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건들지 마요. 반대하는 사람들 다 데모하러 (부안에) 갔다가 좀 있으면 돌아오니까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든지..."
위도 진리마을 갯벌에서 그물손질을 하고 있는 대여섯명의 주민들. '또 기자냐'하는 듯한 경계와 짜증이 얼굴 한가득이다. 이젠 핵폐기장의 'ㅎ'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이다. '육지'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던져놓은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주민들의 의심만 늘어났다.
***"위도주민들 사이가 아주 안 좋아졌다"**
<서봉신씨 집>
김선임(77)씨는 "위도주민들이 찬성 반대로 갈려 사이가 아주 안 좋아졌다"며 "얼른 백지화돼서 이전처럼만 살았으면 원이 없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위도 반대 운동을 이끌고 있는 서대석(52)씨도 "제일 슬픈 것은 찬반 양쪽에서 서로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커지는 모습을 보는 일"이라며 "심지어 찬성하는 주민들 사이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못하는 보상을 비공식적으로 해주고 싶어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소문을 낼까봐 못해준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사진 페인트벽 1+2>
김씨는 "가난하고 빚을 진 사람들이 많은 위도에서 핵폐기장 유치에 찬성하는 이들은 두 종류"라며 "핵폐기장 예정지에 땅을 가진 사람과 현금보상 미련을 버리기 힘들만큼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꼽았다.
"찬성하는 사람들이 우리 아들(서봉신 위도대책위원장)보고 참 이상하다고 합니다. 치도리에 땅도 가지고 있고 어선도 몇 척 있어서 지가보상, 어업보상을 다 받을 수 있거든요. 우리 집이야말로 보상 받고 뜨면 되는데 왜 반대하냐고. 아들은 말도 못 꺼내게 합니다. '위도사람들 바라는 대로 안될 것이 뻔한데 불쌍해서 그것을 어떻게 보고만 있느냐고...'"
<사진 핵폐기장 유치 예정지>
***"어업으로는 앞으로 먹고 살 수가 없다"**
6백여 가구에 1천5백여 명이 사는 위도주민들의 생업은 어업이다. 그러나 찬반을 막론하고 어업으로 계속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주민은 거의 없는 듯했다.
15년 전에 위도에 와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상대로 자영업을 김모씨는 "해가 갈수록 해양오염이 심해지고 고기가 클 새도 없이 잡아들이는 통에 어족이 씨가 말랐다"며 "위도에는 어업을 하면서 큰 빚을 진 어민들이 많아 현금보상에 집착하는 사람들 수가 여전히 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배>
김선임씨는 딱 잘라 "찬성하는 사람들은 어업을 포기할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새만금을 막은 다음부터 확실히 고기가 안 잡힌다"며 "특히 핵발전소가 들어선 영광 쪽은 해가 다르게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정을 다 알면서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하겠다는 것은 '이제 어업을 안 하겠다'는 거지 뭐"
학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위도지역발전협의회에서 일하는 정모(61)씨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어업 보상이 다 그런 뜻이지 뭐. 보상금 받으면 빚 갚고 육지로 가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하거나" 정씨는 "어떤 형태로든 보상금이 나오면 위도에 관광 인프라를 위한 투자를 하지 어업에 투자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서해안 3대 파시 중 하나로 조기 파시가 섰던 위도 사람들은 쇠락해가는 어업을 보면서, 핵폐기물처리장과 함께 온다는 현금 보상에 귀가 솔깃한 것이다.
***"위도발전주식회사를 만들겠다"**
정씨는 "언론에서 나오면 꼭 먼저 반대하는 사람들 얘기부터 들어보고 우릴 찾아와서 이러쿵 저러쿵 한다"며 불편한 속내부터 드러냈다.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에게 "먼저 서울 기자님들 생각부터 듣고 싶다"면서 "도대체 핵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설 것 같냐"고 오히려 묻는다. 찬성 쪽도 반대 쪽 만큼이나 갑갑해하는 모습이었다. 정씨는 "찬성하는 쪽 사람들의 입장도 잘 헤아려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사진 드럼통>
정씨는 "지금 우리를 제일 곤욕스럽게 하는 것이 정부"라며 "정부는 지금 내년 7월까지 지질조사를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최종적인 보상 형태를 결정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내년 7월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찬성 측은 10월 25일 위도 주민들에게 1차 설명회를 열어 현금 직접보상이 안된다면 위도지역발전협의회(찬성대책위)가 위도발전주식회사를 설립해 주민들이 주식배분을 받는 형태의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씨는 "12월 2일 2차 설명회에서는 이런 방안을 구체화해서 제출할 법안이 완성됐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릴 것"이라며 "이 날 주민들의 생계권을 보장받을 보상금을 어떻게든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라고 밝혔다.
