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의 규칙을 정하는 공직선거법 및 선거부정방지법중개정법률안 국회 통과가 끝내 좌절됐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공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된 각당 합의안을 본회의에서 기습적으로 뒤집어 버렸기 때문이다.
*** 민주당의 꼼수가 막판까지 국회 파란 야기**
박관용 국회의장은 2일 오후 6시경 본회의 정회를 선포했다. 이날 상정된 35개 법안 중 선거법 관련 법안 처리만을 남겨놓고 있었으나 정개특위에서 막판협의가 진행중이어서 본회의 상정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후 4시부터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는 그러나 박 의장의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각당 간사들이 합의한 의원정수 2백99명안이 이리 저리 번복되다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 밤 11시, 본회의에는 2월 임시국회 회기를 30여분 남겨둔 11시30분에야 상정됐다.
본회의 상정후에도 돌발변수가 출현했다. 양승부 의원 외 민주당소속의원 60인이 정개특위 합의를 깨고 전북 지역의 재획정을 규정한 수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당초 선거구 획정위에서는 김제(민주당 장성원 의원), 무주.진안.장수(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 완주.임실(민주당 김태식 의원) 등 3개 지역구를 통폐합해 무주.진안.장수.임실, 김제.완주 2개로 정리했다. 수정안은 이를 다시 김제, 남원.순창.무주.장수, 완주.임실.진안 등 3개 지역구로 재획정했다.
민주당 양승부 의원이 주도한 이 수정안은 민주당 장성원-김태식 의원의 지역구를 고수하면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 지역구를 완전히 분리하고 이강래 의원의 지역구(남원.순창)까지 민주당 지역구로 흡수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전북 수성전략을 차단하겠다는 정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당의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가 깨지게 된 것을 뒤늦게 안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단상으로 나가 국회의장에게 항의했고 결국 자정을 넘기면서 2월 임시국회는 선거법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회기 만료를 맞아 끝내 법안통과가 좌절됐다.
*** 한.민공조 비난에 한나라당 사과, 민주당 "떳떳하다" **
민주당이 수정안을 내 당초 합의를 깨려는 시도에는 한나라당도 동조해 한-민 공조의 '극치'를 보여줬다.
수정안에 대한 표결에 앞서 회의장에는 "본회의 의사일정 제 32항 공직선거법 및 부정선거 방지법은 민주당 수정안(양승부 의원외 60인)에 대하여 찬성표결 요망"이라는 '한나라당 원내총무 발' 쪽지가 돌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진행된 수정안 표결 결과 재석의원 1백64명 중 찬성 95명, 반대 40명, 기권 29명으로 가결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장내 소란중 의장이 의사진행 순서를 착각하는 촌극이 발생해 결국 가결선포가 유보한 채 산회가 선포됐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공명선거를 하기 위한 일환으로 민주당과 공조하기로 합의했을 뿐"이라며 한-민 공조를 사실상 시인했다.
3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 참석한 홍 총무는 거센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정개특위 합의 취지에 어긋난 점을 간과한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선거개입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과의 광범위한 협력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제안은 가벼운 조정 정도로 생각하고 받아들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과의 논의는 했다"며 한나라당의 공조를 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뭐가 잘못됐나"고 반문하는 등 '떳떳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열린우리당의 박영선 대변인은 이에 대해 3일 논평을 통해 "서청원 석방결의안과 명분 없는 청문회를 이끌어냈던 한-민 공조는 16대 국회 마지막까지 그 마각을 드러냈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취한 기습적이고 야비한 태도는 방탄국회를 만들기 위한 정국의 근본을 뒤흔드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한나라 "6일 국회 재소집해 원안대로 통과"**
이에 선거법 처리를 위해서라도 3월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나라당 정의화 수석부총무는 3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임시국회 소집 요구후 사흘뒤 본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는 국회법에 따라 6일 본회의 소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 부총무는 그러나 3월 임시국회가 방탄국회라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6일 하루만 소집해 선거법만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사태를 '해프닝'으로 규정한 뒤 당초 각당 합의안대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해, 이번에 민주당 의원들이 일으킨 '꼼수 사태'는 민주당에 아무런 득이 없이 비난여론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민주당의 한심한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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