 지배기관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언론 상황이 돌파되지 못하는 거대한 난공불락의 성채는 아니다. 이미 1971년 미국 정부의 월남전 비밀전략 지침서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하는 작업에 관여한 니일 시한(Neil Sheehan)의 경우, 올바른 언론인 한 사람의 의지와 능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입증한다. 그는 펜타곤 페이터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펜타곤 페이퍼가 공론의 장으로 조속히 진입하도록 하여 보통의 시민들과 전문적 역사학자들이 모두 자신들의 힘으로 이 문서들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희망이다.” 언론광장의 창립선언문과 다르지 않은 언론정신의 요체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종군 기자 존 필저(John Pilger)의 경우, 이 역시 한 사람의 언론인이 노력하기에 따라서 얼마나 중요한 세계사적 의미를 가진 사안들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질 수 있는가를 우리는 보게 된다. 가령 그의 <숨겨진 의제들(Hidden Agendas) N.Y., The New Press, 1998> 등을 비롯한 책들에서 우리는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제국들의 침략적 제국주의가 저지른 비극의 현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을 체험하고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 것인지를 성찰하게 된다. 필저는 가령 1997년도의 이른바 “아시아 금융위기”의 국면에서 미국 등 초국적 자본이 어떻게 이들 아시아 경제를 유린하고 찬탈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들을 들어 입증해내고 있다.

***언론인 한 사람의 역량변화, 역사발전에 중대한 공헌할 수 있어**

결국 우리의 언론운동이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는 이러한 보기 등을 통해서 분명해질 것이다. 세계적 변화의 와중에서 민족사가 처한 현실의 모습을 바로 보고, 그에 대처할 수 있는 언론의 역량은 다만 언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운명과 직결된 사안인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제 새롭게 출범한 <언론광장>은 우리의 세계적 인식의 지평을 확대해나가고 난마같이 얽힌 현실에 대한 명료한 분석과 조명의 능력을 길러, 전환의 시기를 주체적으로 실력 있게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이 되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부디, 이러한 언론운동의 소중한 출발이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감격과 견고한 결단을 함께 체험하는 사건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언론광장>은 그로써 우리에게 두고두고 너무도 잘한 역사적 결정과 선택이 될 것을 확신하는 바이다.

언론이 바로 보면, 우리의 머리는 맑아지고 우리의 역사는 분명 바로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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