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미항쟁의 중심지역에서 미군이 미군 당국에 의해 선발되고 훈련된 이라크인 경찰에게 무려 1시간동안 무차별 사격을 가해 이라크인 경찰 8명이 사망하고 6명 이상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이라크인들의 반미 항쟁이 가장 거센 이른바 '수니 트라이앵글(Sunni Triangle)'의 하나인 팔루자 지역으로 이곳에서는 지난 4월 28일 반미시위에 대한 미군의 발포로 민간인 15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이라크인들의 반미 투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13일, 현지 목격자 및 피해자들의 말을 빌어 지난 12일 자정 직후(현지시간) 바그다드 서쪽 약 60km 지점에 위치한 팔루자의 한 병원 부근에서 강도 용의자들이 탑승한 BMW 차량을 뒤쫓던 팔루자 경찰 및 민병대의 차량 3대에 미군이 집중 사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날 총격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라크인 경찰 압둘 잘릴의 증언을 인용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인 경찰은 도난당한 BMW 차량을 추적하던 도중 한 병원 부근에서 미군 병력을 만났다. 미군측에는 2대 이상의 탱크가 포함돼 있었으며 탱크는 경찰 차량에 포격을 가해 차량을 전복시켰다.
총격전이 발생하자 병원 내에 있던 경비원들이 길거리를 향해 응사했으며 이에 미군측은 병원과 경찰 차량을 향해 약 1시간동안 무차별 사격을 가해 왔다. 미군의 무차별 사격으로 이라크인 경찰 8명과 요르단인 병원 경비원 1명이 사망했으며 6명 이상이 부상했다. 이 병원은 후세인 축출 후인 지난 4월 요르단이 건립한 것이다. 한편 미군측은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격전에서 다리와 복부, 어깨 등에 총상을 입은 잘릴은 사망한 이라크 경찰 중 최소한 1명은 미군에게 수차례에 걸쳐 영어로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사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차 뒷편에서 그는 '나는 경찰이다, 나는 경찰이다'라고 외쳤다"는 것이다. 당시 이 경찰과 미군 병사와의 거리는 20피트(6m) 이내였다고 잘릴은 말했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뉴욕타임스의 알렉스 베렌슨 기자는 현장에 흩어진 탄피나 탱크의 궤적, 희생자들의 위치로 보아 미군과 이라크인 경찰간의 거리는 15m 이내였음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군의 총격을 받은 이라크 경찰은 모두 19명으로 3대의 차량에 분승했는데 3대 중 2대는 차량 외부에 영문으로 '이라크 경찰, 팔루자'라는 표식을 했으며, 이들은 경찰 제복을 입거나 치안요원임을 알리는 완장을 차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총격전에 참여한 이라크인 경찰 중 최소한 3명이 총격전은 미군의 선제공격에 의해 시작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부상자 아셈 모하메드(23)는 자신들이 바그다드 방향으로 도주하는 흰색 BMW를 약 15분간 추적하다 추적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순간 미군의 일제사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모하메드는 "우리가 돌아서는 순간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향해 약 1시간동안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군은 계속해서 사격을 가했고 우리는 '우리는 경찰이다, 우리는 경찰이다'라고 계속외쳤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상자인 아르칸 아드난(20)은 사바라는 이름의 경찰이 자신의 완장을 빼내 흔들면서 경찰이라고 외쳤지만 미국의 총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한편 미군은 현재까지 이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지 미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격전은 정체불명의 괴한의 선제공격에 의해 시작됐으며 미군 병사 1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으나 또다른 미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진상은 13일(현지시간)의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이라크인들의 반미 투쟁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 확실하다. 벌써부터 팔루자 주민들은 시내 주요 관공서와 경찰서로 몰려들어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팔루자시 경찰인 칼레드 아베드 하마디는 이전 사건과 관련, "미군이 이라크인 1명을 죽인다면 우리는 미군 10명을 죽일 것이다. 그들이 10명을 죽인다면 우리는 그들 1백명을 죽이겠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또 부상 경찰 압둘 잘릴의 형인 야시르 아브드는 "이곳은 미군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장갑차든 탱크든 닥치는 대로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루자 민병대원의 한 사람인 타리크 다함(29)은 "신은 우리의 복수를 용서할 것이다. 우리는 미군의 철수, 그 이외에는 미국에 대해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팔루자는 바그다드와 바그다드 북부 및 서부를 잇는 이른바 '수니 트라이앵글'에 속하는 인구 20만의 도시로 후세인 추종세력들의 반미 투쟁이 가장 격심한 지역이다. 지난 4월 28일 이 도시에서는 대규모 반미시위에 대한 미군의 발포로 15명이 사망하고 약 40명이 부상당한 바 있다. 특히 이 사건 이후 팔루자에서는 수주동안 총격전과 폭력사태가 계속되는 바람에 미군측이 사태 수습을 위해 희생자 가족들에게 5백-1천5백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느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 관리들이 이라크인에 의한 이라크 치안 유지를 강조해 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이러한 미국측의 계획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이라크인의 해외 훈련 등을 통해 이라크 경찰을 재건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편 팔루자 총격전이 벌어진 지 수시간 후인 12일 새벽(현지시간) 바그다드로 부터 서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라마디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이 반미(反美) 저항세력 근거지를 급습, 교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미군 2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고 미 육군이 발표했다. 공보담당 에이미 애버트 중사는 "부상한 병사들이 야전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그 가운데 2명은 치료중 숨졌다"고 설명했다. 라마디 역시 수니 트라이앵글에 속하는 지역이다.
애버트 중사는 또 이라크 경찰에 대한 미군의 오인사격 사건이 발생했던 팔루자에서도 이날 오후 미군 제82공정사단의 차량 행렬이 유탄발사기(RPG) 공격을 받아 1시간 이상 전투를 벌였으며 미군 3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애버트 중사는 부상자들이 야전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말했으며 목격자들은 부상자 가운데 1명은 부상 정도가 심각해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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