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단체 회원이 26일 외교통상부 앞에서 이틀째 "국가정보원의 여권발급 봉쇄 압력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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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윤(32·반전·반신자유주의단체 '다함께'회원)씨는 내년 1월 인도에서 열리는 제 4차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2일 여권을 신청했으나, 전씨의 여권신청서는 경찰청에서 국정원으로 넘겨져 2주가 지난 뒤 '부정적 의견'이 첨부돼 현재 외교부에 전달된 상태다.
세계사회포럼은 신자유주의 상징인 기업인들의 다보스포럼에 대응하기 위해 열리는 세계적 대회로, 내년 인도대회에서는 '반(反)부시 투쟁을 위한 세계연대'가 주요의제로 잡혀있어 국내에서 많은 NGO단체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외통부 앞에서 만난 전씨는 "외교부를 통해 들은 국정원 의견은 '본인이 해외에서 법령을 위반하고 국익을 해치는 행위를 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었다"며 "작년에 5개월간 수감생활을 하다 집행유예로 석방된 바 있지만 집행유예자라 하여 여권이 발급되지 않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에 성공회대를 졸업한 전씨는 총학생회에서 활동하던 지난해 5월 '조선일보의 제 몫은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병역비리를 폭로하는 '신의 아들과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글을 잡지와 인터넷에 게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위반조항은 이적표현물 배포(7조 5항)로 전씨는 '마르크스주의의 입장에서 투쟁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5개월간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해 9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바 있다.
전씨는 여권발급이 안되는 이유와 관련, "표면적 이유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총학생회 일을 하면서 벌인 투쟁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여권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 "외교부는 여권발급시 해당부처(경찰청, 국정원)의 신원조회결과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국정원이 전씨의 신원에 대해 '보류'라고 부정적 입장을 표했기 때문에 외교부가 특별히 이 사례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외통부의 입장 표명을 피했다.
국정원 홍보실 관계자는 "여권발급이 지연되기 때문에 본인이 이런저런 주장을 하는 것 같다"며 "그 사례는 현재 검토중에 있다"고 말해, 여권이 발급될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전씨는 이같은 정부 입장에 대해 "대통령 측근비리 혐의로 출국금지된 최도술은 버젓이 러시아로 출국한 반면에 이미 법적 판결을 받은 본인은 여행의 자유마저 제한받고 있다"며 "외교부가 여권발급을 할 때까지 1인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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