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존립의 위기까지 거론되는 한나라당의 내홍이 극에 달한 가운데,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현역의원 공천 탈락자 명단을 속속 발표하면서 해당 의원들의 반발이 탈당 및 무소속 연대 구축 움직임 등으로 가시화되고 있어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공천심사위는 그러나 대대적 물갈이를 계속 한다는 입장이고, 최대표와 소장파측도 공천위의 독립적 활동은 계속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들의 저항은 찻잔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역의원 탈락자 반발 가시화**
공심위는 24일 현재, 2백27개의 지역구중 1백48개 지역에 대한 심사를 끝냈다. 이 가운데 현역 탈락자는 권태망(부산 연제), 박세환(비례, 대구 수성을 공천신청), 박승국(대구 북구갑), 민봉기(인천 남갑), 이양희(대전 동구), 박시균(경북 영주) 의원이다. 공심위는 남은 지역에서 현역의원이 대거 탈락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어 ‘현역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위기감은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의원들의 반발로 표면화됐다. 공심위 발표 직후 박시균 의원은 곧바로 탈당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최병렬 대표가 당을 사당화하기 위해 공천심사위를 내세워 지역현실과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나를 탈락시켰다"며 탈당선언을 했다.
박승국 의원은 공천 재심을 요구했다. 최병렬 대표가 23일 상임운영위회의에서 "박승국 의원에게 대구 북구청장 자리를 제안했고, 박 의원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지만, 박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최 대표의 얘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구청장 자리가 비니까 사후에 하는 소리"라며 "예전에 김문수 위원장한테 쓴 소리 좀 했다고 나를 미워해서 탈락시킨 것 아니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탈락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박원홍 의원도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심사의 기준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공심위가 실시하는 서울 서초갑의 비공개 면접(시험)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서초갑 지역을 여성기획공천구로 오래전에 정했다는 사전기획설이 나돌았고, 최 대표와 김문수 위원장도 이를 시인했다"며 "여성 공천자를 뽑는 자리에 들러리 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TK 탈락자들 조직적 반발 움직임**
나아가 공천 탈락자들 중 TK(대구경북) 지역에선 한나라당을 탈당해 연대체를 구성하는 등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병렬 대표측과 소장파 의원들의 첨예한 대립관계에도 이들의 ‘공천 물갈이’에 대해선 시각이 일치해, 이들이 기댈 언덕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박시균 의원은 "앞서 탈당한 백승홍 의원과 공천에서 탈락한 박승국 의원, 박철언 전의원과 대구ㆍ경북 무소속연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국 의원도 "박시균 의원과 자주 통화하고 있다"고 동참 가능성을 열어놨다.
서울 서초갑이 지역구이지만 박원홍 의원은 "나는 상황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면서도 "현재 이합집산이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공천 탈락자들의 조직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 수성을 공천에서 탈락한 박세환 의원측은 "박시균 의원 얘기는 이미 그 지역 신문에 나온 얘기"라며 "별로 무게를 실을 만한 얘기도 아니고, 우리 쪽에서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박 의원 측은 "당내 여론조사도 1등이고, 아직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단계"라고 공천을 다시 받을 가능성도 있지 않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리연루의원도 공천 배제**
한편 공심위는 이와 더불어 비리연루자 공천 배제 방침을 밝힘으로써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일 신경식 의원, 공천신청을 하지 않은 최돈웅, 박재욱 의원 외에도 옥중출마를 선언한 박주천, 박명환 의원의 공천 탈락도 확실시되고 있다.
김문수 위원장이 비리연루 의원 공천 배제 방침을 밝힌 뒤, 불법대선자금 모금 혐의로 구속중인 김영일 전 사무총장은 24일 "이미 지난 일을 탓해야 소용없고, 앞으로 바른 길을 좇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도연명(陶淵明) 귀거래사의 한 구절을 인용해 불출마의 변을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선거실무를 총괄한 선대본부장으로서, 그것이 비록 오랜 관행이었고 당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선자금의 원죄(原罪)를 과감히 극복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자책감을 느끼며, 조용히 반성하고 자숙하는 것이 지금 제가 취할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는 제 마음은 어느 때보다 담담하고 평안하지만,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당원 동지들의 가슴에 크나큰 회한을 남긴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몸둘바를 모르겠다"고 그간의 회한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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