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민주당 소장파 의원 20명은 조찬회동 후 공동성명을 내고 선대위체제의 조속한 출범을 요구했다. 이는 설훈 의원이 이달초 소장파 의원들의 연대서명을 받아 지도부에 건의한 내용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소장파가 중진그룹과의 타협점 모색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 ‘조순형-추미애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수위 낮춰 **
민주당 조성준, 배기운 의원은 23일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내 소장파 의원 20명이 서명한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통해 소장파 의원들은 ▲한.민 공조로 당의 정체성을 훼손해 위기상황을 몰고 온 책임자는 사퇴할 것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이 이끄는 총선체제로 조속히 전환할 것 ▲ 향후 공천작업은 선대위 체제에서 진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당초 소장파 의원들의 요구는 추미애 위원의 '단독선대위원장 체제'였다. 이를 조순형 대표와 함께하는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바꾼 것은 소장파의 요구가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의 강운태 사무총장-유용태 원내총무에 대한 사퇴 요구 역시 대상 ‘책임자’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강도가 약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조성준 의원은 성명서를 낭독하기 전 “나름대로 애당의 충정을 갖고 하는 일이지만 마침 조순형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전주에 관권선거규탄대회를 하러 간 상황에 이런 뜻을 모아 발표하게 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소장파의 이같은 요구가 조대표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간담회전 조 의원은 심재권 대표비서실장에게 간담회를 하게된 경위에 대해 설명까지 하는 등 연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조 의원은 "심 실장께서는 '대표가 전주까지 가서 힘들게 (규탄대회를) 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조용히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간곡히 말씀하셨지만 한 번 내부건의했으니 이번에는 알리고 가야 한다는 중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추미애 이름 빠진 성명서 **
특히 성명에 서명한 소장파 의원들 가운데 이번 사태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의 이름이 빠진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소장파 의원들이 지도부와 정면격돌을 피하기 위한 방책으로 추 위원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추 위원이 19일 발표한 성명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조성준 의원은 잠시 머뭇거리고서야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미리 사전에 협의한 것은 아니고 성명이 나오고 난 뒤 내용을 본 것인데... 그냥 취지에 공감한다는 말로만 평가하겠다”며 더이상의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소장파 의원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조 의원은 “그때 가서 다시 의논해야할 문제"라며 "우리는 다른 당 간 사람들처럼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사람을 거명하며 어쩌고 하지 않는다”며 어떤 경우에라도 중진들과의 정면격돌을 피하고자 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옆에 있던 배기운 의원도 "어제 정통모임이 있었고 오늘 20여명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해서 두 세력의 대립으로 보지는 말아달라. 세력화가 돼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조순형 "강운태 사무총장 끝까지 일해 줘야"**
소장파들은 이처럼 요구의 수위를 낮추며 공을 중진 쪽으로 넘겼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중진 및 지도부의 반응은 자못 강경하다.
전주에 내려야 있는 조순형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운태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고, 설사 사의를 표명하더라도 강 총장이 끝까지 일을 해줘야 한다"면서 "(소장파가) 접점을 찾는다면서 어떻게 갈등을 더 확산시키는 쪽으로 타협점을 내놓을 수 있느냐"며 일부 소장파의 강 총장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당내 중진세력인 정통모임 측의 22일 회동에서도 추미애 위원에 대한 ‘출당’이 거론될 정도로 분위기가 격앙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들 중진에게도 소장파와의 타협점 모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강경 일변도로 나갈 수만은 없으리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 내홍이 길게 노출될 경우, 당의 공멸로 귀결될 수 있는 위기감이 당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소장파가 한 단계 낮게 밀어준 공을 중진들이 어떤 형식으로 받을지, 조순형 대표를 위시한 중진 그룹의 대응이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