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지문날인 등 국내 주민등록제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다뤘다가 TV 방영 불가 판정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제작 진보네트워크, 연출 이마리오)가 2년여만에 TV 방영에 대한 재심사를 받게 됐다.
KBS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인 <열린 채널> 운영협의회(위원장 송기도)는 최근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의 연출자인 이마리오씨가 다시 수정작품을 제출해옴에 따라 오는 12일 재심사를 벌이기로 했다.
송기도(전북대 정외과 교수) 위원장은 "<열린 채널>의 방영시간이 30분에서 25분으로 줄어듦에 따라 최근 예심 작품들도 모두 이에 맞추고 있다"며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의 경우도 연출가인 이마리오씨가 기존 분량에서 5분 가량을 줄여 작품을 제출했기 때문에 재심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만약 이번 심사에서도 방영 불가 판정이 난다면 최종 판단은 시청자위원회에게 넘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가 재심사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KBS 내부에서도 이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한 PD는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확대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사장은 지난 5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열린 채널>에 시청자들이 구애를 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지난 2001년 11월 제작돼 다음해 1월 KBS <열린 채널>에 출품됐으나 방송사측의 수정 요구와 재심사 청구를 제작진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편성 불가 판정을 받았다.
당시 방송사측은 △비속어 사용 △행자부 공무원 출연에 따른 초상권 침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장면 △제목의 '찢어라' 부분에 대한 순화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이마리오씨는 "비속어와 공무원 얼굴 노출 부분은 수정했지만 박 전대통령 생가 장면은 5.16 쿠데타 이후 제정된 주민등록제의 근원이 누구한테서 출발했는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고, 또 제목의 '찢어라' 표현은 제도 비판을 위한 상징적 수단으로 방송품위를 손상시키는 게 아니다"라고 맞섰다.
제작자인 진보네트워크와 아마리오씨는 KBS가 최종적으로 방영불가 결정을 내리자 2002년 8월 14일과 9월 26일 각각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하거나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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