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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en, Ali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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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en, Aliens

김명훈의 영화, 영어, 그리고 미국 <2>

1979년에 나온 리들리 스캇 감독의 영화 "Alien"은 공상과학영화보다는 호러 영화로 분류되곤 한다. 뛰어난 특수효과와 미래의 우주선 환경의 빈틈없는 묘사에도 불구하고, 제목의 주인공인 정체불명의 괴물이 신출귀몰하는 장면들이 마치 악몽 속에서 나타나는 이미지와도 같기 때문이다.

광석 운송 중 지나치던 행성에서 들여온 한 마리의 작은 생물체가 첫 희생자의 뱃가죽을 뚫고 튀어나온다. 생물체는 그리고 곧바로 유령의 집을 연상케 하는 침침한 화물 우주선 선체 속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그 뒤 심심하면 한번씩 소리 없이 나타나 승무원 6명을 차례로 사냥해 포식을 한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 초반에 주먹만한 핏덩이로 데뷔하여 짧은 시간에 끔찍한 식인 괴물로 변신하는 이 한 마리의 "Alien"이 선사했던 음침한 공포감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986년에 이 영화의 속편을 내놓았을 때, 필자는 개봉을 예고하는 포스터의 제목만 보고 기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 제목이 "Aliens"였기 때문이다. 복수(複數)라…? 오리지널에서 한 마리의 에일리언이 그렇게도 나를 무섭게 했는데, 아니 이젠 여러 마리가 나온단 말인가. 아마도 헐리우드의 그 많은 속편 중에 가장 독특하고 잘 붙인 제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헐리우드의 관습대로 했다면 "Alien 2"가 됐겠으나, 카메론 감독의 제작팀은 신선하게도 1편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가 그 끝에 슬쩍 "s"자 하나를 붙임으로써 오리지널을 본 사람이 갖는 기대감을 극대화시켰다. 단순히 "Alien 2"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처럼 영어에서는 뒤끝에 s자 하나가 붙는 것도 의미상 큰 차이를 주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한국에서는 속편의 제목이 "에일리언 2"로 평범하게 나갔는데, 이렇게는 원제의 효과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하긴 그렇다고 제목을 "에일리언들"이라고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한국의 관객은(관객들은?) 원제의 작은 기발함이 주는 작은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영어와 한국어의 가장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복수와 단수를 까다롭게 구별하지 않는 한국어의 이 같은 습성 때문에, 한국인이 영어를 쓰면서 챙기기가 가장 힘든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복수를 나타내는 끄트머리의 s자다.

가장 흔한 예로는 운영체계 Windows를 우리말로 그냥 윈도우라고 표기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게 무슨 신경 쓸 일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Windows의 s자에는 이 OS의 기본 취지가 실려 있기 때문에 이 한 자를 빼먹는다면 이 상품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데스크톱은 하나이지만 창(Window)은 여러 개를 띄워놓고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초창기에 매킨토시 운영체계를 모방하여 개발한 이 OS가 지닌 가장 혁신적인 기능을 그 이름에 반영시킨 것이다. 이 OS를 그냥 "Window"라고 부르면 어딘가 허전하게 들린다.

이밖에도 s자 한자가 빠짐으로써 어색해지는 말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 널려 있다. All Right Reserved, 25 cent, 25 dollar, Dunkin' Donut 등등… 얼마나 어색한가. 그러나 약간만 신경 쓰면 큰 투자 없이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이다.

사소한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싶진 않지만, 언어와 문화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영화 오리지널과 속편의 제목이 s자 하나로 선명하게 구분되듯이, 바른 영어와 망가진 영어도 끝에 붙이거나 빼먹는 s자 하나의 차이일 때가 많다.

필자 이메일: kimmh@thekingrou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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