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광주 가톨릭 센터 대강당에서는 이라크 파병반대를 위한 4대 종단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시국기도회에는 기독교 강신석 목사(광주 NCC 고문), 원불교 이응원 교무(남광주 교당), 천주교 박철수 신부(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불교 광 민 스님(불교사암연합회 수석부회장)등 각 종단의 대표외에 법능스님, 문정현 신부(소파개정국민행동대표), 행법스님(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 등이 참가했다.
시국 기도회에서는 종교인들의 공동기원문과 함께 '4대 종단에서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도 발표됐다.
다음은 4대 종단 종교인들이 노무현 대통령께 보내는 글 전문이다.
***이라크 파병반대 4개종단 시국 기도회에서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
저희들은 민주의 성지 광주 전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성직자와 종교인들로서 이라크 파병반대 4개 종단 시국기도회를 모든 종교인들과 함께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서로 다른 각각의 종단에서 신앙인의 길을 가고 있지만, 세계 평화를 염원하며 진리의 길에서 떳떳하게 살아가고자 서원하고 실천하는 길에서는 다를 수가 없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님께 저희들이 염원하는 바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공자님은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는 군자가 세상 일에 관하여서는 가까이 할 것도 없고 멀리 할 것도 없이 오로지 의로움에 따를 뿐이란 말입니다. 군자가 인간세를 지도하는 기준으로 공적기준을 가지며 그것은 오로지 '의로움'이라는 것입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도덕성에 바탕한 참여정부를 구성하고 오로지 나라를 바른 길로 이끄시고자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잘못된 통념들을 하나하나 고쳐나가시고, 그 길의 맨 앞에서 남보다 더 많은 걱정과 연민으로 상식과 도덕이 통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고자 하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릇 도(道)라 하는 것은 길을 말하고, 길이라 함은 무엇이든지 떳떳이 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덕(德)이란 어느 일을 막론하고 오직 은혜가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대통령님께서 국익을 앞세우기 보다는 도덕과 의로움에 바탕하여 이라크 파병에 관한 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어, 미국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정당하지 못한 전쟁에 우리의 사랑하는 아들 딸들을 보내지 않으시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더 이상 이라크 국민들이 희생되고 우리의 국민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습니다.
종전을 선언한 이라크 전쟁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확대하고, 중동석유를 장악하기 위한 추악한 전쟁임이 밝혀졌습니다. 저희는 미국이 이라크의 후세인대통령이 빈 라덴과 연계된 아무런 증거를 가지지 못하고 있음을 밝혔으며, 또한 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전혀 발견하지 못하였음을 밝혔음을 알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의 종전을 선언하였지만, 여전히 이라크는 여전히 많은 민간인들과 우리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는 전쟁터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군대를 파병한다면 이는 우리의 아들 딸들과 국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 될 것입니다. 더욱이 미국은 이라크 전쟁이 이라크 국민들을 후세인 정권의 독재와 억압에서 해방시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자 한다고 하지만 이라크 국민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침략자이며, 나라의 주권을 빼앗은 침탈자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일본에 의해 침략을 받아 36년 동안이나 주권을 찾지 못하여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희생되었습니까? 우리의 조상들이 주권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독립운동을 하였습니까? 일본과 미국의 밀약에 의해 우리의 주권을 일본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독립군들이 독립운동을 할 때 일본은 우리의 애국지사들을 테러리스트들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라를 잃은 설움과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습니까?
이라크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 그들을 테러리스트들이라고 하고,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 우리의 군대를 파병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양심이 허락하는 한 받아 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옳은 일이 아닌 것입니다. 또한 일제시대 때 대동아 전쟁을 신성한 전쟁이라며 우리의 젊은이들을 일본의 총알받이로 보내라고 했던 그 신문이 6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미국이라는 동맹과 국익을 위해 우리의 아들 딸들을 죽음의 전쟁터로 보내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우리나라의 파병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음을 볼 때 저희들은 대통령님과 우리나라 국민이 얼마나 큰 위험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저희 4개 종단의 성직자와 종교인들은 종교적 양심과 정의, 그리고 신념에 바탕하여 생명을 살상하고 평화를 해치는 이라크 전쟁에 어떠한 명분으로도 우리의 군대를 파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전투병 파병을 전제로 파병을 한다고 하지만 의료와 재건을 맡은 서희부대와 제마부대와 같은 우리의 국군이 이라크 국민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되고, 그들에 의해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경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투병 파병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아울러 이라크의 진정한 평화와 재건은 우리 국군의 파병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군이 즉각 이라크를 떠나고 이라크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함으로써 이루어질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이라크의 전후 복구와 민주화는 외국 군대가 할 일이 아니라 주권을 되찾은 이라크인 자신이 해야 할 일입니다. 미국은 갈등과 폭력의 악순환을 낳을 뿐인 침략전쟁을 당장에 중단하고 이라크에서 떠나야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저희들은 대통령님께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하시어 일체의 파병방침을 철회하고 평화의 원칙을 지키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도덕성을 지키시고 의로움을 실천하시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류의 생명을 살리시고, 세계평화를 실현하는 대열에 당당히 동참하시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2003년 12월 4일
이라크 파병반대에 참가한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종교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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