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생활문화의 차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생활문화의 차이

김익환의 'IT 이야기' <7>

소프트웨어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나라가 미국과 인도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이 소프트웨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화가 다를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다. 나는 많은 나라를 돌아 다녔지만 내가 그 나라의 문화를 논할 정도로 깊이 알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이다. 적어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비교했을 때 일상생활에서 보는 문화의 차이는 재미있다. 여러 문화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배타적이 되기 쉽다. 소크라테스는 항상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덕이 지식이다" 라는 말도 했다. 직역하면 "지식이 없으면 착하게 살기도 힘들다" 라는 뜻인데 "근본적으로 무식하면 자기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무런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말로 해석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전쟁과 악은 무지가 그 원인을 제공한다는 말도 있다.

무지는 지식의 부족에서도 나오고 문화를 이해 못하는 데서도 나온다. 한국사람들의 평균 지식수준은 높은 교육열에 힘 입어 세계에서 제일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 반대로 다른 나라의 문화이해 수준은 하위권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단일민족이 갖는 자부심과 획일성이 문화적인 배타성을 기를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다른 문화를 이해 못하니 내 관점에서 보면 이상하게 보이고 반발감도 생기고 괜히 미워보일 수도 있다. 상대방이 무식하고 야만인이라고 생각하고 얕잡아 볼 수도 있다. 돈이 관련된 곳에서는 다른 나라의 관습과 문화를 비리와 부패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 다른 나라에서는 얼마나 문화가 다를 수 있는 지 여러가지 예로써 차이를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까치가 길조고 까마귀가 흉조다. 미국에서는 그 반대다. 나에게는 분명히 까치가 더 예쁘게 보인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람을 손짓으로 부를 때 손바닥이 아래를 가리킨다. 강아지를 부를 때는 그 반대다. 미국서는 사람을 부를 때 손바닥이 위를 가리킨다. 이걸 모르고 미국에서 당하면 무척이나 기분 나쁠 것이다. 한국에서는 주가가 올라가면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내려가면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미국은 그 반대다. 내가 아침에 일어날 때 항상 텔레비전을 본다. 어떤 때는 영어방송인 CNN을 보고 어떤 때는 한국방송을 보는데 이 색깔 때문에 비몽사몽간에 순간적으로 착각하곤 한다. 미국에서는 길가다 마주치는 사람과는 다 미소 짓고 "하이" 같은 말로 인사를 주고 받는다. 한국에서 그러면 영락없는 정신병자다.

내가 미국에 출장가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는 충고가 있다. 자동차를 렌트할 때 꼭 보험을 들라고 한다. 그러면 어떤 교통사고를 당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 두 경우만 제외하고다. 하나는 음주운전이고 하나는 과속이다. 음주운전사고는 무조건 형사범이고 과속으로 인한 사고는 과속의 정도에 따라 형사범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사고가 아니어도 음주운전을 했다는 자체가 혈중농도에 따라 2급 살인미수죄에 해당된다. 음주운전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2급 살인죄이다. 2급 살인죄라고 하면 계획하지 않은 우발적인 살인이다. 참고로 1급 살인죄는 계획된 살인이다. 과속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얼마나 과속했느냐에 따라 2급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 하여튼 이 두 가지만 아니면 피해액수에 상관없이 형사범이 되지 않는다. 사고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서 조사 받고 보험에 연락하고 하면 끝이다. 즉 의도를 중요시 하지 피해의 경중함은 민사로 해결할 일이다. 그래서 보험만 들어 놓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험이 없고 본인의 과실이면 자기 주머니에서 다 물어내야 한다. 돈이 없으면 낭패다. 그럼 사고가 아니고 불만이 극도에 달해 고의로 차를 몰아서 사람들을 사상을 입히면 어떻게 될까? 일단 잡혀 들어 간다. 사고를 저지른 동기가 없으므로 정신병원에 가서 진단받은 결과로서 범죄의 유무가 결정될 것이다. 재판결과가 나오려면 한 일이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정신병원도 수 없이 드나들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정신병자로 판명이 나면 무죄로 풀려난다.

길가다가 개를 발로 차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형사범이다. 죄가 크지 않으니까 감옥이야 가겠나 마는 하여간 일단 형사사건에 속한다. 식당을 하는데 어떤 인종을 선택적으로 못 들어 오게 했다면 매우 심각한 범죄다. 흑인들이 오랫동안 싸워서 쟁취한 인종차별금지법에 해당되는 중범이다. 손님으로써 식당에서 거절 당한다고 해도 기분은 나쁘겠지만 물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다. 다른 식당에 가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형사범이다. 그 의도가 나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도 인종에 관해 편견적인 발언을 하면 정치생명은 끝난다.

미국회사에서 직원채용 면접시에 절대 물어보지 못하는 것이 연령, 종교, 인종이다. 나도 채용직원 인터뷰를 할 때 이런 것들을 실수로 물어보지 못하도록 회사로부터 교육받았다. 성별, 연령, 종교, 인종을 이유로 어떤 면에서도 차별을 못하게 되어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나 감원시킬 때나 마찬가지다. 접대 문화를 살펴보자. 내가 미국에서 사업을 할 때 우리 회사 소프트웨어를 수십만불 구입해준 고객회사의 담당자에게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그랬더니 미리 못을 딱 박는다. 자기가 대접 받는 양이 100불 이상 되면 뇌물로 간주되니까 조심하라고. 그래서 나도 겁이 나서 그냥 간단한 저녁 한번 먹고 말았다.

한국문화는 결과를 중요시하고 미국의 문화는 의도와 과정을 중요시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라는 속담이 결과를 중시하는 대표적인 속담이다. 문화의 차이를 비교해서 우수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냥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살아보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주위에 외국인이 있다면 자주 만나서 친구로 지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처음에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런가 보다 하고 자꾸 보면 거부감이 없어진다. 내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소프트웨어문화도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 한국은 중간 프로세스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지만 미국은 개발과정의 프로세스를 중요시하고 결과는 그 프로세스의 산출물이다. 일단 문화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 소프트웨어문화의 차이점도 받아들이는 데 덜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