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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ew Good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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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ew Good Men

김명훈의 영화, 영어, 그리고 미국 <3>

미국에서는 국가 기관들도 저마다 홍보를 하고 이미지 관리를 한다. 그 중에 육ㆍ해ㆍ공군이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를 이용해 가장 많이 선전을 하는데, 이는 미국의 군은 징집제가 아니라 지원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군대에 가는 사람은 장래에 대한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가는 것으로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밥 딜런의 "Subterranean Homesick Blues"라는 노래의 가사 중에 'join the army if you fail'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낙오자들도 군대에 가는 옵션은 남아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선전을 잘 해야 양질의 청년들을 모집할 수 있기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각 군마다 선전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각 군별로 홍보 슬로건을 보면 육군은 'Be All You Can Be', 공군은 'Aim High', 해군은 'It's Not Just a Job. It's an Adventure'라는 슬로건이 각각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대충 번역하면 '너의 모든 꿈을 이루어라', '높은 곳을 향해 쏴라',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신나는 모험이다', 뭐 이런 말들이 되겠다. 교육수준이 낮은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문구들이다.

해병대의 경우 'We're Looking For a Few Good Men'이라는 슬로건이 히트를 쳤고 최근에는 'The Few. The Proud.'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다. 해병대는 정예부대를 자처하기 때문에 두 가지 슬로건에 모두 'few'라는 키워드를 기용했다.

1992년에 나온 롭 라이너 감독의 군사재판 영화 "A Few Good Men"의 제목은 해병대의 'We're Looking For a Few Good Men'이라는 슬로건을 빗대어 붙인 것이다. (이 영화의 각본은 희곡작가 아론 소킨이 자신의 원작을 각색한 것이다.) 관타나모 미군 해병 부대에서 말썽 많은 한 사병이 동료 사병들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의 제목은 그 슬로건의 "a few good men"을 상기시키고 있다.

슬로건에서는 해병대가 몇몇(a few)의 건실한, 내지는 쓸만한(good) 청년들을 찾는다고 했는데, 이는 이 집단이 스스로 '건실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자처하는 것이기도 하다. 슬로건의 의미가 이같이 비교적 단순한 차원의 홍보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 영화의 제목에서 읽히는 뜻에는 다소 미묘한 맛이 깃들여 있다. 우선 제목의 "a few good men"은 문제의 병사들(말썽이 많았던 산티아고와 그를 살해한 도슨 상병과 다우니 일병), 그리고 결국 이 사건의 원흉으로 밝혀지는 제섭 대령(잭 니콜슨)을 아이러니컬하게 지칭하고 있다.

이런 자들이 해병대에서 자랑하는 건실한 인간들이란 말인가. 그리고 제목에서의 'good'이란 슬로건에서 말하는 '건실함' 또는 '쓸만함' 보다는, 도덕과 윤리 같은 선(善)의 의미를 갖고 있다. 대단원에서 증언대에 오른 제섭 대령이 내뱉는 섬뜩한 초(超)애국적 장광설을 통해 그가 자신이 선(善)의 쪽에 서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 자명해 지면서 제목의 아이러니가 한층 농후해진다.

사실 이 영화의 대사 중 백미는 바로 니콜슨의 이 장광설이다. 불과 1분여 만에 끝나는 그의 열변은 이 영화를 평범한 법정 드라마에서 화제작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이미 미국 영화사의 고전으로 모셔지고 있다.

You can't handle the truth! Son, we live in a world that has walls, and those walls have to be guarded by men with guns. Who's gonna do it? You? [중략] I have neither the time nor the inclination to explain myself to a man who rises and sleeps under the blanket of the very freedom that I provide and then questions the manner in which I provide it. I would rather that you just said "thank you" and went on your way. Otherwise, I suggest you pick up a weapon and stand the post.

(넌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 젊은이, 우리는 장벽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고, 그 장벽들은 총 가진 사나이들이 지켜야 하네. 그것을 누가 하겠나? 자네가? [중략] 난 내가 제공해주는 자유의 담요 속에서 살면서 그 자유를 제공하는 나의 방법에 시비를 거는 자에게 내 자신을 설명할 시간도 의향도 없다네. 그저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하고 꺼져버리면 좋겠네. 아니면 무기를 집어 들고 보초나 서란 말이야.)

국방이라는 엄숙한 사명이 있을진대 하찮은 인간들의 사소한 비극을 갖고 따지고 드는 무지랭이들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얘기다. 어쩌면 이것이 현재 관타나모 베이에 수백 명의 테러 용의자들을 몇 년째 재판도 면회도 없이 감금해 두고 있는 미국의 논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잠깐, 여기에서 제섭 대령이 상징하는 양심을 초월한 권력자들과 그 밑에서 명령만 따르는 병졸을 구별해서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제섭 대령이 체포된 후 범인들은 불명예 전역처분을 받는다. 그다지 영리하지 못한 다우니 일병은 왜 자신과 공범 도슨 상병이 그러한 처분을 받아야 하는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명령을 따랐을 뿐인데 무엇을 잘못했단 말입니까?" 오늘도 관타나모 베이에서,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십 수만 미군 졸병들이 명령만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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