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철거된 여중생 추모 촛불기념비와 관련, 김충용 종로구청장(64)의 시대착오적인 '친미종속 발언'과 '색깔공세'가 물의를 빚고 있다.
종로구청이 말로는 현행법에 근거해 불법건축물을 철거한 거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같은 종로구청내에 위치한 미국대사관 등 미국 눈치를 보고 기념비를 철거했음을 스스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나라당 소속인 김 구청장의 색깔공세는 5일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의 색깔 공세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한나라당이 왜 개혁대상인가를 새삼스레 인식케 하고 있다.
***김충용 구청장 "기념비 글씨, 북한 글씨체와 똑같다"**
4일 범대위 측은 지난 2일 오후 기념비 철거 직후 범대위와 만난 자리에서 김충용 구청장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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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구청장은 이날 "우리의 점심 굶는 문제를 해결해 주신 분은 박정희 대통령인데 만약에 미국사람들 나가라고 하면 우리는 다시 점심 굶던 그 때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식 잃은 부모마음이야 이해하지만 한국이 살 수 있는 길을 미국이 열어주고 있는데 이러면 안되는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는 또 "기념비에 쓰여진 글씨가 북한의 글씨체랑 똑같다는 말이 있더라"는 터무니 없는 색깔공세를 펴기도 했다.
그동안 종로구청측은 도로법률상 촛불기념비는 '조형물'에 포함이 안되기 때문에 종로구청장이 상위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에서 조례개정을 하지 않는 한 촛불 기념비는 '불법'이라고 밝혀왔다. 이와 관련, 종로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현재 '조형물'은 역사적인 유적지 등 문화재 가치가 있어야 지정된다"며 "한 단체에서 임의로 제작한 촛불 기념비를 조형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김충용 구청장의 발언은 종로구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해 벽두인 지난 2일 아침 기념비를 기습철거한 것은 같은 관할내에 위치하고 있는 미국대사관 등 미국 눈치를 보고 행한 것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범대위 "15일까지 기념비 원대복구하라"**
이같은 종로구청장 발언에 대해 채희병 여중생범대위 사무국장은 "구청장의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사고에 할 말이 없었다"고 어이없어 하며 "종로구청측이 철거이유로 드는 도로법 위반이 문제의 본질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채 국장은 "조례개정 등 합법적인 방법을 문의하는 각종 질의서와 탄원서를 보내고 청와대, 서울시,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에까지 면담요청을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절차를 밟으라고 하면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촛불시위는 못 봐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중생범대위는 "오는 15일까지 촛불기념비가 원상복구되지 않으면 직접 복구에 나서겠다"며 "종로구청 앞에서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충용 종로구청장은 지난 지자체 선거때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지자체장으로, 현재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서울시지부 부위원장과 한나라당 종로지구당 수석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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