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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YOUR EYES ONLY

김명훈의 '영화, 영어, 그리고 미국' <1>

오늘부터 김명훈의 '영화, 영어, 그리고 미국'을 주 1회(수요일) 게재한다. 필자 김명훈은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 등 현지에서 30년간 갈고 닦은 정통 미국영어를 바탕으로 영화 속 영어의 정확한 뜻을 밝혀주고 미국문화의 속내를 보여줄 것이다. 편집자

'For Your Eyes Only'라는 말은 1981년 개봉한 007 영화의 제목을 장식하면서 졸지에 일반 용어가 됐다. 이 영화에서는 제임스 본드가 영국정부의 기밀문서를 빼내어 세계를 정복하려는 KGB의 음모를 좌절시키는 내용으로, 'For your eyes only'라는 말이 국가기관의 비밀 분류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도 이 영화 덕분이다.

영화 개봉을 계기로 자주 라디오에서 틀어주던 같은 제목의 영화 주제곡(시나 이스턴)도 이 말의 '대중화'에 한몫을 했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좋든 싫든 'For Your Eyes Only'라는 노래는 많이 들었을 것이다.

기밀의 등급분류는 국가마다 그리고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크게 나누어 Confidential→Sensitive→Secret→Top Secret 등 4가지로 분류된다. 영화에서는 'For (007의) Eyes Only'를 Top Secret 보다도 높은 허황된 초특급 비밀문서를 지칭하고 있지만, 각 등급마다 필요에 따라 취급자를 제한하도록 '명기된 인원만 볼 것'이라는 뜻인 'Eyes Only'를 명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급 비밀(secret)보다 한 단계 낮은 민감한 정보(sensitive)의 경우 보통 sensitive 등급 이상을 취급할 수 있는 요원들이 모두 볼 수 있으나, sensitive 등급과 함께 'xx Eyes Only'라고 명시되어 있을 경우엔 'xx'부서 관계자들만 취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잠깐 여기서 일러두어야 할 것은 정확하게 'For Your Eyes Only'라는, 생각해 보면 대상이 모호할 수밖에 없는 기밀취급의 분류는 사실 없다는 것이다. 'Eyes Only'는 엄밀히 따져 '(명시된 관계자)만 볼 것'이라는 뜻인데, 부서나 직위나 명칭(암호명이라 할지라도)을 명시하지 않고 단지 'Your'라고 하는 것은 조직의 기밀취급을 기술적 차원에서 볼 때 넌센스가 되기 때문이다. ('너만 봐라'? 너가 누군데?). 영화의 제목(= 이언 플레밍의 원작의 제목)이 'Eyes Only'가 아닌 'For Your Eyes Only'가 된 것은 단지 영화에 나오는 기밀문서를 '007 너만 볼 수 있다'는 스토리상의 설정 때문이다.

요즘에는 일반 회사에서도 'Exec. Eyes Only'(임원들만 볼 것)와 같은 내부자료 '등급'을 쓰고 있다. 국가의 기밀문서 중에는 해당국민만 취급할 수 있다는 뜻으로 'New Zealand Eyes Only', 'Australian Eyes Only', 'British Eyes Only' 등의 취급자 제한을 명시하고 있는 문서들도 있다. 이렇듯 'Eyes Only'는 기밀의 등급이라기보다는 등급에 관계없이 해당 기밀의 공개대상 범위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For Your Eyes Only'라는 말이 영어권 국가의 비밀정보 분류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이 문구의 유래를 알게 된 사람보다는 시나 이스턴의 팝송을 듣고 이 말이 귀에 익은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다. 주제곡의 가사는 'For your eyes only/ Can see me through the night/ For your eyes only/ I never need to hide.'(당신만 보세요/ 어둠을 뚫고 나를 볼 수 있어요/ 당신만 보세요/ 난 숨을 필요가 없어요)라는 식의 시구에서 볼 수 있듯이 남자에게 폭 빠진 여자가 부르는 애가에 지나지 않는다.

노래 말미에 'For your eyes only, only for you/ You see what no one else can see'라는 제목의 유래를 암시하는 구절이 나오긴 하지만, 이것도 'Eyes Only'의 본래 뜻을 의식하지 않는 이상 남녀관계를 노래하는 것 이상으로 들리지 않는다. 'For Your Eyes Only'는 마지막 부분에서 제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데, 그 대목이 비밀등급과는 거리가 멀다.

007 영화가 다 그렇듯, 영화는 여자 주연인 멜리나(캐롤 부케이 Carole Bouquet 분)가 여느 때와 같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느른하게 기대어 앉아 있는 본드에게 희고 길쭉한 몸을 허락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녀는 걸치고 있던 가운을 떨어뜨리며 "For your eyes only, darling!" 이라고 나지막하게 말한다. 당신만 보시라는 것이다. 필자의 나이가 그때 18세였으니 그 장면, 그 대사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필자 소개**

1963년 서울에서 출생.
1974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뉴욕 거주.
1978년 뉴욕 스타이브샌트(Stuyvesant) 고등학교 졸업. 스타이브샌트 고등학교는 브롱스 사이언스(Bronx Science), 브루클린 테크(Brooklyn Technical High School)와 함께 뉴욕의 3대 명문고로 불린다.
1982년 코넬(Cornell)대학교 입학, 영문학 전공.
1986년 코넬대학교 졸업.
1986~1992년 중앙일보 뉴욕지사 기자로 활동.
1987~1989년 컬럼비아(Columbia) 예술대학원에서 창작(Writing) 전공.
1993~2002년 미국 연방 공무원으로 근무.
2002년 뉴욕시 맨하탄 소재 KIN(Korean International Network) Consulting Group 공동 창업, 현재 활동 중.

필자 이메일: kimmh@thekingrou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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