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兵士)의 꿈**
초소(哨所)를 지키는 병사(兵士)의 꿈은
이 겨울이 끝나기 전
고향(故鄕)으로 돌아가는 것.
어린 청년은
모든 격전(激戰)의 현장에서
어느새 병든 몸이 되었던 총을 내리고
기도하는 자의 평안을 갈망한다.
더 이상 서로를 겨누지 아니하며
더 이상 가시철책으로 하늘을 가르지 않고
더 이상 핏빛군화가 땅을 신음하지 않게 하는,
꽃피는 언덕과 시냇물 소리 다정하여
벗들이 기다리는 마을을 그리워한다.
초소를 지키는 병사의 꿈은
역시
사랑하는 이에게 달려가는 것,
모든 전쟁의 포연(砲煙)을 헤치고
마음의 길을 따라
밤이 새도록 마주해야 할 눈망울을 그여이 찾는다.
오랜 감금(監禁)의 시간을 통과한 후
들판의 자유와
석양을 반기는 산마루의 축복을 한껏 누리는 이의
수줍은 미소처럼,
병사의 영혼은 이내 온기(溫氣)를 품는다.
그리하여,
결국 철모를 벗은 병사는
생명의 뜨거운 인연(因緣)에 기대어
온 세상을 휘돌듯
흐드러지게 춤을 추고 싶은 것이다.
그도,
우리의 딸과 아들들처럼
한점 어둡지 않은 빛나는 청춘(靑春)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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