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직전까지 치닫던 민주당내 갈등이 해소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추미애 상임위원 등 쇄신파와의 대화를 거부해온 조순형 대표가 27일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쇄신파 의원들도 강운태 총장의 사퇴 요구를 접는 등, 서로가 한 발씩 물러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양측은 '조순형-추미애 공동선대본부장 체제'에도 잠정합의한 분위기다.
*** 조순형 "대화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조 대표는 이날 의총 발언을 통해 "최근 상임중앙위원 중 한 분과 일부 의원들이 내부문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며 "성명서의 일부 내용에 대한 견해는 달랐지만 당의 쇄신과 개혁을 요구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 대표의 목소리에서는 종전의 '노기'를 찾을 수 없었다.
조 대표는 이어 "대화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며 "그분들이 각급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해도 되고 비공식적인 대화도 언제나 할 수 있다. 대표실은 활짝 열려있다"고 말해, "따로 만나 이야기 않겠다"던 종전의 입장에서 급선회했다.
실제로 조 대표는 의총 직전, 쇄신파를 주도하는 설훈 의원을 만나 당내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설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를 차별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지만 당내 갈등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설 의원은 "조 대표의 수습안은 현상 유지안이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면서도 "조 대표는 욕심이 없는 분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해, 모종의 사태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이만섭 의원, 한화갑 전대표 등 당의 원로들이 신상발언을 요청해 당내 갈등 수습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만섭 의원은 "취임이후 열심히 애쓰고 있는 조 대표도 도와줘야 하고, 이른바 쇄신파도 당의 이미지 높이자고 하는 일이니 충정을 이해해야 한다"며 양측을 중재하고 나섰다. 한 전대표도 "기껏 60명밖에 안되는 현 상황에서도 단합을 못 하면서 국민에게 어떻게 과반 이상의 의석을 달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당의 단합을 촉구했다.
***조대표-쇄신파, '조-추 공동선대위원장 체제'에 잠정합의**
조 대표가 쇄신파와의 대화 의지를 표명하기 앞서, 이날 여의도 모호텔에서 있었던 쇄신파 의원들의 오찬 회동에 심재권 대표비서실장이 동석해 당내 갈등이 해소국면을 맞은 게 아니냐는 관측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심 실장은 "구체적으로 협의된 것은 없다"면서도 "계파를 나누고 모임을 따로 할 것 없이 다 함께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고 뜻을 모으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심 실장은 또 "대표 역시 현 상황의 위중함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대표가 힘들어 하는 것은 공천혁명을 지금 와서 어떻게 실현하느냐는 것이고 실무자로서 책임이 없는 강 총장을 어떻게 경질하냐는 것"이라며 조대표의 고충을 토로했다. 심 실장은 이어 "그분들(쇄신파)도 공천혁명이 어렵다는 것을 용납했고 강 총장 사퇴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말해 쇄신파가 강 총장 사퇴요구를 철회했음을 시사했다.
심 실장은 이어 "대표께서도 7인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고집하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당초 쇄신파가 요구한 '조순형-추미애 공동선대위원장' 체제의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쇄신파 오찬회동에 참석했던 전갑길 의원도 이와 관련, "쇄신파가 추 위원과의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요구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봉합으로 지지도 회복될지는 미지수**
이같은 양측의 입장 전환은 당내분란이 장기화되면서 민주당 파산 위기감이 당안팎으로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쇄신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가뜩이나 민주당 지지도가 바닥을 기는 판에 당의 쌍두마차격인 조대표와 추위원이 정면격돌하는 모양새를 띄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선거도 치루기 전에 민주당이 침몰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당안팎에서 급속히 확산됐다"며 "이같은 위기감이 양측으로 하여금 한걸음씩 물러나게 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조-추 공동선대위원장 체제가 가동되면 강 총장 퇴진 여부는 부차적 문제가 된다"며 "금명간 조대표와 추위원이 만나 극적인 합의안을 도출해내고 양자가 함께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선거유세에 나설 것"으로 낙관했다.
이같은 화해 무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분란의 동기가 됐던 호남 물갈이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어, 과연 실추된 당 지지도와 지명도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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