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때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훔치다 붙잡힌 휴학 여대생 김모(29)씨 소식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온종일 굶어 충동적으로..."**
김씨는 24일 밤 10시 반경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편의점에서 핫도그와 우유, 요구르트 등 6천5백50원어치 먹거리를 가방 속에 몰래 넣고 나가려다 이를 수상히 여긴 편의점 직원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온종일 굶어 배가 고파 충동적으로 먹을 것을 훔쳤다"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형적인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김씨는 지방의 한 4년제 대학에 다니다 2002년 여름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졸업을 한 학기를 남기고 휴학, 돈을 벌기 위해 지난해 10월 상경했다.
김씨는 사당동의 한 고시원에서 기거하면서 한 달에 80만원을 받는 학습지 방문교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텔레마케터 일을 시작했지만 한달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한달치 월급은 고시원비와 생활비로 쓰고는 생계가 막연해 진 김씨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했지만 이조차 자리가 나지 않아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도 힘든 처지가 됐다.
고향에 되돌아갈까 해서 이번 설에 귀향을 했지만 김씨의 부모는 빚쟁이를 피해 두 동생만 집에 남겨두고 피신한 상태여서, 김씨는 24일 아침 서울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하루종일 굶은 김씨는 주머니에 단돈 1만1천원만 남아있는 상태에서 1천원자리 값싼 뻥튀기로 배를 채우려고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진열된 음식들을 보고 순간적으로 심한 허기를 이기지 못해 물건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천원짜리 뻥튀기 값만 내려다가, 이상하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본 편의점 직원의 가방 조사로 절도 사실이 밝혀져 경찰에 넘겨졌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25일 김씨를 초범이고 끼니를 잇기 위한 범행임을 참작해 불구속 입건했다.
***네티즌들, 안타까움-분노의 글 잇따라**
이 소식을 듣고 안타까와 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방배경찰서 자유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이 몰려와 '불구속 입건도 심합니다. 여대생의 선처를 부탁합니다', '공지사항에 계좌번호 좀 올려주세요. 도울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내가 그 돈을 내고 싶다' 등 여대생의 선처를 호소하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용기를 내라"며 여대생을 격려했다.
네티즌 윤수열씨는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랬겠냐. 돈이 없어본 사람만이 그 심정을 알 것'이라며 경찰의 '훈방조치' 촉구와 함께 "열심히 살려는 마음만 가지면 되니 용기를 가지라"고 김씨를 격려했다.
김태형씨는 "경찰관은 배 안 고파봤나. 불구속입건이라니 너무하다"며 "그런 일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다"라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김승우씨는 "나도 대학생이지만 현재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식당에서도 아주머니들이 더 잘하셔서 그런지 대학생은 안쓰고 막노동을 하려해도 10여년이상 그 일을 하신 분들에게 먼저 자리가 가고 술집써빙을 하려해도 고등학생을 구해 쓰는 것이 더 싸서 그런지 일자리가 없다"며 "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불구속 입건해 없는 사람을 두번 죽이지 말라"고 훈방조치를 호소했다.
권희규씨는 "아까운 사람 인생의 밑바닥으로 내려가지나 않을까 염려된다"며 "경찰서에서 그냥 내보내지 말고 우선 숙식이 해결되도록 해야한다"고 도울 방법을 문의했다.
각 포털사이트에도 김양의 처지에 안타까와 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에는 CUBE2002라는 ID의 네티즌이 "배가 고파 편의점에 들어가 빵을 훔친 여대생의 기사를 보고 참으로 이 사회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한 배고픔의 고통과 사회적인 빈곤을 유발하게끔 이 사회가 그만큼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문제는 빵을 훔친 여대생보다 왜 그 여대생이 돈이 없어 끼니를 굶고 급기야 여자로서의 최소한 자존심도 내팽겨 쳐버리는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까하는 이사회의 어두운 분위기 조성에 있다는 것"이라며 "빵을 훔치도록 갈등하고 배고픔에 고뇌했던 여대생의 마음을 우리는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채용하고 싶다"**
이 기사를 최초로 보도한 연합뉴스에도 시민들의 도움의 손길이 쇄도하고 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북 청원군의 한 제조업체 채용담당자는 취재기자에게 "기사를 보고 회사에서 김씨를 채용할 의사를 갖게 됐고 면접을 했으면 좋겠다"며 연락처를 문의했다.
인천 서구 연희동의 서철(46) 목사는 "김씨의 기사를 읽고 예전에 밥을 굶고 수돗물로 배를 채우며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생각났다. 법적으로는 범인이지만 끼니를 잇기 위해 음식을 훔친 것에 법률의 잣대 만을 들이댈 수는 없지 않느냐"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개인사업을 하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유영남씨는 "예전에 아무 연고 없이 혈혈단신으로 상경했던 때가 생각났다"며 "김씨의 막막했던 심정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