정씨는 "지금 정부가 애매한 반응을 보여서 그렇지 방안이 확실히 정해지면 다시 많은 주민들이 찬성으로 돌아설 것"으로 확신했다.
***"정부가 돈을 안 준다는데 . 참, 갑갑한 사람들이야"**
최오동(82)씨는 찬성 측에서 내놓은 '주식회사 설립'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는 "이미 국정감사 때 정부가 '금전보상 절대불가' 원칙을 천명했다"며 "정부가 돈을 줘야 주식회사도 잘 되는 것이지 돈을 안 주는데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사진 최오동>
"정부가 현금보상 불가 발표 후 찬성 쪽 사람들이 주식회사 만들겠다고 위도사람들 주민등록등본하고 10만원씩 걷고 그랬어. 그 때 돈은 몰라도 주민들이 주민등록등본은 웬만하면 다 냈을 거야"
최씨는 "정영복(위도지역발전협의회장)씨가 몇 억을 끌어들이겠다고 약속한 기한이 지난 10월 30일이었다"며 "지금도 정부의 보상을 믿는 사람이 있지만 처음보다는 반대가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찬반의 비율을 묻는 질문에는 "반대가 65%, 찬성이 35%정도 될 것"이라고 답했다. 최씨는 "정부가 돈을 안 준다는데. 참 갑갑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서봉신씨는 "찬성측에서는 지난 1차 설명회에서 2천억을 주식형태로 나눠주게 하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어떻게든 주식회사를 설립해서 한수원으로부터 소득사업이라도 따자고 하는 상황"이라며 "돌아가는 상황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최씨는 "우리도 속타지만 불은 위도가 내고 끄는 것은 부안사람들이 하는 판이니 대놓고 욕하지는 않아도 부안사람들도 우리에게 원망이 많을 것"이라며 "위도 사람들이 김 양식을 할 때, 김발에 붙은 티를 제거하는데 유기산 같은 게 필요해. 그것을 격포 사람들이 막은 적이 있어. 이게 다 위도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심정이 반영된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진 농성천막>
***"핵폐기물처리장, 안전할 수밖에"**
찬반 논란의 핵심인 핵폐기물처리장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입장은 크게 나뉘었다.
위도지역발전협의회의 정씨는 "위도 주민들이나 부안 사람들이 영광 핵발전소나 대덕 연구단지에 가보면 핵폐기물처리장 안전성을 믿게 될 것"이라며 "무조건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씨는 "핵폐기물처리장 주변에서 나오는 정도의 방사능은 자연계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것을 언론이 잘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씨는 "그렇게 '안전하다'면 업체와 정부가 이렇게 호들갑을 떨 까닭이 없지 않느냐"면서 "몇백년을 보관하고 관리해야 하는 물질을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하니 오히려 더 못 믿겠다"고 지적했다. 김선임씨는 "찬성 쪽 사람들도 핵폐기물처리장이 지어지면 위도는 죽은 땅이 될 것을 다 알고 있다"면서 "나도 영광 핵발전소 가 봤는데 주민들이 자기동네에서 물도 안 먹고 음식도 다 외부에서 들여오더라"고 덧붙였다.
김선임씨 역시 서울에서 내려온 똑똑한 사람들을 탓한다. "배웠으면 양심이 있어야지. 순진한 위도 사람들을 꼬드겨 난리법석이 나게 했다"면서 "나도 처음에 이렇게 위험한 건 줄 알았으면, 도장을 찍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위도주식회사 설명회' 가져**
위도에서는 2일 위도주식회사와 관련된 위도지역발전협의회의 주민 공청회가 있을 예정이다. 반대측 주민들은 불가능한 사업으로 자꾸 주민들을 호도하는 위도지역발전협의회의 공청회를 실력 저지할 방침이다.
지금 격포에서 배로 40여분 거리인 작은 섬은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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