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프리차드 대북교섭대사의 사임은 부시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26일자 인터넷판 기사(Top U.S. Expert on North Korea Steps Down)에서 "지난 22일자로 발효된 프리차드 대사의 사임은 대북한 전략과 관련한 행정부 내의 균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최근 수주간 백악관과 존 볼튼 국무차관 등 북한에 대해 보다 대결적 자세를 취하는 측이 득세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미국내 북한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프리차드 대사는 현재 부시행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북정책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프리차드 대사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 압박을 주장하는 강경파들과는 달리 북한의 선한 행동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는 '채찍과 당근'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온건파다.
이 신문은 특히 공화당 소속 존 킬 상원의원이 지난 주(20일)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프리차드 대사의 대북 접근 방법을 비난하면서 이를 '교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킬 상원의원은 이 서한을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 리차드 아미티지 국무 부장관과 봍튼 차관에게도 보냈다.
공화당 정책위원회 위원장인 킬 상원의원은 이 서한에서 프리차드 대사가 최근 북한측의 유엔 대표를 만나 지난 달말 볼튼 차관의 대북 비난 연설은 '개인적 의견'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모순되는 메시지'를 초래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비판했다.
킬 상원의원은 이 서한에서 "그러한(볼튼 개인의 의견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명백히 비생산적이며, 특히 미국이 북한 핵프로그램에 관한 다자 회담을 준비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고 말했다.
볼튼 차관은 지난 7월 31일 서울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북한체제를 혹독하게 비난했으며 이에 대해 북한측은 볼튼 차관을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했었다. 6자회담 개최가 발표되기 직전에 행해진 볼튼 차관의 연설에 대해 당시 일부 국무부 관리들은 대북 협상 재개 노력을 어렵게 만든다고 불평했으나 백악관측은 이 연설이 미 정부의 재가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와 관련, 프리차드 대사는 25일 밤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자신의 사직원은 이미 지난 4월 18일 제출했으며 그동안 상급자의 요청에 따라 사임을 미룬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측이 최근 만남에서 볼튼 차관의 연설을 거론했으나 자신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측이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내가 마치 그 연설이 볼튼 차관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말한 것처럼 주장했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도 26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프리차드 대사가 미국에서 가장 경험많은 대북 협상관리 중 한 명이라고 지적하면서 그가 부시행정부와 북한간의 첫 실질적 대화가 시작되기 수일 전에 사임키로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프리차드 대사가 클린턴 행정부때부터 대북정책에 관여해 왔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는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부시행정부내 일부 강경파들에 의해 적으로 간주돼 왔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