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민주통합당, 노무현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민주통합당, 노무현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데스크 칼럼] 흥행 성공이 혁신의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한명숙 체제가 출범했다.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를 띄운 주체는 '80만 선거인단'. 그중 일반 시민이 64만명이다. 호남 출신 중장년층 대의원들이 휩쓸던 과거의 전당대회와 달리, '엄지족'들의 위력 앞에 호남 기득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오더'가 먹히지 않고 줄세우기가 불가능했던 이유는 정당 문턱을 낮춰 대규모 시민참여를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모바일 투표에 허탈해하기까지 했다.

SNS 등 디지털 시대의 발전에 맞춰 정치도 진화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흥행 대박의 이유는 기술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똑같은 선거방식을 취한다고 64만명의 시민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까?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는 선거라면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1분도 투자하지 않는다.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의 투표 열기는 총선과 대선에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원천이다. 한명숙 신임 대표도 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권을 바꿔달라는 열망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하기에 당장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할만한 힘을 가진 제1야당에 폭발적 관심과 기대를 보였으나 이는 그럴만한 실력을 보이지 않으면 언제든 싸늘히 식을 수 있는 조건부 지지다.

한명숙 체제의 1차 관건은 4월 총선이다. 이변이 없는 한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1당이 되리라는 예상은 누구나 한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뒤집어보면 인적쇄신이 더 어렵다는 말이다.

민주통합당이 기존 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계의 결합이라고 하나 아직까지 화학적 결합의 흔적도 별로 없다. 고령의 다선 의원 몇몇이 불출마를 고민 중이라는 얘기만 나돌 뿐 정장선, 장세환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자발적인 기득권 포기 선언도 없다. 일부 눈치 빠른 호남 중진들은 비교적 안전한 수도권 지역구로 터를 옮겨놓고 자기희생인 양 포장하고 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하다보니 지역구마다 보통 두자릿수의 예비후보들이 공천을 둘러싸고 이전투구를 벌일 태세다. 옥석 가리기가 아닌 지분 안배 공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양들이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석달.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 개방형 경선을 도입하겠다는 한 대표의 구상은 기득권이 강한 지역의 경우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야권연대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내는 일도 웬만한 정치력과 리더십으론 쉽지 않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홀로 이끌어가는 한나라당의 단출한 구조와 달리 야권 단일후보가 선출되는 과정은 상당한 진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인적쇄신과 야권연대라는 총선의 이중과제와 아울러 민주통합당은 노선과 정책의 변화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도 풀어야 한다. 새 지도부는 16일 첫 회의부터 "한미 FTA에 대한 전면 검토에 들어가 이명박 정부의 발효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문성근), "이제 신자유주의 종말을 선언해야 한다"(이인영) 등의 강경한 발언이 쏟아졌다. 이미 재벌개혁, 원전 재검토 등 진보적 지향을 강령에 담았고 한미FTA 폐기에 한목소리를 낸 만큼 지도부의 의지만큼은 충만해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한미FTA 비준안 처리 당시에 드러났듯 통합민주당 내에도 한미FTA 폐기에 거부감을 보이는 기류가 온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FTA가 노무현 정부에서 첫단추가 꿰어진 점이 발목을 잡는다. "한미FTA 반대는 자기모순"이라고 한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볼 근거는 없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비준안을 폐기하자는 주장에 수반돼야 할 이성적이고 정교한 방법론도 아직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가 그렇듯, 민주통합당에 드리운 '노무현의 그림자'는 양날의 칼이다. '친노의 맏언니'로 통하는 한명숙 대표와 함께 노사모 출신의 대표적 친노 인사인 문성근 최고위원이 2위로 입성했다. 2007년 말 '폐족'이라는 처참한 표현을 스스로 썼던 세력이다. '주군'의 사후에 이토록 왕성한 생명력으로 부활한 정치세력은 일찍이 없었다. 지사적 열정과 결속력을 보인 이들의 '개혁몰이'가 현실 정치에 긍정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잊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가 다시 친노 부활의 산파 역할을 한 것도 아이러니다. 집권세력의 실정에서 비롯된 분노의 바람에 올라탄 반사이익은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정권탈환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후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80만이 참여한 흥행 성공이 혁신의 성공으로까지 이어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새지도부의 첫 회의에서 쏟아진 강경한 발언들보다 "국민의 눈높이와 실생활에서 대안을 내는 성숙하고 겸손한 당이 돼야 한다. 지나친 과열 경쟁을 자제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실패하지 않는 민주당이 되자"는 '꼴찌' 김부겸 최고위원의 '밋밋한' 다짐이 오히려 미더워 보이는 이유다.
ⓒ프레시안(최형락)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