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22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17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제, 의원정수 등 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야 3당과 열린우리당간 의견 충돌로 무산됐다.
여야 의원들의 대립으로 결론 없이 산회를 선포한 목요상 위원장이 "내일은(23일) 세상없어도 표결처리할 것"이라며 여러 쟁점 가운데 우선 '소선거구제'를 확정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열린우리당 간사인 신기남 의원은 "정치개혁안을 표결처리하는 법은 없다"며 표결로 결론을 내는데 끝까지 반대하고 있어 23일 회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정개특위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 **
이날 회의에서는 "시일이 촉박하니 표결로 결론을 내자"는 야당과 "수의 횡포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열린우리당이 정면격돌했다.
회의 도중 소위에서 결정된 사안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며 시간을 잡아먹자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오늘이 정개특위를 처음 여는 날이냐, 지난번에 충분히 협의를 마치고 오늘은 표결하기로 했으면 표결해야 한다"며 표결처리 강행을 주장했다. 이에 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표결에 합의한 적이 없다"라고 맞섰고, 이에 야당 의원들은 "속기록 가져와봐"라며 맞받아쳤다.
표결로 밀어붙이겠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신 의원은 의원석 뒤에 배석하고 있는 10여명의 우리당 의원들을 둘러보고 "우리당 의원들과 선관위, 시민단체에서 여러분들이 나와 계신다"며 "이분들은 오늘 표결처리할까봐 걱정돼 나온 것"이라며 표결불가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의원들이 합의의 노력 없이 표결 하느냐, 마느냐만 두고 지리한 공방을 계속하자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갑자기 "헌법을 유린하고 다수결 원칙을 부정하는 열린우리당에 무력감과 수치심을 느껴 정개특위 위원직을 사퇴하겠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회의장 밖에서 박 의원은 "회의마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정개특위는 없애버리고 그냥 기존 법대로 선거 치루는 게 낫겠다"며 울화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 "내일은 세상없어도 선거구 확정한다" **
결국 회의는 2시간 여 공방 끝에 "내일은 표결을 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끝이 났다. 4당 간사 협의로 산회 합의를 할 때에도 여야 간사들간 대치는 계속됐다.
목요상 위원장이 신기남 의원에게 "내일까지 당내 논의를 거쳐 표결에 합의해 줄 것"을 부탁했지만 신 의원은 "표결에는 절대 합의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민주당 박주선 의원과 자민련 김학원 의원은 "합의할 수 없다면 대안을 내 놓으라"며 큰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도 "열린우리당은 회의를 자꾸 딜레이(연기)시켜 결국 깽판 놓자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은 기권하든지, 반대를 하든지 표결에서 하라"고 주장했다.
간사 합의에서도 신기남 의원이 표결에 찬성하지 않자 목 위원장은 "이것도 반대, 저것도 반대하는 것을 따라가다가는 도통 처리를 할 수 없다"며 "내일은 세상없어도 어떤 물리적 저지를 불사하고서라도 선거구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개혁안이 사사건건 여야공방으로 지연되고 있으니 우선 급한 선거구 문제만이라도 표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는 한나라-민주-자민련과 마찬가지로 정개협 등 시민단체도 '소선거구제'를 지지하고 있는만큼 우선 소선거구제부터 통과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 우리당 "국민과 함께 표결 저지" 자정까지 농성 **
그러나 회의가 끝나는 시간까지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인 우리당 의원들은 "표결처리에는 절대 합의할 수 없고 국민과 함께 표결 강행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해 23일 회의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당 의원들은 22일 "야3당이 정치개혁법안을 야합으로 통과시키려 한다"며 회의장에서 '정치개혁 3당야합 즉각 중단하라'는 피켓을 붙이고 이날 자정까지 항의 농성을 벌였다.
의원들은 성명서에서 "지역구 의원수를 늘리고 선관위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정치개혁'과 거리가 먼 '정치개악'임이 명백하다"고 밝히고 민주당에 대해서도 "이를 견제하기는커녕 앞장 서서 '야합'한 데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표결처리'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표결처리를 강행할 경우에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물리력 저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열린우리당 "특위 위원들이 선거구 획정 이해 당사자" **
우리당 의원들은 또 한나라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들이 선거구 획정의 이해당사자들이라고 주장한 뒤, 이들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는 소신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덕배 의원은 "정개특위 위원 중 한나라당 소속 11명 중에 상당수가 선거구 획정 인구 하한선에 직접적으로 걸려있는 사람들"이라며 "이해관계 당사자가 특위에 있는 것은 법상식에 위배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당 천정배 의원도 "정개특위 위원들 중 선거구나 인구상하한선 결정이 자기 지역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해관계 걸린 사람들 데리고 합의해도 국민적 동의를 얻기 힘드니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정개특위를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당이 주장하는 바는 인구 하한선을 10만으로 하느냐 11만으로 하느냐에, 또 11월 기준 인구냐, 3월 기준 인구냐 하는 그 기준 시점에 지역구의 존폐나 승패가 엇갈리는 의원들이 정개특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상하한선을 결정하는 기준시점을 두고 야당 의원들끼리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은 새로운 게 아니다. 정개특위가 기준시점으로 합의를 본 2003년 3월말은 선거구 획정 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때의 인구통계를 따른다는 상식과 달라 다소 억지스럽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정개특위에서 선거구제와 의원정수가 결정이 나야 선거구 획정작업을 할 수 있는 선거구획정위원회는 4당 원내대표에게 공문을 보내 선거구획정을 위한 기본자료인 선거구제, 지역구 의원수, 선거구 인구상하한선, 인구기준시점 등을 23일 오후 5시까지 결정해 통보해 줄 것을 촉구했다.
획정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은 방침을 정한 뒤 각 당에 통보하고 이같은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24일 획정위원 전원이 사퇴키로 해 여야간의 끝없는 대치로 연내 선거법 개정은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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