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청원 석방요구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치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총무, 대변인 등의 잇단 사퇴, 주동자 공천 배제 등의 양상으로 한나라당에 몰아치고 있는 '서청원 석방요구 결의안' 후폭풍이 민주당 지도부도 한 귀퉁이를 날려버릴 기세다.
13일 민주당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서청원 석방'에 관한 민주당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총무단의 퇴진을 요구했다.
***장성민, "총무단 자진용퇴, 선대위 조기 출범" **
13일 민주당 장성민 청년위원장은 기자 간담회를 갖고 "서청원 석방결안에 대해 원내 전략을 잘못 세운 유용태 원내대표와 이희규 원내수석부총무는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총무단의 '자진용퇴'를 요구했다. 이 부총무는 서 의원 석방안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을 돌며 몇몇 동료의원들에게 가결을 부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 위원장은 이어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의 원톱 위원장 체제든, 조순형 대표가 함께 공동 위원장을 맡는 투톱체제든 하루빨리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선대위 조기 출범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영환, "한-민 공조 오해에 총무가 책임져야" **
이에 앞서 같은날 오전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도 서청원 의원 석방결의안 가결에 대한 유용태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지도부 간에 고성이 오갔다.
회의에 참석한 한 당직자는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이 '석방결의안 가결이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공조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유 대표를 겨냥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유 대표는 "각자가 알아서 찍은 건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은 "그 보라. 앞으로 나이드신 분들은 조 대표 옆에 좀 앉지 마라. 당이 나이 들어 보이니..."라며 유 대표를 정면 공격했고 유 대표는 "말 조심하라.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안 들어 온다"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범구,"파병 반대로 얻은 호응, 석방 결의안으로 다까먹어" **
'총무 책임론'은 본회의 직전에 열린 의총에서도 흘러나왔다.
정범구 의원은 "이라크 파병 반대 당론을 정해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받은 민주당이 같은 날 서청원 석방 결의안에 결과적으로 동조해 그 호응을 까먹었다"며 서청원 의원의 석방결의안 통과가 또다시 '한-민 공조'로 비쳐지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 의원은 작년 11월 민주당이 한나라당이 발의안 특검안 통과에 동조하자 당 내부 의사소통 구조의 개혁을 주장하며 탈당했다가 복당한 바 있다.
정 의원은 "9일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에 의총을 열었으나 총무단으로부터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 총무단이 원내대책을 잘 세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아야 한다"며 유 대표 등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조재환 의원도 "서청원 석방동의안 통과는 한화갑 전대표를 돕기위한 것처럼 비쳐질 수 있어 민주당에 있어 더 없이 중차대한 일인데 우리는 안건도 몰랐다"며 원내대표의 책임을 물었다. 조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일부러 가표 던져 우리에게 덤탱이 씌운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 총무가 좀 더 전략적인 사고를 갖고 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곳곳에서 빚어진 충돌은 표면적으로는 서 의원의 석방안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그 밑에는 낮은 지지율, 공천갈등, 당내 주도권 다툼 등 여러가지 갈등이 잠복해 있다. 정국 주도권을 다시 잡을 기회라 호언했던 청문회는 성과 없이 끝이 났고, '결단'을 요구했던 중진들은 미동도 보이지 않고,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은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니 증폭된 위기감이 화살이 돼 총무단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갑 전대표의 검찰수사에 잠시 소강국면을 보이던 민주당내 갈등에 한나라당 서청원 전대표가 불을 지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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